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1라운드인데 첫 승이 중요한지 잘 모르겠다. 첫 승 기대를 너무 빨리 받는 것 같다."
프로배구 여자부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을 이끌고 있는 김형실(70) 감독은 9일 화성 방문 경기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우리는 부담없이 쫓는 입장이다. 국가대표 선수 세 명을 보유한 IBK기업은행이 더 긴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경기 안방 팀 IBK기업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은 나란히 도드람 2021~2022 V리그서 5전 전패를 기록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나마 페퍼저축은행은 5일 수원 방문 경기에서 2-3(21-25, 25-23, 25-19, 12-25, 13-15)으로 역전패하면서 (창단 후 첫) 승점 1점은 확보한 상태.
반면 IBK기업은행은 승점마저 제로(0)인 상태로 1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치르게 됐습니다.
결과는 '부담이 없다'던 페퍼저축은행 승리였습니다.
페퍼저축은행은 이 경기서 IBK기업은행을 3-1(25-21, 25-21, 22-25, 25-23)로 물리치고 창단 후 첫 승을 기록했습니다.
남자부 제7 구단 러시앤캐시(현 OK금융그룹)이 10경기 만에 첫 승을 거뒀으니까 페퍼저축은행이 이보다 페이스가 더 빠른 셈입니다.
프로배구 최고령 지도자인 김 감독이 승리를 맛본 건 KT&G(현 KGC인삼공사)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06년 3월 12일 이후 15년 7개월 28일 만에 이날이 처음입니다.
김 감독은 "이긴다는 생각도 안 했다"면서 "우리가 상대보다 잘한 것은 엘리자벳(22·헝가리)이 역할을 해줬다는 것이다. 사실상 엘리자벳 혼자서 경기한 것이라 다름없다"고 말했습니다.
페퍼저축은행 외국인 선수 엘리자벳은 이날 팀 전체 공격 시도 가운데 50.4%를 책임지면서 양 팀 최다인 39점(공격 성공률 52.2%)을 올렸습니다.
반면 IBK기업은행은 이날 패배로 창단 후 최다인 6연패에 빠졌습니다.
신생팀 자격으로 참가한 2011~2012 시즌에도 두 번째 경기에서 흥국생명에 3-0 승리를 기록한 IBK기업은행이었습니다.
외국인 선수 라셈(24·미국)은 이날도 14점(공격 성공률 36.1%)에 그쳤습니다.
게다가 라셈이 흔들릴 때마다 라이트 자리를 채운 김희진(30)도 이날 4세트 18-15 상황에서 무릎 부상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이번 시즌부터 IBK기업은행 지휘봉을 잡게 된 서남원(54) 감독은 먼저 "(김희진이) 일단 병원에 갔으니 상태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외국인 선수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해줘야 한다고 할 수 없다. 다 같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 감독과 IBK기업은행은 딱 1년 계약만 맺었습니다. 게다가 조완기 수석코치까지 최근 팀을 떠난 상황. IBK기업은행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