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축구는 쿼터백 놀음입니다.
그리고 쿼터백은 패스로 이야기하는 포지션입니다.
여기서 패스는 물론 '패스 성공'을 뜻합니다.
그런데 캔자스시티를 2022~2023시즌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챔피언으로 만든 건 주전 쿼터백 패트릭 마홈스(28)의 '패스 실패'였습니다.
캔자스시티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필라델피아를 상대로 제57회 슈퍼볼 (겸 제1회 켈시볼) 맞대결을 치러 38-35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캔자스시티는 그러면서 1969~1970, 2019~2020시즌에 이어 구단 역사상 세 번째로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들어 올렸습니다.
14-24로 10점 뒤진 채 전반을 마친 캔자스시티는 후반 들어 추격을 시작해 경기 종료 9분 22초를 남겨 놓고 35-27로 경기를 뒤집었습니다.
그러나 이로부터 4분 후에 다시 35-35 동점을 허용했습니다.
공격권을 넘겨받은 캔자스시티는 경기 종료 1분 54초를 남겨 놓고 상대 엔드 존 15야드 지점에서 이 드라이브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공격을 시도합니다.
마홈스는 엔드 존 왼쪽으로 뛰어가던 주주 스미스슈스터(27)에게 공을 던졌습니다.
방향도 높이도 제대로 맞지 않는 패스였습니다.
필라델피아 선수들이 수비에 성공했다고 좋아하는 사이에 심판이 플래그를 던집니다 = 반칙을 선언합니다.
마홈스가 이런 패스를 날린 건 필라델피아 코너백 제임스 브래드베리(30)가 스미스슈스터를 손으로 붙잡는 걸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NFL 규칙은 이런 상황에서도 공격수가 '패스 타깃'이 됐을 때만 '디펜시브 홀딩' 반칙을 선언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마홈스는 그래서 일단 패스부터 하고 보는 '센스'를 발휘했던 겁니다.
공격권을 유지한 캔자스시티는 시간 끌기 작전을 구사했고 결국 경기 종료 8초를 남겨 놓고 필드골(3점)을 성공시키면서 역전승을 완성했습니다.
슈퍼볼 최우수선수(MVP) 타이틀은 물론 마홈스에게 돌아갔습니다.
마홈스는 이번 정규시즌 MVP이기도 합니다.
이전까지 같은 시즌에 정규시즌과 슈퍼볼 MVP로 모두 뽑힌 선수는 1998~1999시즌 커트 워너(52·당시 세인트루이스)가 마지막이었습니다.
마홈스는 이런 기록을 남긴 일곱 번째 선수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마홈스는 이번 정규시즌에 패스로 5250야드 전진을 이끌면서 터치다운을 41번 성공시켰습니다.
이번 시즌 NFL에서 패스 거리가 가장 긴 쿼터백도 터치다운 패스가 가장 많은 쿼터백도 마홈스입니다.
NFL 역사상 같은 시즌에 패싱야드 1위, 터치다운 패스 1위, 정규시즌 MVP, 슈퍼볼 MVP에 모두 이름을 올린 선수는 마홈스가 처음입니다.
필라델피아 공격을 이끈 제일런 허츠(25)도 이날 슈퍼볼 역사상 처음으로 러싱 터치다운을 3개 성공시킨 쿼터백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또 이날 패스 거리에서도 허츠(304야드)가 마홈스(182야드)보다 1.7배 가까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마홈스가 패스 실패 한 번으로 승기를 굳히는 사이 허츠는 그라운드 밖에서 애간장을 태우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아, 마홈스와 허츠 모두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이런 쿼터백끼리 슈퍼볼 맞대결을 벌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