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벤져스' 전승 우승 꿈이 물거품이 됐습니다.
흥국생명은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V리그 여자부 안방 경기에서 GS칼텍스에 2-3(25-19, 25-21, 14-25, 23-25, 10-15)으로 역전패했습니다.
흥국생명은 이날 첫 두 세트를 먼저 따내면서 여자부 최다 연승(15연승) 기록에 성큼 다가갔지만 결국 새 기록을 쓰지는 못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전까지 여자부 최다 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팀이 바로 GS칼텍스였습니다.
GS칼텍스는 2010년 1월 10일 안방 한국도로공사전부터 3월 18일 역시 안방 한국도로공사전까지 14연승을 기록한 적이 있습니다.
흥국생명은 이날 패배로 개막 후 연승 기록도 '10'에서 마무리하게 됐습니다.
그보다 더욱 뼈아픈 건 외국인 선수 루시아(29·아르헨티나)가 이날 1세트 공격 도중 어깨 통증을 호소하면서 경기에서 빠졌다는 것.
루시아는 사실 1라운드 후반부터 어깨 통증을 호소하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도 이날 경기 후 "첫 패를 당한 것보다 루시아의 몸 상태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여전히 김연경(32)과 이재영(24)이 건재한 상황이지만 두 선수는 모두 왼쪽 날개 공격수라 오른쪽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면 패배가 이번 한번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박 감독도 "레프트에 공격이 집중 돼 코트를 넓게 쓰지 못했다"고 아쉬워했습니다.
기록을 살펴 보면 더욱 아쉬운 건 세터 이다영(24)이 레프트 두 명 중 더 좋은 공격수라고 할 수 있는 김연경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이날까지 이다영은 쌍둥이 언니 이재영에게 전체 세트 1135개 가운데 가운데 415개(36.6%)를 띄웠습니다.
김연경에게 띄운 공은 이다영보다 41개 적은 374개(33.0%)였습니다.
이다영이 띄운 공을 때렸을 때 김연경(.398)이 이다영(.270)보다 .128 높은 공격 효율을 남겼는데도 그랬습니다.
물론 김연경 체력 안배 차원일 수도 있지만 두 선수 특수 관계를 생각하면 이다영이 고집을 좀 접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날 첫 패를 당했다고 흥국생명이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사실이 달라지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특정 팀에 자꾸 패하는 건 좋은 징조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흥국생명은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대회 때도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4전 전승을 거두다가 결승에서 GS칼텍스에 0-3(23-25, 26-28, 23-25)으로 무릎을 꿇은 전례가 있습니다.
게다가 V리그 챔피언 결정전은 딱히 정규리그 우승팀에 유리하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모든 팀원이 이기는 데 필요한 선택을 내려야 하지만 개인적인 욕심이 우선인 건 아닌지 의심이 드는 상황.
이번 시즌이 모두 끝났을 때 흥국생명이 과연 V리그 역사에 어떤 기록을 남겼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