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이번 시즌 부시 스타디움 티켓 브로셔에 씌어 있던 말

Saying goodbye has never been so much fun.
미 프로야구(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챕피언십(NLCS) 6차전에서 세인트루이스가 패하면서 세인트루이스가 1966년부터 사용한 부시스타디움은 이제 역사 속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됐습니다. 동시에 이른바 '쿠키커터' 구장 시대도 막을 내렸습니다.

메이저리그 야구장 디자인에도 어떤 조류 혹은 유행 같은 게 있었습니다. 쿠키커터는 위에서 봤을 때 거의 완벽히 동심원에 가깝게 생긴 구장 형태를 뜻합니다. 쿠키를 찍어내는 틀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쿠키커터. 이런 구장은 야구 경기 전용 구장보다 다목적 형태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풋볼 축구 콘서트 등에 두루두루 활용했던 거죠. 구장 이름에도 필드나 볼 파크보다 스타디움이 많이 붙습니다.

구장 사진 개막전 폐막전 사용팀 새 구장
애틀랜타-풀턴
카운티 스타디움
1966.04.12 199610.24 브레이브스(MLB)
팰콘스(NFL)
터너 필드
부시 스타디움
1966.05.12 2005.10.20 카디널스
(MLB, NFL)
뉴 부시
스타디움
리버프런트
스타디움
(시너지 필드)
1970.06.30 2002.09.22 레즈(MLB)
벵갈스(NFL)
그레이트
아메리칸 파크
스리 리버스
스타디움
1970.07.16 2000.10.01 파이어리츠(MLB)
스틸러스(NFL)
PNC 파크
베테랑스
스타디움
1971.04.10 2003.09.28 필리스(MLB)
이슬스(NFL)
시티즌스
볼파크

스리(3)리버스 스타디움 구장 좌석 배치도를 보면 아시겠지만 쿠키커터 구장은 완벽한 좌우 대칭이 특징입니다. 또한 베테랑스 스타디움을 보면 인조 잔디가 깔려 있다는 점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나중에 천연잔디로 바꾼 경우도 있지만 쿠키커터 구장은 인조잔디가 대세였습니다. 다목적으로 쓰려면 이 편이 더 유용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지은 휴스턴 애스트로스 홈 구장 애스트로 돔도 지붕은 있만 쿠키 커터 구장의 구조를 거의 그대로 따랐습니다.


이는 최근에 신축한 구장들하고는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볼티모어 홈구장 캠든 야즈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비대칭적 외야, 천연 잔디가 기본입니다. 또 쿠키커터는 구장 전체를 높은 담벼락으로 둘러쌓은 게 특징입니다. 반면 최신 구장은 대개 백스크린 뒤쪽 관중석을 없애는 방식 등으로 구장 한쪽 면을 개방한 사례가 많습니다. 반면 스리리버스 스타디움이라든가 리버프론트 스타디움은 강 근처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외부로부터 완전히 차단된 구조였습니다.

구장을 30년 넘게 사용한 일이 많아 당연한 일이겠지만 쿠키 커터 구장에서는 참 많은 역사가 이뤄졌습니다. 애틀랜타에서는 행크 아론이 베이브 루스의 기록을 뛰어 넘는 715번째 홈런을 쏘아 올렸고, 부시 스타디움에서는 마크 맥과이어가 62번째 홈런으로 로저 매리스의 단일 시즌 최다 홈런록을 넘어 섰습니다. 필라델피아에서는 피트 로즈가 타이 콥의 통산 최다 안타보다 하나 더 많은 4192번째 안타를 때려내죠. 지역 사회 발전에 공헌한 선수에게 주는 상 이름의 주인공, 로베르토 클레멘테의 3000번째 안타가 터진 곳도 스리리버스 스타디움이었습니다. 필라델피아는 현재까지 유일한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홈 구장에서 따냈습니다.

부시 스타디움은 1966년에 개장한 뒤 40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켰습니다. 이보다 오래 쓴 쿠키커터 구장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다운타운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았던 게 장점이었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부시 스타디움을 마지막으로 찾으려는 관중들이 몰리면서 구장 최다 관중 신기록(350만 명)을 세웠습니다.

 현재 부시 스타디움엔 천연잔디가 깔려 있습니다. 1966년 구장을 처음 지을 때도 천연잔디였습니다. 그러다 1970년 개막 을 앞두고 인조 잔디로 바꿨습니다. 1977년까지 내야 흙은 그대로였죠. 1996년 구단주가 바뀐 뒤로 천연잔디로 복귀했습니다. 중견수쪽에는 수동 전광판도 달았습니다. 

풋볼팀은 1987년 피닉스로 연고지를 옮긴 뒤였기 때문에 야구 전용 구장으로 바꾸는 데 걸림돌이 없었습니다. 로스앤젤레스(LA)를 연고지로 했던 램스가 세인트루이스로 연고지를 옮겨 1995 시즌 일부를 부시 스타디움에서 치르긴 했습니다. 그러나 램스도 금세 새 구장으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야구팀 카디널스도 부시 스타디움을 떠납니다.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름이 같은 구장을 옛 구장 바로 옆에 짓기 때문입니다. 현재 구장 일부도 새로운 구장 안으로 들어갑니다. 당연히 새 구장 내부에는 옛 구장을 추억할 수 있는 기념관도 마련합니다. 세인트루이스 야구팬들은 분명 부시 스타디움을 그리워할 겁니다. 동시에 새 구장에서 새 역사를 써나갈 부푼 꿈도 꾸고 있겠죠?


현재 분위기로는 2006 시즌 개막일에 새 구장에서 경기를 치르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마감가 끝나는 시기는 내년 6월경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공사에는 총 3억4480만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450만 달러는 세인트루이스 카운티로부터 장기대출 받은 금액입니다.


1966년 5월 12일 열린 부시 스타디움 개막전에서 애틀랜타에 4대 3으로 승리를 거뒀으며, 최종전인 '05 NLCS 6차전에는 5대 1로 패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세인트루이스는 총 6회 월드 시리즈에 진출해 1967년과 1982년 월드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정규 시즌에서는 1760승 1409패, 포스트 시즌 성적은 35승 18패였습니다.

새 구장에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갈 세인트루이스 팬 및 시민 여러분께 위로와 축하의 말씀을 동시에 드리며, 우리나라도 새 구을 많이 지어 야구팬들이 편안하고 안락하게 야구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간곡하게 기원합니다. 유일하게 신나고 재미있는 작별이라면, 현재 국내 구장을 떠나는 일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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