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축구는 이름과 달리 발로 공을 차는 것보다 손으로 공을 주고 받는 일이 훨씬 더 잦은 종목입니다.
손으로 들고 뛰기 편하게 공 모양도 구형이 아니라 계란형에 가깝게 생겼습니다.
종목 이름을 풋볼(football)이 아니라 핸드에그(handegg)로 바꿔야 한다는 우스개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그런 점에서 발로만 플레이를 펼치는 '키커' 포지션은 미식축구 선수 가운데 '아웃라이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스틴 터커(32·볼티모어)가 그 아웃라이어 가운데서도 더욱 튀는 아웃라이어가 됐습니다.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역사상 최장거리 필드골을 성공시킨 것.
터커는 26일(이하 현지시간) 디트로이트 방문 경기에서 팀이 16-17로 뒤지고 있던 경기 종료 3초 전 그라운드에 들어섰습니다.
디트로이트 진영 48야드(약 43.9m) 지점에서 터커가 찬 공은 66야드(약 60.4m)를 날아 크로스바를 때렸습니다.
이 공이 필드 바깥으로 넘어가면서 터커는 NFL 역사상 처음으로 66야드 필드골에 성공한 선수가 됐습니다.
이 버저비터 필드골 덕분에 볼티모어는 19-17로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이전까지는 맷 프레이터(37·당시 덴버)가 2013년 12월 8일 경기에서 전반전 종료 직전 64야드(약 58.5m) 필드골에 성공한 게 NFL 최장 기록이었습니다.
60야드(54.9m)가 넘는 필드골을 처음 성공한 건 톰 뎀시(1947~2020·뉴올리언스)였습니다.
뎀시는 1970년 11월 8일 경기에서 63야드(약 57.6m) 필드골을 성공시켰습니다.
그 뒤로 이날 터커까지 총 19명이 25번에 걸쳐 60야드가 넘는 거리에서 필드골을 성공시켰습니다.
이런 기록을 가장 많이 성공한 건 브렛 마허(32)로 총 세 차례에 걸쳐 60야드가 넘는 거리에서 크로스바를 넘겼습니다.
2001~2002 시즌부터 2020~2021 시즌까지 최근 20 시즌 동안 필드골 평균 거리는 35.6야드(약 32.6m)였습니다.
표준편차는 9.75야드니까 60야드 필드골만 성공해도 평균으로부터 2.5표준편차만큼 떨어져 있는 셈입니다.
이 기간 필드골 시도는 총 2만234번 있었는데 이중 60야드 이상에서 골대를 노린 건 64번(0.3%)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당연히 실패할 확률도 올라가니까 60야드 지점 정도 되면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겁니다.
물론 이때는 필드골 대신 상대 진영으로 공을 멀리 보내는 펀트를 선택했을 겁니다.
필드골을 시도하다가 실패하면 공을 찬 바로 그 자리에서 상대에게 공격권을 넘겨줘야 합니다.
이날 NFL 경기에서 버저비터 필드골을 성공한 게 터커 혼자는 아닙니다.
애틀랜타에서 뛰는 한국인 키커 구영회(27)도 뉴욕 자이언츠를 상대로 결승점을 뽑았습니다.
구영회는 이날 14-14 동점이던 종료 3초 전 40야드 필드골을 성공하면서 경기를 끝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