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크리디가 일을 냈다. 방망이로 팀에 리드를 안겼고, 글러브로 리드를 지켜냈다. 한 마디로 크리드의, 크리디를 위한, 크리디에 의한 한 판이었다. 4회말 3:3 동점 상황, 피어진스키가 1루 땅볼로 물러나며 주자 없는 1사. 크리드의 방망이가 때린 공은 그대로 좌중간으로 날아가 펜스 넘어게 떨어졌다. 다시 화이트삭스가 한 발 앞서 나가며 스코어는 4:3, 결국 그 한 점이 결승점이었다.

크리디의 결승 홈런


이뿐만 아니다. 그는 5, 6, 7회 세 번에 걸쳐 기가 막힌 호수비를 선보이며, 휴스턴의 역전을 봉쇄했다. 덕분에 수비에서만 .207의 WPA를 획득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4회 솔로 홈런으로 인한 WP는 .121, 나머지 세 타석에서는 안타를 때려내지 못한 관계로 공격 부분에서는 .062에 만족해야 했지만, 수비까지 도합 .268로 1차전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반올림 관계상 .269가 아니라, .268이 된다는 사실을 일러둡니다.)

호수비 장면


사실 오늘 경기를 보기 위해, 크리디의 부모님은 고향 마을을 떠나 시카고에 도착해 계셨다. 고향 마을 꼬마 아이들이 손수 적은 카드와 함께 말이다. 카드가 크리디에게 행운을 준 것일까? 정말 오늘 경기는, 크리디와 부모님 말고도, 그의 고향 꼬마아이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께도 잊을 수 없는 경기가 될 것이다. 지도에도 잘 나타나지 않는 그의 고향 마을, 웨스트파일라는 사실 인구가 306명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마을이다.

크리디에 이어 팀내 WPA 2위를 기록한 선수는, 경기를 마무리 지은 바비 젠크스(.214). 4 : 3으로 앞선 8회초 마운드에 올라 제프 백웰을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9회 역시 깔끔한 3자 범퇴, 그렇게 화이트 삭스는 단기전에서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1차전을 손에 넣었다. 바로 이 지점, 휴스턴의 8회초 공격이 사실 오늘 경기의 최고의 승부처였다.

선두 타자 타베라스 선수의 2루타로 시카고의 선발 투수 콘트레라스가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새로 마운드에 오른 코츠에게 버크먼 안타를 뽑아내며 무사 1, 3루. 하지만 이후 코츠는 엔스버그와 램을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하지만 다음 타자는 킬러 B의 맏형, 제프 백웰. 아지 기엔 감독은 주저 없이 젠크스 카드를 뽑아 들었다. 비록 버크먼 대신 1루에 대주자로 나갔던 버크에도 도루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99 마일짜리 돌덩이 직구로 삼진. 위기를 넘겼다.





오늘도 화이트삭스는 1회부터 저메인 다이의 홈런으로 선취점을 얻어 내며 유리한 고지에서 경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1회에만 무려 13득점째. 반면 1회 실점은 2점에 지나지 않는다. 마이크 램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 다시 동점으로 맞이한 2회에는 피어진스키의 야수 선택, 그리고 후안 유리베의 2루타를 묶어 다시 2점 앞서 나갔다. 하지만 그대로 물러날 휴스턴이 아니었다. 버크먼 선수의 투런으로 경기는 다시 3:3으로 동점. 사실 버크먼 선수 .259의 WPA를 기록, 양 팀 모든 선수 가운데 크리디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후론 크리디의 맹활약. 여기에 8회말 터진 포세드닉의 3루타로 1점을 더 추가하며 5:3으로 산뜻하게 승리를 챙겼다.

한편, 휴스턴은 로저 클레멘스의 부진이 안타까웠다. 2이닝 동안 4피안타 2실점. 게다가 좌측 햄스트링 부상으로 경기에서 물러나 더더욱 필 가너 감독에겐 고민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만약 클레멘스 선수의 부상 정도가 심해, 시리즈 내내 출장이 불가능하다고 하면, 그의 부재 자체가 안기는 심각한 영향력뿐 아니라 팀은 로스터가 한 명 부족한 상태로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어려움 또한 안을 수밖에 없다. 모쪼록 큰 부상이 아니길 기원한다.

2차전은 역시 시카고에서 벌어지며, 양 팀 선발은 모두 좌완 투수가 내정돼 있다. 시카고 화이트 삭스에서는 벌리, 휴스턴의 선발은 페티트다. 벌리는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2승 무패, 방어율 2.81, 페티트는 1승 1패 4.66의 방어율을 기록 중이다. 벌리가 포스트시즌 연승 행진을 이어갈지, 페티트가 포스트시즌 최다승 타이 기록을 세울지 있을지, 두 선수의 맞대결을 한번 기대해 보자.


시카고 화이트삭스 WPA

휴스턴 애스트로스 W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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