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강팀이 되기 위해선 네 가지 요소가 뒤따라야 한다. 강한 투수력, 탄탄한 수비, 뛰어난 타선 그리고 행운. 행운은 때로 선수의 플레이에 의해 생겨나기도 하지만, 더러 심판이 도와주기도 한다. 계속해서, 마치 의도적이기라도 한 것처럼, 연거푸 심판이 화이트 삭스를 도와주고 있다.

물론 하늘을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다. 시카도W의 행운 역시 스스로 도운 결과다. 피어진스키가 1루로 힘차게 뛰어나가지 않았더라면, 그 행운은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나쁘게 말하면 속임수겠지만, 선수로서는 최선을 다하는 한 형식이다. 문제는 오심을 저지름 심판에게 돌아가야 하는 것이지, 선수가 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행운이라는 낱말을 언급한 건 그런 까닭이다.

오늘 경기 휴스턴의 선발 투수는 앤디 페티트였다. 오늘 경기로 34번째 포스트 시즌 선발 등판, 이는 리그 신기록이었다. 비록 2회 두 점을 내주며 다소 우려를 안겼던 게 사실이지만, 나머지 4이닝 동안 실점은 없었다. 결국 6이닝 8피안타 2실점. 그 동안 팀 타선은 엔스버그의 솔로 홈런과 버크먼의 3타점에 힘입어 넉 점을 뽑으며 4:2, 승리 투수 요건이 갖춰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가 마운드에서 떠나자마자 일이 꼬여 버렸다.

7회말 2아웃 주자 1, 3루. 볼 카운트는 풀 카운트였다. 휴스턴의 구원 투수 댄 휠러가 던진 투구에 저메인 다이의 방망이가 따라 나왔다. 그리고 비디오 판정 결과로도 분명 파울이었다. 하지만 주심은 저메인 다이 선수의 손에 맞았다고 판정을 내렸다. 결국 몸에 맞는 볼로 저메인 다이가 1루로 걸어 나가며 만루. 타석엔 코너코가 들어섰다.



휴스턴은 투수를 채드 퀄스로 바꿨다. 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려라. 그 말 그대로였다. 그대로 좌익수 뒤쪽으로 날아가는 만루 홈런. 코너코의 이번 플레이오프 다섯 번째 홈런이었다. 타점은 15번째. 1998년 티노 마르티네스 이후 처음으로 월드 시리즈에서 만루 홈런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4:2로 뒤지던 경기는 한 순간 4:6으로 역전되며 시카고W가 확실한 승기를 잡는 듯 했다. 하지만 휴스턴은 쉽사리 자신들의 첫 번째 월드 시리즈 승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9회초, 마운드엔 젠크스가 올랐다. 어젯밤 돌덩이 직구를 뿌리며 벡웰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던 그 젠크스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벡월의 승리였다. 중견수 앞 안타. 레인을 삼진으로 돌려 세웠지만, 버크에게 볼넷 허용으로 1, 2루. 어스머스 선수의 진루타로 2, 3루가 되기는 했지만 시카고가 2연승을 거두기 위해 필요한 아웃 카운트는 단 하나뿐이었다. 애덤 에버릿을 대신해 비스카이노가 타석에 들어섰다. 좌익수 쪽으로 밀어 친 타구는 그대로 안타, 주자 두 명이 모두 득점에 성공했다. 경기는 6:6 동점. 젠크스는 힘없이 마운드에서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희생양은 젠크스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자기들의 마무리 투수가 무너지는 걸 지켜봐야 했던 샤이삭스 타선, 상대 마무리 투수에게 똑같은, 아니 더 심한 충격을 안기고야 말았다. 릿지였다. NLCS 5차전에서 푸홀스에게 통한의 역전 3런을 얻어맞았던 그 릿지 말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원정 경기, 동점 상황에서 9회말에 얻어맞은 홈런은, 곧 경기가 끝난다는 뜻이다. 누구도 예상 못했던 스캇 포세드닉이었다. 정규 시즌 내내 단 한 개의 홈런도 기록하지 못했던 그 포세드닉 말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보스턴과의 ALCS에서 마수걸이 홈런을 날린 바 있었다.

포세드닉이 때린 타구는 좌익수와 중견수 사이를 가로 질러 높이 날아가고 있었다. 펜스를 넘어 가느냐 마느냐 U.S. 셀룰라필드에 운집한 41,432 명의 관중이 숨을 죽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양 팀 선수들 모두 덕아웃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타구의 낙하지점에 주목했다. 결과는 펜스 밖이었다. 시카고 선수들 단체로 뛰어나와 홈 플레이트에서 포세드닉을 반겼다. 끝내기 홈런 특유의 세레모니, 진정한 승리를 만끽하는 순간, 그렇게 시카고는 홈에서 2연승을 거두며, 월드 시리즈 우승의 5부 능선을 넘었다.



사실 포세드닉에게 홈런을 기대했던 이는 아마도 그의 부모님을 제외하자면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릿지가 또 한번 이렇게 가슴 시린 홈런을 얻어 맞으리라고 생각했던 이들도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포세드닉은 때려냈고, 릿지는 얻어맞고야 말았다. 승리자와 패배자 모두, 그들 자신조차 이 사실을 예상하지는 못했다. 포세드닉은 이번 시즌 568 타석에서 단 한 개의 홈런도 때려내지 못한 선수였다. 릿지가 두 경기 연속으로 홈런을 얻어 맞은 건 181 경기만에 처음이었다. 무려 2년 반만의 일이다.

하지만 10월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너무 곧잘 벌어진다. 정말 10월에는 그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그것이 우리가 가을에 야구를 보는 까닭이고, 또한 모든 선수들이 가을 야구를 희망하는 까닭이다. 10월엔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고, 누구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그것이 가을 야구다.

텍사스 주민들은 이제 주 역사상 첫 번째로 자신들의 고장에서 월드 시리즈 경기를 관람하게 됐다. 원정팀 화이트삭스에서는 존 갈랜드를, 휴스턴에서는 로이 오스왈트를 내세웠다. 갈랜드는 LAA와의 ALCS에서 완투승을 거둔 바 있고, 오스왈트는 NLCS MVP였다.



시카고 WPA


휴스턴 W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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