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70-68.


존 이스너(33·미국·세계랭킹 10위)가 2010년 윔블던 남자 단식 1회전에서 니콜라 마위(36·프랑스·165)에 3-2(6-4, 3-6, 6-7, 7-6, 70-68) 승리를 기록할 때 나온 5세트 게임 스코어입니다.


이 경기는 그해 6월 22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6시 13분 시작해 이틀 뒤인 24일 오후 4시 47분에 끝이 났습니다. 물론 사흘 동안 계속 경기를 벌인 건 아니지만 그래도 경기가 끝날 때까지 총 11시간 5분이 걸렸습니다. 이 경기는 지금까지도 테니스 역사상 제일 긴 경기로 남아 있습니다.


저는 당시 이 경기를 소개하는 포스트를 쓰면서 '마지막 세트에도 타이브레이크를 허(許)하라!'고 제목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9년 만에 이 요구가 현실이 됐습니다. 윔블던을 개최하는 올잉글랜드론테니스클럽(AELTC·All England Lawn Tennis Club)에서 내년 대회 때부터 마지막 세트에도 타이브레이크 규칙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AELTC는 19일 "최근 20년 동안 경기 결과를 분석한 결과 마지막 세트에서 게임 스코어 12-12가 되면 타이브레이크 규칙을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내년부터 예선을 포함해 남녀 (일반부) 단·식 및 혼합복식, 주니어 단·복식 경기에 새 규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이스너는 트위터에 세계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챔피언 언더테이커가 일어나는 장면을 띄웠습니다.



언더테이커(undertaker)는 저승사자(장의사)라는 뜻. 윔블던에서 승리와 패배를 결정하는 저승사자를 일으켜세웠다는 뜻일 겁니다. 


이스너는 2010년에만 윔블던에서 마라톤 게임을 치른 게 아닙니다. 케빈 앤더슨(33·남아프리카공화국·8위)과 맞붙은 올해 준결승에서도 5세트에 50게임을 치러 2-3(6-7, 7-6, 7-6, 4-6, 24-26)으로 패했습니다.



이스너는 남자프로테니스(ATP)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준결승이 끝난 뒤 케빈과 함께 대회 조직위원회에 12-12 정도면 타이 브레이크 규칙을 적용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제안했다"면서 "이 정도면 경기에서 뛰는 선수나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 팬 모두에게 적당한 시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윔블던에서 처음 타이브레이크 규칙을 적용하기 시작한 건 1971년부터였지만 지금까지 마지막 세트는 예외였습니다. 윔블던만 이상한 건 아닙니다. 4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마지막 세트에도 타이브레이크 규칙을 적용하는 건 US 오픈뿐이었으니까요.


프랑스 오픈은 베이나루 지우디첼리 프랑스테니스협회장(60)이 세리나 윌리엄스(37·미국·17위) 옷차림을 두고 나무라는 걸 보면 변화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을지 모릅니다. 대신 호주 오픈은 윔블던을 따라 결정을 내릴 확률이 높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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