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곤이 타석에 들어서기 전 케이블TV 관계자에게 광고 틀 준비를 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왼쪽 사진) 지난해 광고주들에게 '이현곤 타석 다음=광고'라는 확실한 인식을 심어준 이현곤. 그는 '광곤리'라는 멋진 별명도 얻었다. 과연 올해도 이현곤은 광고주들을 들뜨게 만들었을까?
조금 뻔한 질문: '라뱅' 이병규와 '작뱅' 이병규 중 누가 광고주가 더 좋아할 타자일까? 광고 모델은 물론 '광고주 선호' 타자로도 라뱅이 낫다. 라뱅 다음 타석에 광고가 나온 건 111번, 작뱅 다음엔 65번이었으니까. 라뱅은 투수 교체까지 합쳐도 85번뿐이다.
라뱅은 리그 전체에서도 광고 모델로 손꼽히는 타자. 그러나 광고주 선호도에선 넥센 유한준을 못 따라간다. 유한준은 2사 때 타석에 들어서 135번 범타로 물러났고 1사에도 10번 병살로 이닝을 매조지었다. 유한준 앞에서 상대 팀이 투수를 바꾼 건 15번. 유한준이 만든 광고는 총 160번이다.
2위 롯데 가르시아(156번), 공동 3위 KIA 안치홍, LG 이대형(각 155번), 5위 두산 손시헌(150번)도 방송사가 광고를 150번 이상 틀게 만들었다. 한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이대형은 광고를 틀게 만드는 타격 솜씨도 훌륭하지만 도루자 9번, 주루사 3번으로 타격에서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는 센스도 발휘했다"며 "얼굴까지 잘 생겨 광고주들이 아주 만족해 하는 타자"라고 전했다. 삼성 최형우는 149번으로 아깝게 150번 달성에 실패했다.
10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중 광고 비율은 한화 전근표(40.8%)가 1위다. 104번 타석에 들어서 광고주에 선물한 광고는 총 42번. 광고주에게 전근표는 확실한 '섹시 가이'였던 셈이다. LG에서 SK로 건너 간 최동수가 40.5%로 전근표를 바짝 뒤쫓는다. KT가 'Olleh'를 앞세워 이동통신 시장을 뒤흔들자 SK가 1위 수성을 위해 최동수를 원했다는 후문이다.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 중에서는 KIA 김원섭(33.6%)이 비율이 가장 높다.
거꾸로 광고주들이 가장 꺼리는 타자는 SK 정근우였다. 정근우는 이대형(568 타석), 두산 김현수(565 타석)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563 타석에 들어섰지만 광고는 105번(18.7%) 만드는데 그쳤다. 규정 타석을 채우고 광고 비율이 20% 미만인 선수는 정근우가 유일했다. 한 케이블방송사 관계자는 "정근우 앞에서 투수를 23번이나 바꿔줬는데 실적이 그 모양"이라며 "광고가 나와야 우리도 잠깐 쉬는데 정근우가 나오면 그럴 틈이 없어 화장실이 급할 때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1000만 배우 이대호는 어땠을까? 이대호는 552번 타석에 들어서 136번 광고를 틀었다. 비율로 따지면 24.6%로 리그 평균 27.9%보다 떨어진다. 그러나 부산우유 관계자는 "광고 횟수나 비율만으로 타자의 가치를 따지는데 반대한다. 모두가 서울우유만 알고 있을 때 부산우유를 널리 알려준 것만으로 대만족"이라며 "하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서울 팀(두산)을 꺾었다면 우리 우유가 서울우유보다 더 영양가가 높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광고주 선호 타자로 널리 알려진 이현곤은 25.4%로 리그 평균에도 못 미쳤다. 이현곤은 "그 동안 실제 데이터보다 과대평가 받는다는 느낌은 있었는데 이번 결과를 받아보고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면서 "사실은 지난해에도 팀 동료 최희섭(37.1%)이 1위고 나는 그보다 떨어지는 28.5%인 걸 알고 있었지만 광고주들 안타까움을 생각해 입을 다물었던 것뿐"이라며 아쉬워했다.
※ 이 글에 등장하는 숫자는 '확실한 팩트'지만 인물들 워딩은 '100% 픽션'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