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024~2025시즌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챔피언 필라델피아 선수단. 뉴올리언스=AP 뉴시스

이번 시즌에도 슈퍼볼 3연패 팀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필라델피아가 슈퍼볼 역사상 첫 세 시즌 연속 우승을 노리던 캔자스시티를 꺾고 2024~2025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필라델피아는 9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시저스 슈퍼돔에서 열린 제59회 슈퍼볼에서 캔자스시티를 40-22로 물리쳤습니다.

 

필라델피아가 슈퍼볼에서 승리한 건 2017~2018시즌 이후 7년 만이자 통산 두 번째입니다.

 

슈퍼볼 후반전 도중 캔자스시티 벤치. 뉴올리언스=로이터 뉴스1

재미있는 건 당시에도 필라델피아가 결과적으로 슈퍼볼 3연패를 저지한 셈이 됐다는 점입니다.

 

필라델피아는 당시 슈퍼볼에서 직전 시즌 우승팀 뉴잉글랜드를 41-33으로 물리쳤습니다.

 

뉴잉글랜드는 그다음 시즌에도 슈퍼볼에 올라 로스앤젤레스(LA) 램스를 꺾고 우승했습니다.

 

그러니 필라델피아만 이겼더라면 슈퍼볼에서 세 시즌 연속 우승 기록을 남길 수 있던 셈입니다.

 

제59회 슈퍼볼 최우수선수(MVP) 제일런 허츠. 뉴올리언스=로이터 뉴스1

필라델피아는 2022~2023시즌에도 슈퍼볼에 올랐지만 캔자스시티에 35-38로 역전패했습니다.

 

그리고 2년 만에 열린 리턴 매치에서 18점 차 승리를 거두면서 당시 패배를 설욕했습니다.

 

필라델피아 쿼터백 제일런 허츠(27)는 당시 슈퍼볼에서 패트릭 마홈스(30)에 비교 우위를 점하고도 팀 패배로 웃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날은 패스로 221야드를 따낸 건 물론 러싱에서도 쿼터백 역대 1위(72야드) 기록을 새로 쓰면서 최우수선수(MVP)로 뽑혔습니다.

 

▌슈퍼볼 '리턴매치' 쿼터백 매치업
  • 테리 브래드쇼 (피츠버그) vs 로저 스토백 (댈러스) 2승

    • 1975~1976 피츠버그 16-6 승

    • 1978~1979 피츠버그 35-31 승

  • 트로이 에이크먼 (댈러스) vs 짐 켈리 (버펄로) 2승

    • 1992~1993 댈러스 52-17 승

    • 1993~1994 댈러스 30-13 승

  • 일라이 매닝 (뉴욕 자이언츠) vs 톰 브래디 (뉴잉글랜드) 2승

    • 2007~2008 뉴욕 자이언츠 17-14 승

    • 2011~2012 뉴욕 자이언츠 21-17 승

  • 제일런 허츠 (필라델피아) vs 패트릭 마홈스 (캔자스시티) 1승 1패

    • 2022~2023 캔자스시티 35-33 승

    • 2024~2025 필라델피아 40-22 승

 

같은 쿼터백끼리 슈퍼볼 리턴 매치를 치른 건 허츠-마홈스가 네 번째입니다.

 

첫 맞대결에서 패한 쿼터백 가운데 두 번째 슈퍼볼에서 결과를 바꾼 선수는 허츠가 처음입니다.

 

선수와 팀을 합쳐 슈퍼볼에서 가장 많이(7회) 우승한 톰 브래디(48)도 일라이 매닝(44)을 두 번 만나 두 번 모두 패했습니다.

 

슈퍼볼 데뷔전에서 패한 쿼터백 36명 가운데는 허츠가 네 번째 우승 주인공입니다.

 

패트릭 마홈스에게 태클을 시도하고 있는 필라델피아 수비진. 뉴올리언스=로이터 뉴스1

그사이 필라델피아 수비진은 이날 색(sack·공을 들고 있는 쿼터백을 그라운드에 주저앉히는 일)만 여섯 번 기록하면서 마홈스의 손발을 묶었습니다.

 

그 탓에 마홈스는 3쿼터 종료 34초 전이 되어서야 이 경기 첫 터치다운 패스를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필라델피아가 경기 시작 후 44분 16초 동안 34점을 올린 다음이었습니다.

 

캔자스시티는 4쿼터에 16점을 쫓아갔지만 야구였다면 '무관심 터치다운'이라고 기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승부가 이미 끝난 상태였습니다.

 

3쿼터 종료 34초 전까지 34-0

경기 시작 8분 45초 만에 첫 번째 터치다운을 기록한 필라델피아는 2쿼터 시작 7분 22초 후 필드골까지 성공하면서 10-0으로 앞서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승리를 장담하기는 너무 일렀습니다.

 

2년 전에도 10점을 앞선 채 전반을 마쳤지만 결국 역전패한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신인 코너백 쿠퍼 드진이 2쿼터 종료 7분 3초를 남겨 놓고 마홈스의 패스를 가로챈 뒤 터치다운으로 연결하면서 '올해는 다르다'고 외쳤습니다.

 

가로채기 터치다운으로 생일을 자축한 쿠퍼 드진. FOX 중계화면 캡처

드진은 2003년 2월 9일생입니다. 그러니까 이날이 22번째 생일이었던 것.

 

슈퍼볼 역사상 생일날 터치다운을 기록한 선수는 드진이 처음입니다.

 

이어 이로부터 5분 38초 뒤 허츠가 A J 브라운(28)에게 터치다운 패스까지 연결하면서 필라델피아는 24-0으로 전반을 마쳤습니다.

 

제아무리 마홈스라고 해도 따라기가 쉽지 않은 점수 차이였습니다.

 

슈퍼볼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올리언스=AP 뉴시스

이미 예고했던 대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경기장을 찾아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미국 현직 대통령이 슈퍼볼 경기를 '직관'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캔자스시티 타이트 엔드 트래비스 켈시(36)와 공개 연애 중인 팝 스타 테일러 스위프트(36) 역시 이날도 직관에 나섰습니다.

 

다만 캔자스시티가 패하면서 '우승 키스 세리머니'는 볼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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