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020~2021 시즌 연봉 1위 자리를 차지한 KB손해보험 황택의.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황택의(24·KB손해보험)가 5년 연속 '연봉 킹'이었던 한선수(35·대한항공)를 제치고 프로배구에서 연봉이 제일 많은 선수가 됐습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1일 2020~2021 시즌 선수 등록 현황 및 남녀부 연봉 톱10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황택의는 다음 시즌 연봉으로 7억3000만 원을 받게 됩니다.


프로배구 선수가 연봉만으로 7억 원을 넘게 받게 되는 건 황택의가 처음입니다.


황택의는 지난 시즌 연봉 톱10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지난 시즌 10위였던 곽승석(32·대한항공)이 3억7000만 원이었으니까 황택의는 지난 시즌보다 연봉이 배 이상 오른 셈입니다.


현대캐피탈 신영석을 상대로 블로킹을 시도하고 있는 KB손해보험 황택의.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이에 대해 배구계에서는 KB손해보험이 '침을 아주 진하게 발랐다'고 평가하는 시선이 우세합니다. 


황택의는 다음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습니다.


연봉 2억5000만 원 이상을 받은 A등급 FA를 영입하는 팀은 원소속 팀에 '직전 시즌 연봉 3배' 또는 '연봉 2배 + 선수 1명'을 보상해야 합니다.


다음 FA 시장에서 황택의를 데려가려면 21억9000만 원 또는 14억6000만 원과 선수 1명을 내줘야 하는 겁니다.


당연히 황택의 영입을 염두에 두고 있던 현대캐피탈 팀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


우리카드를 상대로 팀 공격을 조율하고 있는 KB손해보험 황택의.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거꾸로 황택의가 과대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제 관점에서는 KB손해보험이 '오버'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종목을 막론하고 특정 팀이 좀처럼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할 때는 프런트나 팬이나 자기 팀 유망주를 과대평가하기 때문일 때가 많습니다.


지난 시즌 황택의가 세트한 공을 때렸을 때 KB손해보험 공격수가 남긴 공격 효율은 .336이 전부였습니다.


남자부 7개 팀 주전 세터 가운데 이 기록이 가장 나쁜 선수가 황택의였습니다.


▌2019~2020 프로배구 남자부 주전 세터별 공격 효율
 이름  팀  스탠딩 세트  러닝 세트  전체
 한선수  대한항공  .550  .363  .441
 노재욱  우리카드  .537  .345  .420
 이승원  현대캐피탈  .489  .336  .400
 이민규  OK저축은행  .460  .311  .364
 이호건  한국전력  .449  .305  .354
 김형진  삼성화재  .449  .291  .345
 황택의  KB손해보험  .431  .278  .336

※스탠딩 세트는 '서브 리시브 정확' 이후, 러닝 세트는 아닐 때 기록


KB손해보험 공격수가 원래 못해서 그런 거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KB손해보험은 팀 공격 효율 .305로 7개 구단 가운데 6위에 자리했습니다.


그런데 공격 효율 최하위(.296) 팀 한국전력 주전 세터였던 이호건(24·현 우리카드)도 공격 효율 .354로 연결했습니다.


또 기본적으로 팀 공격 효율이 떨어지는 데 주전 세터가 책임이 없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물론 남자부 팀은 2022~2023 시즌까지 옵션을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황택의가 실제로 몸값이 제일 많은 선수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예컨대 한국전력은 FA 시장에서 영입한 박철우(35)에게 연봉 5억5000만 원과 별도로 옵션 1억50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이미 발표한 상황.


하지만 KOVO에서는 연봉만 따져서 박철우가 5위라고 발표했습니다.


▌2020~2021 프로배구 남자부 연봉 톱10
 순위  선수  팀  포지션  연봉
 ①  황택의  KB손해보험  세터  7억3000만
 ②  한선수  대한항공  세터  6억5000만
 ③  신영석  현대캐피탈  센터  6억
 ④  정지석  대한항공  레프트  5억8000만
 ⑤  박철우  한국전력  라이트  5억5000만
 ⑥  나경복  우리카드  레프트  4억5000만
 ⑥  이민규  OK저축은행  세터  4억5000만
 ⑧  송명근  OK저축은행  레프트  4억
 ⑨  곽승석  대한항공  레프트  3억7000만
 ⑩  박상하  삼성화재  센터  3억6000만
 ⑩  박진우  KB손해보험  센터  3억6000만


KB손해보험에서 박진우(30)를 연봉 톱10 선수로 만든 것도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을지 현재로서는 궁금한 대목입니다.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 타이틀을 얻은 현대건설 양효진.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여자부에서는 양효진(31·현대건설)이 8년 연속 연봉 퀸 자리를 지켰습니다.


남자부와 달리 여자부는 당장 새 시즌부터 연봉은 물론 옵션까지 공개해야 합니다.

 

그 결과 양효진은 지난 시즌 3억5000만 원에서 올해 7억 원으로 몸값이 두 배 뛰었습니다.


실제로는 지난 시즌에도 옵션을 받았겠지만 '공식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여자부는 연봉과 옵션을 합친 '보수'와 별도로 승리수당도 있기 때문에 양효진 역시 이보다 더 받을 수도 있습니다.


▌2020~2021 프로배구 여자부 보수 톱10
 순위  선수  팀  포지션  연봉  옵션  보수
 ①  양효진  현대건설  센터  4억5000만  2억5000만  7억
 ②  이재영  흥국생명  레프트  4억  2억  6억
 ③  박정아  한국도로공사  레프트  4억3000만  1억5000만  5억8000만
 ④  김희진  IBK기업은행  라이트  4억5000만  5000만  5억
 ⑤  이다영  흥국생명  세터  3억  1억  4억
 ⑥  이소영  GS칼텍스  레프트  3억5000만  -  3억
 ⑥  강소휘  GS칼텍스  레프트  3억5000만  -  3억5000만
 ⑥  김연경  흥국생명  레프트  3억5000만  -  3억5000만
 ⑨  황민경  현대건설  레프트  2억8000만  2000만  3억
 ⑨  한수지  GS칼텍스  센터  2억5000만  5000만  3억
 ⑨  김수지  IBK기업은행  센터  2억5000만  5000만  3억


지난 시즌 V리그는 프로배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여자부 인기가 남자부를 추월했습니다.


이를 증명하듯 여자부 평균 연봉(옵션 제외)은 지난 시즌 9300만 원에서 이번 시즌 1억1200만 원으로 20% 올랐습니다.


반면 남자부는 1억5160만 원에서 1억5300만 원으로 1%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여자부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어선 건 물론 이번이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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