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카타르항공 후원 소식을 알리는 캄노우 외벽. 카타르항공 제공

"오늘은 슬픈 날입니까? 아니면 행복한 날입니까?"

 

2013년 3월 4일(이하 현지시간) 저는 FC바르셀로나 안방 구장 캄노우에 있었습니다.

 

바르셀로나는 이 자리에서 카타르항공과 연간 4500만 달러(당시 약 637억 원) 규모로 후원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바르셀로나가 유니폼 가슴에 카타르항공 로고를 박는 조건이었습니다.

 

바르셀로나가 유니폼에 상업 광고를 부착한 건 114년 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러자 한 기자가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저렇게 물었습니다.

 

캄노우를 가득 채운 팬들. 바르셀로나=로이터 뉴스1

위 단락은 2018년 7월 31일 이 블로그에 쓴 <FC바르셀로나 "구장(캄노우) 이름 팝니다."> 포스트에서 빌려 온 것.

 

당시 저는 어쩐지 캄노우가 중국식 성(姓)을 갖게 될 것 같다고 예상했는데 제가 틀렸습니다.

 

실제로는 '스포티파이'라는 스웨덴식(?) 성을 갖게 됐기 때문입니다.

 

바르셀로나는 "스포티파이와 장기 후원 계약을 맺었다"고 15일 발표했습니다.

 

혹시 모르시는 분이 계실까 봐 말씀드리면 스포티파이는 2008년 스웨덴에서 시작한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업체입니다.

 

구단에서는 후원 금액을 따로 밝히지 않았는데 AP통신은 연간 6000만 유로(약 817억 원)에서 7000만 유로(약 953억 원) 사이가 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FC바르셀로나 메인 스폰서를 맡기로 한 스포티파이.

이번 계약에는 캄노우 명명권을 스포티파이에 넘기는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캄노우는 올 7월부터 '스포티파이 캄노우'로 부르게 됐습니다.

 

1957년 문을 연 캄노우 앞에 후원사 이름이 붙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알렉스 노르스트룀(43) 스포티파이 '프리미엄(Freemium) 사업 최고 책임자'는 "스포티파이 캄노우를 음악과 축구를 결합한 새로운 세계관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또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회사 로고뿐 아니라 다양한 음악가를 소개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니까 어쩌면 방탄소년단(BTS)을 모티프로 제작한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볼 수도 있는 겁니다.

 

 

이 글 맨 처음에 등장했던 기자는 바르셀로나가 순수성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러나 어쩌면 세상에 돈만큼 순수한 건 없는지도 모릅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순수함을 지키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이 불순한 일을 저지르는 건 돈이 많기 때문이 아니라 돈이 없기 때문이니까요.

 

적어도 돈이 있었다면 리오넬 메시(35)가 바르셀로나를 떠나는 일 같은 건 확실하게 없었을 겁니다.

 

그러니 바르셀로나 역사에 있어 오늘은 행복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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