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집에 누구나 하나씩 있을 법한 개근상장.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홈페이지

때로는 개근상이 우등상보다 빛날 때가 있습니다.

 

개근상 주인공은 윔블던에 나서면서 메이저 대회 62회 연속 출전 기록을 세운 알리제 코르네(32·프랑스)입니다.

 

메이저 대회 62회 연속 출전은 스기야마 아이(杉山愛·47·일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역대 최다 타이 기록입니다.

 

여자 테니스 역사상 코르네보다 더 오랫동안 계속해서 메이저 대회에 출전한 선수는 아무도 없는 겁니다.

 

반면 우등생 주인공인 이가 시비옹테크(21·폴란드·세계랭킹 1위)는 기껏해야(?) 21세기 여자 테니스 최다 연승 기록을 쓰고 있었을 뿐입니다.

 

세계랭킹 1위 이가 시비옹테크를 물리친 알리제 코르네. 런던=로이터 뉴스1

세계랭킹 37위인 코르네는 2일(이하 현지시간) 윔블던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3회전에서 2-0(4-6, 2-6) 승리를 거두고 시비옹테크의 37연승 행진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그러면서 코르네는 2월 16일 카타르 오픈 16강전에서 2-1(4-6, 6-1, 77-64) 승리를 거둔 옐레나 오스타펜코(라트비아·17위) 이후 처음으로 시비옹테크를 꺾은 선수가 됐습니다.

 

시비옹테크를 상대로 한 세트도 빼앗기지 않은 건 올해 호주 오픈 준결승 상대였던 다니엘 콜린스(29·미국·#위) 이후 코르네가 처음입니다.

 

당시 콜린스는 시비옹테크를 상대로 2-0(6-5, 6-1) 승리를 기록했습니다.

 

코르네는 "나는 시비옹테크의 팬이다. 여자 테니스를 대표하는 선수를 이겨서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알리제 코르네 매치 포인트. 유튜브 캡처

코르네는 이날 승리로 세계랭킹 1위 선수를 상대로 4승 3패를 기록하게 됐습니다.

 

이전에 코르네가 랭킹 1위를 꺾었던 세 차례 모두 상대는 세리나 윌리엄스(41·미국)였습니다.

 

코르네는 2014년 윔블던 때도 역시 1번 코트에서 윌리엄스와 3회전 맞대결을 벌여 2-1(1-6, 6-3, 6-4) 승리를 기록한 적이 있습니다.

 

코르네는 "이 코트는 나에게 행운이 깃듯 부적 같다"면서 "오늘 같은 경기가 내가 사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깊어지는 프랑스 와인 같다. 올 시즌 선수로서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고 자평했습니다.

 

윔블던 3회전 패배 후 코트를 떠나고 있는 이가 시비옹테크. 런던=AP 뉴시스

반면 2018 윔블던 주니어 챔피언 출신인 시비옹테크는 올해도 이 '런던 퀸'이 되는 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시비옹테크는 "대개 코트에 설 땐 다 계획이 있다.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는 뭘 바꿔야 할지 안다. 그런데 모든 게 너무 빨리 벌어지는 잔디 코트에선 그걸 몰라 혼란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잔디 코트는 이제 대부분에게 낯선 코트다 보니까 이런 이야기가 아주 틀렸다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시비옹테크가 프로 전향 후 잔디 코트에서 경기를 치른 건 올해 윔블던 세 경기를 포함해 15경기뿐입니다(9승 6패).

 

코르네는 이날까지 잔디 코트에서 65경기를 치러 그 중 30경기(46.2%)를 이긴 상태입니다.

 

알리제 코르네와 경기를 벌이고 있는 이가 시비옹테크. 런던=로이터 뉴스1

시비옹테크는 비록 프랑스 오픈에 이어 메이저 대회 2연패에는 실패했지만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 오픈 때가 되면 다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힐 겁니다.

 

랭킹 포인트도 8576점으로 2위 온스 자베르(28·튀니지·4340점)에 앞서 있어 랭킹 1위 자리를 빼앗길 일도 없는 상황.

 

현재로서는 여자 테니스 '열국지'(列國志)를 끝낼 가장 강력한 후보로 계속 시비옹테크를 꼽는 게 합리적인 선택일 겁니다.

 

코르네도 지지 않습니다. 코르네가 US 오픈에 출전하면 앞에 나온 스기야마를 넘어 메이저 대회 최다 연속 출전 새 기록을 쓰게 됩니다.

 

역시 개근상이 꼭 우등상보다 못한 것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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