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현대캐피탈 최민호(왼쪽) 공격 시도를 피하고 있는 KB손해보험 황택의. 동아일보DB

다시 봐도 진짜 안타깝고 안타깝습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021~2022 시즌 선수 등록 마감일인 30일 남녀부 연봉 순위 톱 10을 공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KB손해보험 세터 황택의(25)는 지난 시즌과 똑같이 연봉 7억3000만 원을 받기로 해 남자부 2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남자부 등록 선수 109명 가운데 황택의보다 연봉이 많은 건 한선수(36·대한항공·7억5000만 원) 한 명뿐입니다.


2019~2020 시즌까지 5년 연속 '연봉 킹'이던 한선수는 지난 시즌 황택의에 밀려 2위로 순위가 내려갔습니다.

한 시즌 만에 연봉 킹 자리를 되찾은 대한항공 한선수.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그러나 지난 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뒤 친정 팀 대한항공과 연봉 1억 원을 올려 계약하면서 다시 선두 자리를 되찾았습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은 건 황택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게다가 KB손해보험은 지난 시즌 10년 만에 '봄 배구' 티켓까지 차지했습니다. 한 마디로 연봉을 올려줘야 할 이유가 차고 넘쳤던 것.


그런데도 KB손해보험은, 리그 전체가 세터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와중에도, 연봉을 단 1원도 올려주지 않고, FA '집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던 겁니다.


KB손해보험은 FA 계약 마감일이던 5월 3일 이미 이런 결과를 자랑스레(?) 공개한 상태입니다.

 

시즌 막바지에 발목 부상을 당한 황택의.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물론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을 확률은 제로(0)에 가깝습니다.


황택의가 FA 자격을 얻기 전부터 KB손해보험과 다년 계약을 맺었다는 게 사실에 더욱 가까울 겁니다.


지난해 성과는 연봉이 아니라 옵션으로 보상받았을 테고 말입니다.


이번 시즌까지 남자부는 FA 옵션 공개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옵션 비공개가 문제가 될 건 전혀 없습니다.

동료에게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KB손해보험 황택의.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단, FA 자격 취득 이전에 다년 계약을 맺은 건 '엄밀히 따지면' 문제가 될 소지는 있습니다.


KOVO '자유계약선수관리규정' 제3조는 "선수는 소속구단과 FA자격 취득 전까지는 묵시적 연장 속에 매년 연봉조정 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엄밀히 따지면' 그렇다는 뜻이지 이게 꼭 큰 문제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저 KB손해보험에서 일을 왜 이렇게 허술하게 처리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상식적으로 이 정도 상황이라면 적어도 연봉을 1억 원 정도는 올려줬다고 발표해야 정상 아니겠습니까.


실제로 선수에게 지급하는 총액은 '옵션을 조절로 얼마든 조정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같은 이유로 한선수가 정말 남자부 연봉 1위라고 믿는 것도 순진한 접근법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번 시즌까지 연봉 순위는 '재미로' 보시는 편을 추천해 드립니다.

 

▌2021~2022 프로배구 남자부 연봉 톱 10
 순위  선수  팀  포지션  연봉
 ①  한선수  대한항공  세터  7억5000만
 ②  황택의  KB손해보험  세터  7억3000만
 ③  신영석  한국전력  센터  6억5000만
 ④  정지석  대한항공  레프트  5억8000만
 ⑤  박철우  한국전력  라이트  5억5000만
 ⑥  최민호  현대캐피탈  센터  5억2000만
 ⑦  곽명우  OK금융그룹  세터  5억
 서재덕  한국전력  레프트  5억
 ⑨  진상헌  OK금융그룹  센터  4억
 황승빈  삼성화재  세터  4억

 

남자부 평균 연봉은 지난 시즌 1억5300만 원에서 다음 시즌 1억7800만 원으로 16.3% 늘었습니다.

 

반면 여자부는 옵션을 제외한 순수 연봉 평균이 1억1200만 원에서 1억100만 원으로 9.8% 줄었습니다.

 

여자부 평균 연봉이 줄어든 제일 큰 이유는 흥국생명이 이재영-이다영(이상 25) 쌍둥이 자매를 이번 선수 등록 과정에서 제외했기 때문입니다.

 

이재영은 지난 시즌 순수 연봉으로만 4억 원(+옵션 2억 원), 이다영은 3억 원(+옵션 1억 원)을 받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한 시즌 만에 다시 한국 무대를 떠나게 된 김연경. 국제배구연맹(FIVB) 홈페이지

여기에 지난 시즌 옵션 없이 3억5000만 원을 받았던 '배구 여제' 김연경(33)까지 중국 광밍유베이(光明優倍)에 입단하면서 흥국생명 등록 선수 명단에서 빠진 상황.

 

이러면서 흥국생명 선수단 평균 연봉은 지난 시즌 1억1188만 원에서 5893만 원으로 47.3%가 줄었습니다.

 

옵션을 합친 흥국생명 보수 평균은 1억3994만 원에서 6864만 원으로 51%가 줄었습니다.

 

 

고액 연봉 선수 세 명이 빠졌으니 평균뿐 아니라 총액도 줄었습니다. 새 시즌 흥국생명 보수 총액은 9억6100만 원이 전부입니다.

 

새 시즌 여자부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선)은 23억 원.

 

관련 규정에 따라 여자부 팀은 샐러리캡 50%인 11억5000만에서 23억 원 사이로 새 시즌 보수 총액을 유지해야 합니다.

 

원래대로라면 이 규정 충족에 실패한 흥국생명은 1억8900만 원(= 11억5000만 원 - 9억6100만 원)을 제재금으로 내야 합니다.

 

그러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이번에는 제재금 없이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12년 연속 '블로킹 퀸' 등극에는 실패했지만 9년 연속 '연봉 퀸' 자리는 지킨 현대건설 양효진.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연봉 퀸' 자리는 새 시즌에도 '거요미' 양효진(32·현대건설)에게 돌아갔습니다.

 

양효진은 다음 시즌 연봉 4억5000만 원과 옵션 2억5000만 원을 합쳐 총 7억 원을 현대건설에서 받기로 했습니다.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을 포함한 여자부 7개 구단 등록 선수 94명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입니다.

 

그러면서 양효진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던 2013~2014 시즌부터 9년 연속으로 연봉 퀸 자리에 오르게 됐습니다.

 

2021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참가 중인 이소영. FIVB 홈페이지

새 시즌 여자부 몸값 2위 선수는 데뷔 팀 GS칼텍스를 '트레블'(컵대회,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3관왕)로 이끈 뒤 KGC인삼공사와 FA 계약을 맺은 이소영(27)입니다.

 

이소영은 KGC인삼공사와 연봉 4억5000만 원, 옵션 2억 원 등 총 6억5000만 원에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어서 한국도로공사 박정아(28)가 총액 5억8000만 원(연봉 4억3000만 원, 옵션 1억5000만 원)으로 3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밖에 총액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아래 표와 같습니다.

 

▌2021~2022 프로배구 여자부 연봉 톱 10
 순위  선수  팀  포지션  연봉  옵션  총 보수
 ①  양효진  현대건설  센터  4억5000만  2억5000만  7억
 ②  이소영  KGC인삼공사  레프트  4억5000만  2억  6억5000만
 ③  박정아  한국도로공사  레프트  4억3000만  1억5000만  5억8000만
 ④  강소휘  GS칼텍스  레프트  3억5000만  1억5000만  5억
 ⑤  김희진  IBK기업은행  센터  3억  5000만  3억5000만
 ⑥  김수지  IBK기업은행  센터  2억5000만  5000만  3억
 한수지  GS칼텍스  센터  2억  1억  3억
 황민경  현대건설  레프트  2억8000만  2000만  3억
 ⑨  배유나  한국도로공사  센터  2억4000만  4000만  2억8000만
 임명옥  한국도로공사  리베로  2억6000만  2000만  2억8000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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