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 22일 대전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SK-한화 경기가 비로 취소됐습니다. 양 팀은 23일 선발 투수로 김광현(SK)-류현진(한화)을 예고했습니다. 야구팬 커뮤니티는 두 선수 맞대결 가능성 하나만으로도 들뜬 모습.


하지만 기상청에 따르면 23일에도 대전 지방에는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 현재로서는 경기가 열리지 않을 확률이 높지만 하늘이 맑다면 21세기 대한민국 최고 투수를 가리는 대결이 펼쳐질 겁니다. 20여년 전 최동원-선동열 맞대결처럼 말입니다.


프로야구 올드 팬 사이에서 최동원과 선동열이 맞대결을 벌여 1승 1무 1패로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는 건 상식. 두 선수 맞대결 내용을 한 번 들여다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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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선수는 1986년 4월 19일 사직구장에서 처음 맞붙었습니다.


먼저 실점한 건 홈팀 선발인 최동원이었습니다. 3회 송일섭에서 솔로 홈런을 내줬던 것. 이후 해태 타선은 최동원에 밀려 안타를 하나밖에 추가하지 못했습니다. 최동원은 경기가 끝난 후 "몸이 늦게 풀렸다"고 답했습니다.


이 경기에서 최동원은 '옥에 티'를 제외하면 완벽한 투구를 펼쳤지만 선동열은 그 티조차 없었습니다. 롯데 타자들은 9이닝 동안 한 점도 빼내지 못했습니다. 이 경기는 선동열이 프로에서 거둔 첫 번째 완봉승이었습니다.


이 경기에서 재미있는 건 두 선수 각각 삼진을 5개 잡는데 그쳤다는 겁니다. 사사구는 최동원 2개, 선동열 1개. 피안타는 선동열(6개)이 최동원보다 하나 더 많았습니다. 최동원은 118구를 던졌고, 선동열의 투구수는 121구였습니다.



• 이로부터 꼭 넉 달 뒤 2라운드가 열렸습니다. 1986년 8월 19일 또 사직.


선동열은 출발이 불안했습니다. 1회 선두타자 정학수를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킨 것. 2번 조성옥이 침착하게 보내기 번트에 성공하면서 1사 2루. 홍문종이 내야 안타를 치면서 1사 1, 3루가 됐습니다.


이 때 홍문종이 2루 도루를 시도합니다. 해태 포수 김무종이 2루로 공을 던지지만 2루수 차영화가 공을 빠뜨리며 선취점을 내줍니다. 곧이어 김용철이 우전 안타를 터뜨리며 롯데가 2대 0으로 리드를 잡습니다. 1회초에 내준 이 두 점이 선동열이 이 경기에서 내준 점수 전부입니다. 두 점 모두 비자책점.


최동원도 불안불안 했습니다. 1회부터 6회까지 매회 주자를 내보냈던 것. 그렇지만 위기 관리 능력을 앞세워 무실점으로 경기를 매조지었습니다. 최종 결과는 최동원의 프로 열 번째 완봉승. 이로써 두 선수는 1승 1패로 1986 시즌을 마감했습니다.



• 이듬해 5월 16일 역시 사직 구장에서 두 투수는 마지막 맞대결을 벌입니다.


선동열이 2회 먼저 두 점을 내줬습니다. 롯데는 김용운과 최계영의 내야 안타를 묶어 에이스에게 두 점을 선물합니다. 최동원도 3회 서정환에게 적시타를 맞아 1점을 빼앗겼지만 9회까지 2-1 리드. 전환점은 9회였습니다. 김일환이 동점타를 터뜨리며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습니다.


결국 연장 15회까지 두 투수는 추가점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4시간 54분이 걸린 맞대결은 그렇게 2-2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선동열은 232구를 던졌고, 최동원도 209구를 던졌습니다.



• 그런데 사실 두 선수는 1987년 4월 12일에도 '사실상' 선발 맞대결을 벌였습니다.


이 경기 해태 선발은 김대현이었지만 1회 1사 후 선동열이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당시는 주말 경기에 한해 선발 예고제를 시행하고 있었는데 김응용 해태 감독이 '꼼수'를 쓴 겁니다.


반면 롯데에서는 예고대로 최동원을 내보냈습니다. 이 경기에서 해태가 6-2로 승리를 거두며 선동열이 승리투수가 됐습니다. 패전은 최동원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사직 구장을 찾은 롯데 팬 3만3000명이 자존심에 상처만 입고 돌아간 건 아닙니다. 롯데 타자들은 4회 5안타를 몰아치며 두 점을 뽑았습니다. 이 점수는 선동열이 49와 3분의 2 이닝만에 처음으로 내준 점수였습니다. 이 기록은 아직도 프로야구 역사에 최다 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 또 두 선수 선수 프로 첫 맞대결은 1985년 7월 31일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때도 최동원은 선발 등판했지만 선동열은 2회 1사 만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결과는 4-2 롯데 승리였고 최동원이 승리투수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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