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을 통해 이적 소식을 알렸던 르브론 제임스. 유튜브 캡처
This fall, I'm going to take my talents to South Beach and join the Miami Heat.
10년 전 여름 르브론 제임스(36)가 클리블랜드를 떠나며 이렇게 이야기할 때까지만 해도 속으로 그를 비웃었습니다.
'마이애미는 드웨인 웨이드(38)의 팀이야. 이제 마이애미에 합류한대도 각종 팀 기록은 전부 웨이드 차지가 될 거라고.'
They have to get back to the real world at some point.
그래서 9년 전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 결정전에서 패한 뒤 제임스가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을 비난했을 때는 어쩐지 고소한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2011~2012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한 르브론 제임스. 미국프로농구(NBA) 홈페이지
아니, 결국 제임스가 옳았습니다.
제임스는 마이애미에서 2011~2012, 2012~2013 시즌 연이어 챔피언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고향 팀 클리블랜드로 돌아간 뒤에도 2015~2016 시즌 팀을 NBA 챔피언으로 만들었습니다.
여전히 '팀은 스타를 필요로 하고 스타는 팀을 필요로 한다'는 말은 진리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이제 팀은 스타가 자기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입니다.
그 스타 이름이 르브론 제임스라면 확실히 그렇습니다.
제임스는 어떤 팀에 가든 그 팀 팬들에게 '래리 오브라이언 챔피언십 트로피'를 선물할 수 있는 존재니까 말입니다.
2018~2019 시즌부터 로스앤젤레스(LA) 레이커스 유니폼을 선택한 르브론 제임스. 미국프로농구(NBA) 홈페이지
제임스가 자기가 세 번째로 선택한 옵션인 로스앤젤레스(LA) 레이커스에도 NBA 챔피언 타이틀을 선물했습니다.
레이커스는 12일 열린 2019~2020 NBA 챔프전(7전 4승제) 6차전에서 마이애미를 106-93으로 물리치고 4승 2패로 시리즈를 마무리했습니다.
레이커스가 NBA 정상을 차지한 건 2009~2010 시즌 이후 10년 만입니다.
레이커스는 이번 우승으로 보스턴과 함께 NBA 최다 우승(17회) 타이 기록도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제임스는 이번 챔프전 여섯 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28.9 득점, 11.8 리바운드, 8.5 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최우수선수(MVP)로 뽑혔습니다.
2019~2020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 결정전 최우수선수(MVP) 르브론 제임스. NBA 홈페이지
그러면서 제임스는 세 개 팀에서 챔프전 MVP를 수상한 NBA 역사상 첫 번째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습니다.
그 전까지는 제임스와 카와이 레너드(29)가 두 개 팀에서 챔프전 MVP를 수상한 적이 있습니다.
제임스는 팀이 정상을 차지할 때마다 챔프전 MVP로 뽑혔습니다.
레너드는 2013~2014 시즌 샌안토니오 유니폼을 입고 챔프전 MVP로 뽑힌 뒤 지난 시즌에도 토론토를 우승으로 이끌며 같은 영광을 얻었습니다.
단, 레너드는 지난해 챔프전에서 골든스테이트를 상대했기 때문에 친정팀을 상대로 챔프전 MVP를 탄 적은 없습니다.
친정팀을 상대로 챔프전 MVP를 탄 것 역시 이번 시즌 제임스가 처음입니다.
2019~2020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 결정전에 출전 중인 르브론 제임스. 올랜도=로이터 뉴스1
사실 PER(Player Efficiency Rating)를 기준으로 하면 챔프전에서 제임스보다 뛰어난 활약을 선보인 선수는 한 손으로 겨우 꼽을 정도입니다.
제임스는 1985~1986 시즌 이후 35 시즌 동안 챔프전 PER 상위 20위 안에 여섯 번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 기록이 그 가운데서 제일 뛰어납니다.
그 탓에 이번 시즌 마이애미 에이스 지미 버틀러(31) 역시 '역대급' 활약을 선보이고도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이제와 간증에 참여합니다.
5년 전만 해도 저는 제임스가 아니라 스테픈 커리(32)가 세계 최고 농구 선수라고 믿었습니다.
지난해 뉴욕타임스에서 이 주장을 받아줬을 때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닙니다.
제임스가 확실히 세계 최고 (현역) 농구 선수입니다.
그것도 제법 압도적인 격차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