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가을의 향연, 월드 시리즈가 드디어 내일 개막된다. 아주 노령이신 팬을 제외하면, 양 팀 팬 모두에게 있어 첫 번째 월드 시리즈. 시카고 화이트 삭스는 1959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 시리즈에 진출하게 됐으며, 휴스턴 역시 1962년 창단 이래 첫 번째 월드시리즈다. 또한 텍사스州 주민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들의 고장에서 열리는 월드 시리즈를 맛보게 됐다. 

두 팀의 이번 시즌 성적은 아래와 같다. 



양 팀의 득/실점을 토대로 구한 피타고라스 승패는 91승 71패로 같다. 하지만 실제 승수에 있어선 시카고 화이트 삭스가 10승이나 더 많다. 물론, 화이트 삭스는 시즌 초반부터 계속해서 멋진 활약을 펼친 데 비해, 휴스턴은 시즌 중반 이후 치고 올라왔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사실 휴스턴은 한때 지구 꼴찌팀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대반전, 기어이 와일드카드를 따냈고 마침내 월드 시리즈에까지 진출했다. 따라서 실제 승수만으로 어느 팀이 더 세다고 말하기는 곤란한 상황. 두 팀의 기록을 각각 공격과 수비 부분으로 나누어 한번 알아보도록 하자.




사실 두 팀 모두 뛰어난 공격력을 갖춘 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시카고는 AL 득점 부분 9위, 휴스턴은 같은 부분에서 NL 11위다. 양 팀 모두 폭발적인 공격력을 갖춘 팀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사실 이는 양 팀 모두 타자들에게 유리한 구장을 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다소 안타까운 점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 번 글에서도 살펴봤듯, 화이트삭스는 많은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질 좋은 득점을 올리는 팀이다. 거꾸로 그리 많은 점수를 뽑아내지 않더라도 든든한 투수진과 탄탄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충분히 승리를 뽑아낼 수 있는 팀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건 휴스턴도 마찬가지.




휴스턴의 609실점은 양 리그를 통틀어 최소 기록이다. 화이트 삭스 역시 최소 실점 부분에 있어선 전체 5위, AL 3위의 준수한 성적을 자랑한다. 투수의 출루 허용도를 보여주는 지표인 WHIP((피안타 + 볼)/이닝)에서도 휴스턴 투수진은 1.23으로 NL 1위, 시카고 화이트 삭스는 1.25로 AL 4위의 수준급 성적을 보여준다. 투수들의 능력치를 보여주는 다른 지표에 있어서도 모두 양 팀은 수준급 순위를 보이며 이들의 이번 시즌 성공이, 타력보다는 투수력에 기인한 것임을 보여준다.

사실 투수력 가운데서도, 바로 선발 투수진의 능력이 이 두 팀을 월드 시리즈에 진출시킨 가장 큰 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클레멘스, 페티트, 오스왈트 / 콘트레라스, 벌리, 갈랜드가 이끄는 양 팀 선발진은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상대 타자들에게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시카고의 경우, ALCS에서 4연속 완투승을 거두며 선발진의 위력을 널리 과시한 바 있다. 사실 ALCS에서 시카고 불펜진이 던진 이닝수는 2/3 이닝에 불과하며 투구수도 5개밖에 되지 않았다. 그만큼 선발진의 무게가 느껴지는 내용이다. 

그렇다고 휴스턴이 그에 뒤지지 않는다는 건 재차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게다가 클레멘스와 페티트는 월드 시리즈 경험까지 풍부하다. 결국 양 팀 모두 MLB 최고의 선발진을 구축하고 있대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승부는 투수진이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갈라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 점에 있어서는 시카고가 다소 유리한 게 사실이다. 먼저 위의 네 명 이외에도 준비된 선발 투수가 두 명(프레디 가르시아, 올랜도 에르난데스)이 더 존재한다. 게다가 불펜진은 충분한 휴식을 취한 상태다. 선발진 역시 4연속 완투승을 거두며 자신감이 가득 차 있다. 또한 휴스턴이 자랑하는 마무리 릿지가 NLCS 5차전의 충격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도 미지수다.

따라서 승부는 전체적으로 시카고 화이트 삭스가 유리하다고 본다. 공은 둥글고, 야구는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이 예측은 틀리겠지만, 그래도 굳이 언급하자면 4승 2패, 시카고 화이트 삭스의 우승을 점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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