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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의 중심이 선 팀은 단연 텍사스 레인저스.

그것도 팀의 4번 타자와 마무리 투수를 시장에 내놓았다. 그리고 결국 두 선수 모두 8월 이후엔 각기 팀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게 됐다. 빅리그 최연소 단장인 존 다니엘스, 과연 장사를 제대로 했을까?

트레이드 시장에서 스타 선수를 내놓는 팀의 기본 원칙은 아주 간단하다. 파트너의 '현재'와 우리의 '미래'를 바꾸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니엘스가 선택한 팀들은 최적의 파트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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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테세이라를 영입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1루수는 수비보다 공격력이 강조되는 포지션이다. 이는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하지만 테세이라를 영입하기 전까지 애틀란타 1루수들은 .211/.270/.363밖에 때려내지 못했다. 거포 1루수에 대한 갈증이 누구보다 강렬했다는 이야기다.

카드도 최상이었다. 애틀랜타 소속이던 제로드 살탈라마치아는 빅 리그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포수 유망주로 평가받는 선수다. 그런데 브레이브스에는 이미 브라이언 맥칸이라는 젊은 포수가 자리 잡고 있는 상태. 결국 이래저래 두 팀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졌다는 뜻이다.

'미래'에 대한 다니엘스 단장의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유격수 자원인 엘비스 앤드루스와 마리아노 리베라와 비교되는 네프탈리 펠레즈까지 얻어온 것이다. 맷 해리스 역시 한 애틀란타 유망주 순위에서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단한 유망주. 텍사스가 추가로 지불한 비용은 론 마헤이뿐이었다.

결국 다니엘스 단장은 상대가 '현재' 원하는 4번 타자와 불펜 투수 카드를 가지고 '미래'의 유격수, 마무리 투수, 그리고 파워를 갖춘 주전 포수와 맞바꾼 셈이다. 확실히 다니엘스 단장이 트레이드 파트너로서 만만찮은 상대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 트레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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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스 단장의 이런 장사 수완은 가니에를 보스턴으로 보내는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텍사스에서는 가니에를 내주는 조건으로 케이슨 가바드, 데이빗 머피 그리고 엥헬 벨트레를 요구했다. 다니엘스가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물론 케이슨 가바드는 이번 시즌 4승 무패, 방어율 3.73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커트 실링의 복귀와 맞물려 이번 시즌 보스턴에서는 그의 자리를 찾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선 다니엘스 단장은 이 점을 분명히 파악하고 있었다.

데이빗 머피 역시 1라운드 픽이긴 하지만, 엘스버리나 모스의 성장 속도를 감안하자면 이미 보스턴에서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26살의 머피는 올해 AAA에서도 .280/.347/.423밖에 때려내지 못한 상태. 여기까지는 얼마든 주고받을 수 있는 카드였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엥헬 벨트레에 이르면 사정은 달라진다. 만 17세의 외야수 벨트레는 보스턴이 애지중지하던 유망주 가운데 하나였다. 테오 엡스타인 단장 역시 벨트레를 내주느니 가니에를 포기하는 게 낫겠다고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월드 챔피언을 향한 열망은 결국 벨트레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오카지마는 장타를 얻어맞기 시작했고, 파펠본의 구위 하락도 눈에 뜨일 정도. 그래서 가니에가 너무도 필요했다. 엡스타인은 트레이드 마감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야 벨트레를 데려가도 좋다는 의중을 전했다.

결국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통해 다니엘스 단장은 10대 최고의 유망주 셋을 모두 손에 넣게 됐다. 대개의 스카우트들이 당장 드래프트에 나와도 1라운드 초반에 뽑힐 것이라고 말하는 유망주 셋을 모두 텍사스 소속으로 만든 것이다. 그렇게 다니엘스는 모두가 부러워 할 법한 '미래'를 얻었다.

사실 테세이라와 가니에가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만 해도, 다니엘스 단장이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이 두 선수를 내놨다는 이야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트레이드 과정에서 다니엘스가 보여준 면모는 단장으로서 그의 능력을 재평가하게 만들었다. 그는 확실히 '현재'와 '미래'를 바꿀 줄 아는 단장이었다.

물론 유망주는 유망주일 뿐이다. 그리고 미래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분명 다니엘스는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최고의 카드를 활용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걷을 얻었다. 그래서 텍사스는 좀더 '확률 높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동시에 애틀랜타와 보스턴 모두 불과 며칠 전보다는 훨씬 '확률 높은' 10월을 꿈꿀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이번 두 트레이드는 세 팀 모두에게 윈-윈 트레이드다. 하지만 역시 진정한 승자는 텍사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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