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개막 2연전도 사실 시즌 133경기 중 2경기일 뿐이다. 하지만 겨우내 이날만 기다린 야구팬들에게 다가오는 의미는 남다르다. 개막 2연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둔 팀 중 70%가 그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반면 개막전에서 2연패를 당한 팀은 30%만이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넥센 히어로즈

선수층이 두텁다는 건 시즌이 진행될수록 더욱 힘을 얻게 마련. 그래서 달랑 두 경기만 가지고 선수층 이야기를 꺼내는 건 무리다. 하지만 최근 2년 동안 주전 3루수, 중견수, 4번 타자에 1~3 선발을 모두 내보낸 팀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김민우 유한준 강귀태의 초반 활약이 돋보이는 이유다. 또 한 명 이숭용도 결코 넘겨봐서는 안 된다.


두산 베어스

흔히 출루율이라면 '볼넷'을 떠올리지만 출루율은 사실 '아웃을 당하지 않는 능력'이다. 김현수는 KIA와 두 경기를 치르면서 9타석에 나서 아웃 카운트를 단 하나밖에 만들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절정에 오른 타격감(타율 .857)이 원동력. 4번 타자가 힘을 내면서 타선이 전체적으로 탄력을 받았다. 이성열 손시헌이 지금처럼 쳐준다면 상대 투수는 쉬어갈 자리를 찾지 못해 헤맬 수밖에 없다.


SK 와이번스

SK는 2000년대 후반 최고팀다운 면모를 보였다. 상대가 최하위 후보 한화라는 게 별로 중요하지 않게 보일 정도였다. 개막 2연전에서 눈에 띄는 타자는 박정권 조동화뿐이었지만 이 팀은 스타 때문이 아니라 짜임새에서 힘을 발휘한다. 올해 이 팀에는 지난 시즌 절반 이상을 뛰지 못했던 리그 최고 포수까지 돌아왔다. 김선규는 가능성을 보였고 엄정욱도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몸을 만들었다.


삼성 라이온즈

썩어도 준치. 한 뼘 자란 새 얼굴. 진갑용은 OPS(출루율+장타율) 2.467로 김현수보다 높다. 이영욱도 첫 경기는 부진했지만 두 번째 경기에서 진가를 보였다. 박석민도 3안타를 때렸다. 최형우도 기록에 비해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양준혁이 여기서 그만일 거라고 믿어야할 특별한 이유도 없다. 불펜이 컨디션을 조금 더 빨리 끌어올렸더라면 이 팀도 2연승을 거뒀을 확률이 높다. 스트라이크 하나를 남겨두고 패했으니까.


LG 트윈스

두 경기만 놓고 보자면 오지환의 활약은 분명 '청출어람'이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 인상적이다. 이진영도 제 몫을 다 했다. 이택근도 나쁜 점수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병규는 여전히 팀에 녹아들지 못했고 박용택도 지난해 박용택이 못 됐다. 심수창도 3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LG 팬들 정신 건강을 생각해 박경수 이재영 얘기는 생략. 1승 1패지만 LG는 어쩐지 3연패를 한 것 같은 느낌으로 개막 시리즈를 마쳤다.


KIA 타이거즈

선발이 무너졌다. 믿었던 로페즈는 한 이닝에 6점이나 내줬고 생애 첫 선발에 나선 전태현은 5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불펜에 부하가 걸리면서 경기를 제대로 풀어가지 못했다. 조범현 감독이 선수 테스트하듯 불펜 투수를 기용한 것도 KIA 팬들한테는 불만일 수 있다. 지난해에도 초반에 이 팀이 정신을 못 차렸다는 점을 기억하면 위로가 될지 모르겠다. 적어도 김상현 최희섭은 지난 시즌이 플루크가 아니었다는 걸 보여주고 있으니까.


롯데 자이언츠

공격보다 수비가 걱정이다. 이대호가 나간 3루에서 문제가 생겼고 중견수가 구멍인 팀이 문제라는 건 따로 말할 필요도 없다. 로이스터 감독이 불펜을 혹사시키지 않겠다는 데 반대하고 싶지는 않다. 시즌은 길다. 내야 할 때만 선수를 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등판 순서는 문제가 아니었을까? 선발은 그럭저럭. 사도스키는 인상적이지만 압도적이지는 않았고 장원준도 우리가 알던 모습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한화 이글스

한대화 감독이 주전 4번 타자로 기용한 최진행은 8타석 8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클린업 트리오 전체 무게감도 떨어진다. 3~5번 타자 기록을 합쳐도 .143/.280/.286로 OPS .566밖에 때려내지 못했다 이는 1, 2번 .882, 7~9번 .776보다도 뒤진다. 외국인 선수를 모두 투수로 뽑은 선택을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야구는 점수를 내지 못하면 이기지 못하는 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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