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현대건설 13연승을 저지한 한국도로공사 이윤정.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한국도로공사 '경력직 신입 사원' 이윤정(24·세터)이 쉽게 무너질 것 같지 않던 현대건설을 쓰러뜨렸습니다.

 

한국도로공사는 7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1~2022 도드람 V리그 안방 경기에서 현대건설에 3-2(25-19, 23-25, 24-26, 25-23, 15-11) 재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지난 시즌 흥국생명이 세운 시즌 개막 후 10연승 기록을 깨뜨린 뒤에도 지는 법을 모르던 현대건설은 이날 경기로 연승 행진이 '12'에서 멈췄습니다.

 

반면 한국도로공사는 이윤정을 주전 세터로 내세운 뒤로 5연승을 기록하게 됐습니다.

 

한국도로공사 주전 세터로 시즌 개막을 맞았던 이고은.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이고은(26)이 주전 세터였던 시즌 첫 여덟 경기에서 한국도로공사는 공격 효율 .262를 기록했습니다.

 

이윤정이 주전 세터가 된 뒤로 이 기록은 .322로 올랐습니다.

 

시즌 전체적으로 이고은은 동료 공격수가 공격 효율 .298을 기록하게 만드는 세터입니다.

 

이윤정이 세팅할 때는 이 기록이 .334로 12.1% 올랐습니다.

 

문제(?)가 있었다면 '클러치 박' 박정아(28)가 이윤정이 띄운 공을 처리하는 데 애를 먹었다는 것.

 

단, 최근 두 경기에서는 공격 효율 .327을 기록하면서 점점 합이 맞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박정아는 이날도 5세트에만 4점을 뽑는 등 이번 시즌 최다인 19득점을 올리면서 현대건설을 꺾는 데 앞장섰습니다.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앞으로 순위 경쟁은 결국 박정아가 얼마나 해주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윤정이 통계적으로 이고은과 굉장히 다른 공격 옵션을 선택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면 이윤정이 팀 공격 효율을 끌어올린 비결은 뭘까요?

 

'배구 천재' 배유나(32)는 "이윤정은 정석대로 경기 운영을 잘한다"면서 "손에서 볼이 나가는 스피드가 좋고 각 공격우세게 맞는 공을 주려고 정말 노력을 많이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윤정은 "코트 안에서 막내지만 포지션 특성상 중심을 잡고 팀을 이끌어야 한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수록 다양한 플레이를 통해 빨리 분위기를 바꾸려고 노력한다"고 말했습니다.

 

수원시청 소속으로 2019 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에 참가했던 이윤정.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수원전산여고(현 한봄고) 졸업생인 이윤정은 원래 2015~2016 신인 드래프트 지명 대상이었지만 드래프트 참가 신청 대신 실업팀 수원시청 입단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이 선택으로 한국배구연맹(KOVO) 규약 제89조에 따라 5년간 프로 무대에 발을 들여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윤정은 "처음에는 실업팀에서 만족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나도 드래프트에 참가할 걸 그랬나'하고 후회가 들었다. 이제라도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김 감독에게 '러브 콜'을 받아 드래프트 참가 신청서를 낸 이윤정은 2라운드 2순위로 한국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었고 흥국생명 정윤주(18)와 함께 가장 강력한 신인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한국도로공사에 5연승을 안긴 이윤정.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이윤정이 신인상을 받게 되면 프로배구 역사상 처음으로 '중고 신인왕' 타이틀을 얻게 됩니다.

 

이윤정은 "동생들과 경쟁을 하는 게 부담스럽지만 평생 한 번밖에 못 받는 상이라 꼭 받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선수를 빛나게 해주는 게 세터가 해야 할 일"이라면서 "앞으로도 코트에서 더 성장하는 선수가되겠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이윤정과 한국도로공사는 10일 흥국생명을 상대로 6연승에 도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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