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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MLB

리리아노 ≒ 산타나?


미네소타 트윈스 최고의 좌완 투수는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현재까지 요한 산타나다. 하지만 머잖아 프란시스코 리리아노(Francisco Liriano)가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 빅 리그 전체에서 최고의 좌완 투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의 대답이 그가 될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리리아노는 충분히 그럴 만한 가능성을 지닌 투수다.


리리아노는 지난 3월에 열린 WBC에 도미니카 공화국 대표로 참여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메이저리거 가운데는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이 즐비하다. 그래서 빅 리그에서 겨우 23.2이닝밖에 던지지 않은 투수가 뽑힌 건 확실히 이례적인 일. 게다가 그 이닝 동안 방어율마저 5.70으로 신통치 않았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무려 12.55의 K/9가 보여주는 그의 스터프를 감안하자면 당연한 선택이라 봐도 좋을 것이다.

리리아노는 97마일(약 155km/h)에 달하는 강속구를 던질 수 있다. 싱킹(sinking)성을 갖춘 질 좋은 공이다. 게다가 날카롭게 휘어져 나가는 고속 슬라이더를 던진다. 빠를 때는 슬라이더 구속이 89마일(142km)에 육박할 정도다. 여기에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체인지업 역시 수준급이다. 같은 팀에 요한 산타나가 뛰기에 그럴 일은 없겠지만, 다른 팀 소속이었다면 그에게 체인지업을 배우고자 하는 투수들이 줄을 섰을 것이다. 제구력 역시 산타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평균 이상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미네소타 코칭 스탭은 개막전 리리아노에게 선발 자리를 마련해 주지 않았다. 사실 지난해 미네소타 선발진의 수준을 감안하자면 풋내기가 뚫고 들어갈 자리는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시즌 개막을 불펜에서 맞이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선발진의 부진이 계속됐고, 결국 리리아노는 선발 등판 기회를 잡을 수가 있었다. 5월 19일 첫 선발 등판에 이어 내리 3연승, 숨을 한번 고르고 다시 현재까지 4연승을 내달리고 있다. 요한 산타나에게 견줘도 뒤지지 않을 성적이다.

물론 요한 산타나는 널리 알려진 대로 슬로우 스타터(Slow Starter)다. 시즌 초반에는 부진을 면치 못하지만 여름이 다가올수록 제 페이스를 찾아가는 타입의 선수라는 뜻이다. 그래서 현재까지의 기록만으로 이렇게 둘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불펜에서 투구한 경험이 있는 투수와 선발로만 나선 경우는 차이가 난다. 그래서 얼핏 보기에  현재까지 보여준 스터프 자체는 리리아노가 좀더 뛰어난 모양새처럼 보이기도 한다.


탈삼진 능력에 있어서 리리아노가 앞서지만 위에서 언급했던 대로 불펜 경험이 있기에 직접적인 비교는 곤란하다. 선발로 던진 51.0이닝만 비교하면 리리아노는 50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8.82의 K/9를 기록하고 있다. BB/9 역시 2.64로 다소 나빠진다. 모두가 산타나에 비해 뒤지는 기록이다. 그러나 이미 사이영상을 수상한 적이 있는 투수와 이제 겨우 신인왕에 도전하는 선수가 직접 비교된다는 것만으로도 리리아노가 정말 '물건'이라는 사실이 증명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지적해야 할 사람이 한 명있다. 바로 미네소타 AAA팀 뉴 브리튼(New Britain)의 투수 코치였던 바비 케야르(Bobby Cuellar)다. 두 좌완 모두 빅 리그에 훌륭하게 데뷔할 수 있었던 공을 케야르에게 돌리곤 했다. 케야르는 좌완 투수들의 딜리버리(Delivery)를 조정하고, 체인지업을 가르치는 데 있어 탁월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고의 좌완 투수 유망주가 연거푸 같은 팀에서 나온 건 우연만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역시 좋은 투수가 나오기 위해서는 좋은 코치 역시 필요하다.

이 팀의 주전 포수 조 마우어는 오늘 현재 .397의 타율로 빅 리그 전체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는 이제 겨우 만 23살이 넘었을 뿐이다. 게다가 4번 타자 저스틴 모어노(Justin Morneau) 역시 겨우 '81년생이다. 이 팀의 에이스는 이제 야구 선수의 전성기인 만 27세 무렵에 접어들었다. 게다가 좌완이다. 이 시점에 또 다른 좌완 신인이 리그를 초토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는 초반에 성적을 너무 많이 까먹어서 반전이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년이 되면 이 팀은 정말 더 무서운 팀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크다.

어떤 팀은 미래를 위해 투자하다가 현재와 미래를 모두 놓치기도 하고, 또 어떤 팀은 현재를 좇다가 미래를 날려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미네소타는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유망주들이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강팀으로서의 이미지 또한 몇 년째 유지되고 있다. 빅 마켓이 아니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오클랜드와는 또 다르게, 스몰 마켓팀이 살아남는 법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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