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로스앤젤레스(LA) 램스 쿠퍼 컵이 결승 터치다운 패스를 받아내는 장면. 잉글우드=AP 뉴시스

로스앤젤레스(LA) 램스가 '올 오 낫싱' 작전에 성공했습니다.

 

램스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56회 슈퍼볼에서 신시내티에 23-20 재역전승을 거뒀습니다.

 

램스가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챔피언에 오른 건 1999~2000 시즌 이후 22년 만이자 통산 두 번째입니다.

 

당시 램스는 LA가 아니라 세인트루이스에 둥지를 틀고 있었습니다.

 

1999~2000시즌 램스 공격을 진두지휘했던 커트 워너.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홈페이지

1936년 클리블랜드에서 창단한 램스는 1946~1947 시즌을 앞두고 LA로 연고지를 옮겼습니다.

 

그러다 1995~1996 시즌 개막 전 다시 세인트루이스로 건너갑니다.

 

1982~1983 시즌부터 LA로 건너왔던 레이더스도 같은 해 오클랜드로 돌아갔습니다.

 

이후 2016~2017 시즌 램스가 돌아오기 전까지 미국 두 번째 대도시 LA에는 NFL 팀이 없었습니다.

 

램스 우승 소식을 알리고 있는 소파이 스타디움 전광판. 잉글우드=AP 뉴시스

2017~2018 시즌부터는 차저스도 샌디에이고에서 돌아오면서 LA는 NFL 팀 두 개를 보유한 도시가 됐습니다.

 

램스와 차저스가 안방으로 쓰는 구장이 바로 소파이 스타디움입니다.

 

프로 리그 챔피언결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슈퍼볼은 올스타전처럼 경기 장소를 미리 정해 놓습니다.

 

램스는 1992~1993 시즌 이후 29년 만에 LA 지역에서 열리는 슈퍼볼에서 우승하겠다면서 '올인!'을 외칩니다.

 

터치다운 패스 성공 후 기뻐하는 매슈 스태퍼드. 잉글우드=로이터 뉴스1

시작은 주전 쿼터백 제러드 고프(28)를 디트로이트로 보내는 대신 같은 포지션에서 뛰는 매슈 스태퍼드(34)를 영입한 것.

 

램스는 이 과정에서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두 장에 3라운드 지명권도 한 장 얹어줬습니다.

 

그리고 8주 차까지 7승 1패를 기록한 뒤 라인배커(수비수) 본 밀러(33)를 트레이드를 통해 덴버에서 영입합니다.

 

램스는 2015~2016 슈퍼볼 최우수선수(MVP) 밀러를 데려오는 조건으로 신인 드래프트 2, 3라운드 지명권을 넘겼습니다.

 

상대 쿼터백 조 버로를 쓰러뜨리고 있는 본 밀러. 잉글우드=로이터 뉴스1

이후 3연패에 빠지기도 했지만 램스는 결국 정규리그 일정이 17경기로 늘어난 첫 시즌을 12승 5패로 마감했습니다.

 

내셔널풋볼콘퍼런스(NFC) 4번 시드에 해당하는 성적이었습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애리조나를 34-11로 꺾은 뒤 디비저널 라운드에서 '디펜딩 챔피언' 탬파베이에 30-27 진땀승을 거두고 콘퍼런스 챔프전에 올랐습니다.

 

콘퍼런스 챔프전에서는 샌프란시스코에 7-17로 끌려가다 20-17로 역전승을 거두며 네 시즌 만에 슈퍼볼 무대를 밟았습니다.

 

+10 → -7 → +3

램스는 경기 시작 8분 38초 만에 스태퍼드가 첫 번째 터치다운 패스에 성공하면서 7-0으로 앞서가기 시작했습니다.

 

1쿼터 종료 31초 전 신시내티가 필드골로 추격하자 스태퍼드는 2쿼터 시작 2분 4초 뒤에 또 한 번 터치다운 패스를 연결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램스는 2점 컨버전을 시도했지만 실패하면서 점수는 13-3.

 

2쿼터 종료 5분 52초를 남겨 놓고 신시내티가 경기 첫 번째 터치다운에 성공하면서 램스는 13-10으로 앞선 채 전반전을 끝냈습니다.

 

티 히긴스와 제일런 램지. 잉글우드=로이터 뉴스1

문제는 3쿼터 시작과 동시에 나왔습니다.

 

신시내티 쿼터백 조 버로(26)는 공격 시작과 동시에 그라운드 왼쪽 깊숙이 달리던 티 히긴스(23)에게 공을 던졌습니다.

 

이때 히긴스를 마크하던 제일런 램지(28)가 넘어지면서 75야드 터치다운 패스가 나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히긴스가 램지의 마스크를 잡아당겼지만 심판진이 이를 보지 못했습니다.

 

히긴스 반칙 + 역전 터치다운. NBC 중계화면 캡처

그 결과 전반 내내 앞서가던 램스는 13-17로 쫓기는 신세가 됐습니다.

 

이후 양 팀이 필드골을 하나씩 주고받으면서 램스는 16-20으로 뒤진 상태로 마지막 쿼터에 접어들었습니다.

 

4쿼터 들어서는 펀트와 펀트가 이어지던 가운데 램스는 경기 종료 1분 44초를 남겨 놓고 터치다운에 성공했지만 반칙으로 노 플레이.

 

그러나 경기 종료 1분 29초를 남겨 놓고 스태퍼드가 던진 공을 쿠퍼 컵(29)이 받아내면서 램스가 다시 앞서가게 됐습니다.

 

LA 램스 역전 결승 터치다운. NBC 중계화면 캡처

경기 종료 1분 25초 상황에서 마지막 공격에 나선 신시내티는 패스를 두 번 연속 성공하면서 중앙선을 넘는 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세컨드 앤드 1' 상황에서 두 차례 공격 시도에 연거푸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다음번 공격에 실패하면 그대로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넘겨줘야 하는 상황.

 

여기서 에런 도널드(31·디펜시브 태클)가 상대 쿼터백 버로를 그라운드에 쓰러뜨리면서 램스는 우승을 사실상 확정합니다.

 

조 버로를 그라운드에 쓰러뜨리는 에런 도널드. NBC 중계화면 캡처

램스는 당연히 닐 다운을 선택했고 그대로 39초를 흘려보내며 우승을 확정했습니다.

 

아, 이번 시즌 램스가 안방에서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들어 올린 첫 번째 팀은 아닙니다.

 

지난 시즌 슈퍼볼은 탬파 레이먼드 제임스 스타디움에서 열렸고 이 구장을 안방으로 쓰는 탬파베이가 캔자스시티를 31-9로 꺾었습니다.

 

이런 기록이 나온 게 딱 두 번인데 공교롭게도 두 시즌 연속이 된 겁니다.

 

슈퍼볼 MVP로 뽑힌 쿠퍼 컵.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사무국 제공

슈퍼볼 MVP는 역전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한 컵에게 돌아갔습니다.

 

컵은 이번 정규시즌에 리시브(145회), 리시빙 야드(1947야드), 터치다운 리시브(16회)에서 모두 1위에  오르는 '트리플 크라운'을 성공한 선수입니다.

 

그러면서 올해의 공격수(OPOY)로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같은 시즌에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고 OPOY로 뽑힌 뒤 슈퍼볼 MVP 타이틀까지 차지한 건 컵이 처음입니다.

 

하프타임 쇼를 펼치고 있는 힙합 뮤지션. 잉글우드=로이터 뉴스1

LA에서 경기가 열린 만큼 이번 슈퍼볼은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도 볼거리가 차고 넘쳤습니다.

 

양 팀을 소개하는 오프닝 세그먼트를 맡은 배우 드웨인 '더 락' 존슨은 프로 레슬러 시절로 돌아간 듯 경기장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또 닥터 드레, 스눕 독, 50센트, 메리 J 블라이즈, 켄드릭 라마, 에미넴 같은 힙합 스타가 출동한 하프타임 쇼 역시 근래에 보기 드문 명공연으로 꼽을 만합니다.

 

다음 시즌 슈퍼볼은 애리조나 안방 구장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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