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요즘은 국내에서 MLB.TV를 시청하는 팬들이 꽤 된다. 그리고 메이저2.0에서도 Xports 중계 화면뿐 아니라 MLB.TV를 그대로 재송출하는 방식으로 채택해 메이저리그 팬들의 선택권을 넓혀주고 있는 상황. 그래서 이제 한국에서도 MLB를 시청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만 해도 박찬호 경기를 제외하면 메이저리그를 접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AFN 정도가 유일한 통로.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실제 경기 대신 하드볼이나 트리플 플레이 등으로 대리만족을 느꼈던 게 사실. 그래서 '게임으로 메이저리그를 배웠나'라는 조롱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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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후의 하이히트나 MVP 시리즈 역시 만찬가지지만,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원하는 선수들로 로스터를 작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오클랜드에서도 양키스에서처럼 마음대로 선수 수집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게임을 거듭하다 보면 꼭 영입하게 되는 선수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나의 경우 그런 선수 셋이 있었다. 3루수 칼 립켄 주니어, 외야수 토니 그윈 그리고 1루수 마크 맥과이어. 이 셋은 실력도 실력이었지만 사실 여러모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들이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세 선수 모두 2001 시즌을 맞이하면서 은퇴를 천명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팬들이 이들의 은퇴를 아쉬워한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올해 초 드디어 2001 시즌 이후 은퇴한 선수들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자격을 얻게 됐다.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칼 립켄 주니어와 토니 그윈은 역대 3위와 7위의 투표율을 획득하며 무난히 명예의 전당에 입성. 하지만 은퇴 당시만 해도 입성이 유력하던 마크 맥과이어는 다음 기회로 밀려나고 말았다. 역시나 스테로이드 스캔들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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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판 현수 행사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칼 립켄 주니어는 소감 발표를 통해 "우리는 좋든 싫든 롤 모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좋은 사람으로 남느냐 그렇지 못하냐 하는 것뿐"이라고 밝히며 스테로이드 사용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을 피력했다.

토니 그윈 역시 "요즘처럼 약물이 남용되는 현실에서 우리 둘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깨끗하다는 것을 팬 여러분이 알아주셨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팬과 가족에 대한 감사의 멘트를 제외하자면 가장 스테로이드 문제에 대해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한 것이다.

사실 두 선수 모두 그라운드 안에서 이룩한 성적뿐 아니라 훌륭한 인품 역시 좋은 평가를 받는 선수들. 빌 클리턴 前미국 대통령이 "모든 부모는 자신의 아이들이 칼 립켄 주니어처럼 키우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래서 이 둘의 이런 태도는 상당한 설득력을 얻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래서 맥과이어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동시에 배리 본즈라는 이름이 너무도 아쉽다. 두 선수 모두 우리 세대의 대단한 홈런왕이었다. 사실 나는 여전히 맥과이어보다 질 좋은 홈런을 날리는 선수는 없다고 믿는다. 하지만 아마 이 두 선수가 칼 립켄 주니어 혹은 토니 그윈 같은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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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립켄 주니어와 토니 그윈은 살아 있는 전설로 남았지만, 이 둘의 이름 앞에는 영원한 별표*가 따라다닐지도 모르겠다. 이건 선수들 본인뿐 아니라 그들을 믿고 지지하고 응원해준 팬들에게도 너무 아쉬운 일이다.

약물 사용은 결국 팬들에게도 아픔을 주는 일이라는 것, 모든 선수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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