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급전'이 필요할 때는 펠리페(33·브라질) 만한 카드가 없습니다.
황동일(35·한국전력)과 최다 이적 경쟁을 벌이고 있는 펠리페가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습니다.
이 구단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이 부상으로 정상 출전이 어려운 히메네즈(31·콜롬비아)를 내보내고 펠리페를 영입하기로 했다"고 19일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펠리페는 네 시즌 연속해 '대체 선수'로 V리그 무대를 밟게 됐습니다.
현대캐피탈이 원래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때 뽑은 선수는 보이다르 브치세비치(23·세르비아)였습니다.
브치세비치는 입단 후 연습 과정에서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결국 한 경기도 뛰지 않고 짐을 쌌습니다.
이어 히메네즈를 영입했지만 9월 28일 입국 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자가 격리 기간 개인 연습을 하다가 무릎을 다치고 말았습니다.
히메네즈는 11월 5일 삼성화재전에서 V리그 데뷔전을 치렀지만 이후에도 계속 통증에 시달리면서 정상적으로 경기에 출전하기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사실 현대캐피탈에서 1순위 대체 카드로 생각했던 건 펠리페가 아니라 헤난 부이아티(31·브라질)였습니다.
현대캐피탈은 장신(217㎝) 왼손잡이 공격수인 이 선수가 뛰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려고 브라질에 코치진을 파견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이 관계자는 "영상에서는 참 좋았는데 실제 플레이는 기대 이하였던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머지 후보군은 다 고만고만한 수준이었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데려올 수 있는 선수를 영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즌 | 팀 | 입단 경로 | 출전 경기 |
2017~2018 | 한국전력 | 드래프트 4순위 | 36 |
2018~2019 | KB손해보험 | 대체 선수 | 32 |
2019~2020 | 우리카드 | 대체 선수 | 28 |
2020~2021 | OK금융그룹 | 대체 선수 | 36 |
2021~2022 | 현대캐피탈 | 대체 선수 | ? |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데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펠레페가 아니었습니다.
펠리페는 이번 시즌 몸담고 있던 알아라비(카타르) 구단을 찾아가 계약 해지에 필요한 바이아웃 금액을 먼저 지불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한국에 오겠다고 3만5000 달러(약 4100만 원)를 자신 지갑에서 일단 꺼내고 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탁월한 '행정 처리 능력'을 발휘한 덕에 펠리페는 다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펠리페는 OK금융그룹에서 뛴 지난 시즌까지 정규리그에서 총 132경기에 나섰습니다.
펠리페가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에서 6경기만 더 뛰면 가스파리니(37·슬로베니아)가 보유하고 있던 역대 최다 외국인 선수 출전 기록(137경기)을 새로 쓰게 됩니다.
펠리페가 V리그 무대서 기록한 통산 공격 효율은 .345로 100 경기 이상 소화한 6명 가운데 3위였습니다.
펠리페 역시 자가격리 기간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일러도 4라운드 중반은 되어야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고 뛸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