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 조직 위원회에서 마지막 세트에 '슈퍼 타이 브레이크'를 도입한 게 신의 한 수가 되고 있습니다.
'코트 위 악동' 닉 키리오스(25·호주·세계랭킹 26위)는 25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2020 호주 오픈 남자 단식 3회전에서 카렌 하차노프(24·러시아·17위)를 3-2(6-2, 7-67-5, 6-76-8, 6-77-9, 7-610-8)로 물리쳤습니다.
키리오스는 3세트 이후 계속 매치 포인트를 잡았지만 결국 마지막 세트 타이 브레이크에서 10번째 점수를 내기 전까지는 경기를 끝내지 못했습니다.
총 경기 시간은 4시간 26분. 키리오스 테니스 인생에서 제일 긴 경기였습니다.
키리오스는 경기 후 "양 쪽 다리가 각각 40㎏은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선수가 피곤하면 관중은 즐겁게 마련입니다. 특히 키리오스가 호주 출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랬습니다.
이 대회에서 호주 출신 남자 선수가 단식 챔피언에 오른 건 1976년 대회 때 마크 에드먼슨(66)이 마지막.
이 대회에서 44년 만에 호주 출신 남자 단식 챔피언이 나오길 꿈꾸는 안방 팬들은 끝까지 일방적인 응원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키리오스는 4회전(16강)에서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최다(20회) 우승 타이 기록을 노리는 '흙신' 라파엘 나달(34·스페인·1위)을 상대합니다.
전날에는 로저 페더러(39·스위스·3위)가 이 슈퍼 타이 브레이크를 통해 승자가 됐습니다.
페더러는 이날 존 밀먼(31·호주·47위)과 3회전을 벌여 3-2(4-6, 7-67-2, 6-4, 4-6, 7-610-8)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날 페더러는 5세트 타이 브레이크 때 4-8까지 뒤졌습니다. 다른 대회였다면 페더러는 4-7이 됐을 때 이미 이 경기를 내줘야 했습니다.
원래 타이 브레이크는 7점이 기준이고, 그나마 US 오픈을 제외한 나머지 메이저 대회에서는 마지막 세트에 타이 브레이크를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호주 오픈은 지난해부터 마지막 세트에 10점 기준으로 타이 브레이크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한 선수가 10점 이상 따낸 상태에서 상대 선수와 2점 이상 차이가 나면 경기에서 승리하는 방식입니다.
그 덕에 페더러는 4-8에서 6연속 득점에 성공하면서 이 대회 통산 100번째 승리를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페더러는 경기 후 "슈퍼 타이 브레이크가 아니었으면 졌을 경기"라면서 "많은 경기에서 이기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좋은 경기를 하는 것도 내가 테니스를 하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페더러와 16강에서 맞붙을 선수는 마르톤 퍼소비치스(28·헝가리·67위)입니다.
한편 24일 여자 단식 3회전에서는 이변이 속출했습니다1
왕창(王薔·28·중국·29위)은 세리나 윌리엄스(39·미국·9위)를 2-1(6-4, 6-77-2, 7-5)로 물리쳤고, 코리 고프(16·미국·67위)도 '디펜딩 챔피언' 오사카 나오미(大坂なおみ·23·일본·4위)에 2-0(6-3, 6-4) 완승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US 오픈 때도 똑같은 매치업이 있었습니다. 윌리엄스는 당시 8강에서 왕창을 2-0으로 물리쳤고, 오사카 역시 3회전에서 고프에 2-0 승리를 기록했지만 옛날에 이긴 걸로 16강 진출권을 따낼 수는 없었습니다.
왕창은 온스 자베르(26·튀니지·78위), 고프는 소피아 케닌(22·미국·15위)과 4회전 맞대결을 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