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빈은 7월 31일 밀워키전에서도 6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 요건을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문제는 불펜. 톰 글래빈은 300승 투수의 꿈을 다음 등판으로 미뤄야 했다.
8월 6일 시카고 컵스와 경기에서 승리를 챙기며 톰 글래빈은 300승 클럽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통산 성적은 300승 197패, 방어율 3.49.
지금껏 300승 대열에 오른 투수는 모두 23명, 이 가운데 왼손 투수는 톰 글래빈을 포함해 5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1960년대 이후에 데뷔한 선수로서는 9번째 300승 투수다.
그런데 이 9명 가운데 3명이 1980년대에 데뷔한 투수다. 현재까지 이들 모두 현역이다.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분명 로켓맨은 양키스로 돌아와 있었다.) 과연 우리는 가까운 시일 내에 또다른 300승 투수를 볼 수 있을까?
톰 글래빈 다음으로 가장 많은 승수를 올리고 있는 현역 투수는 랜디 존슨. 현재 284승을 기록 중인 존슨은 16승만 더 추가하면 300승 투수가 된다. 하지만 부상으로 이번 시즌을 접은 상태인데다 내년이면 랜디 존슨은 만 44세가 된다.
그럼 그가 300승 투수가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이것을 알려주는 도구가 바로 빌 제임스가 고안한 "Favorite Toy". 이 방식을 사용해 랜디 존슨이 300승 투수가 될 확률을 계산하면 48.4%가 나온다.
여기에는 랜디 존슨이 현재 수술을 앞둔 상태라는 것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를 반영하면 아마 이 수치는 더 낮아질 것이다. 전성기라면 한해에도 충분히 거둘 수 있던 16승이 그리 만만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최근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는 투수들 경우는 어떨까? 아래 표는 해당 선수들의 2007 예상 승수를 기준으로 계산해 본 "Favorite Toy"의 결과물이다.
카를로스 삼브라노와 C.C. 사바시아를 제외하면 10% 이상을 보이는 선수들이 없다. 이 방식으로 예측한 최다 승수 역시 235승밖에 되지 않는다. 투수들의 분업화가 확실히 자리 잡고, 5일 로테이션이 완성된 현재 선발 투수들의 승수 쌓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노장급 투수들의 사정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랜디 존슨 다음으로 많은 승수를 쌓은 마이크 무시나(245승)부터 데이빗 웰스(235승), 제이미 모이어(225승) 그리고 커트 실링(213승)에 이르기까지 "Favorite Toy"는 이들의 300승 달성 확률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결과를 내놓는다. 30대에 이미 200승을 거둔 페드로 마르티네스 역시 결과에 차이가 없다.
랜디 존슨이 300승 달성에 실패한다면 한 동안 300승 투수를 보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뜻이다. 어쩌면 톰 글래빈이 마지막 300승 투수가 될지도 모를 일. 그래서 톰 글래빈의 300승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진다.
사실 톰 글래빈은 우리 세대의 넘버 원 투수는 아니었다. 글래빈이 로저 클레멘스나 그렉 매덕스를 넘기란 버거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견해에 따라 랜디 존슨과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우위에 놓는 팬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글래빈이 페드로 마르티네스보다 떨어지는 건 화려함뿐이지 않았을까? 그는 꾸준했고 영리했으며 그 결과 300번이나 승리 투수가 됐다. 그것이 300승 투수가 갖는 참된 가치라고 믿는다. "승리를 향한 열정은 스피드 건데 찍히지 않는다." 승수를 믿지 않는 세이버메트리션도 그렇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