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문은 르브론 제임스(31·클리블랜드·사진 왼쪽)가 열었습니다.
지난 시즌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 결정전 5차전이 끝난 뒤 "내가 세계 최고 농구 선수"라고 얘기했던 제임스는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인터뷰에서 "여전히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제임스가, 커리가 아니라, 자기가 최고 선수라고 말했다"고 제목을 붙였습니다.
스테픈 커리(27·골든스테이트)도 지지 않았습니다. 커리는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서 "현재 당신이 세계 최고 (농구) 선수입니까?"라는 질문에 "내 마음 속으로는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생각이 매일 코트에서 뛰면서 자신감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제임스가 "내가 최고"라고 말한 것하고 뉘앙스는 조금 다르게 들리지만 "내가 최고"라고 인정했다는 사실 자체는 틀리지 않았던 겁니다.
기록은 커리 손을 들어줍니다. 골든스테이트가 클래블랜드를 89-83으로 꺾은 크리스마스 매치까지 기록을 살펴 보면 커리는 경기당 평균 득점, 3점슛 성공 같은 전통 기록뿐만 아니라 아니라 PER(Playerp Efficiency Rating) 같은 APBR메트릭스에서도 제임스에 앞서 있습니다. NBA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PIE(Player Impact Estimate)나 승리지분(Win Shares) 역시 커리가 우위.
커리(키 191㎝·몸무게 86㎏)보다 신체 조건이 좋은 제임스(203㎝·113㎏)는 덩치가 필요한 리바운드하고 블로킹에서 앞서 있을 따름입니다.
▌NBA 2015~2016 시즌 커리 vs 제임스
구분 | 커리 | 제임스 |
득점 | 30.8 | 26.3 |
트루슈팅성공률(TS%) | 68.0 | 55.7 |
3점슛 성공 | 4.6 | 1.0 |
3점슛 성공률 | 44.5 | 25.7 |
리바운드 | 5.4 | 7.7 |
어시스트 | 6.3 | 6.2 |
가로채기 | 2.2 | 1.5 |
블로킹 | 0.1 | 0.7 |
턴오버 | 5.6 | 3.6 |
+/- | 15.8 | 9.3 |
PER | 32.1 | 26.5 |
PIE | 20.7 | 19.2 |
승리지분 | 7.3 | 4.3 |
※26일 현재
이런 차이를 만드는 시발점은 당연히 3점슛 능력. 커리는 현재 3점슛 134개를 성공시키고 있습니다. 이 페이스로 시즌을 마치면 3점슛 379개를 성공시키게 됩니다. 이는 지난 시즌 자신이 세웠던 한 시즌 최다 기록(286개)을 90개 늘릴 수 있는 숫자입니다. 성공률도 놀랍습니다. 3점슛 성공률 44.5%는 올 시즌 3점슛을 50개 이상 성공한 선수 중에서 3위입니다.
이렇게 3점슛이라는 '최강 대포'를 가지고 있으니 한 번 터지면 누구도 막기 힘든 게 당연한 일. 커리가 올 시즌 한 쿼터에 20득점 이상을 기록한 건 모두 다섯 번. 지난 시즌에는 러셀 웨스트브룩(27·오클라호마시티)가 네 번으로 이 부문 1위였습니다. 참고로 현재 골든스테이트 시즌 진행률은 35.4%입니다.
이런 선수라면 외곽 슈팅만 봉쇄하면 될 것 같지만 그건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를 너무 얕잡아 보는 생각입니다.
커리는 페인트존(골밑에서 자유투 라인까지 페인트 칠한 부분)에서 경기당 평균 8.5점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이는 가드 중에서 5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커리는 또 리그에서 '풀업 점퍼'로 경기당 가장 많은 득점(9.3점)을 올리기 때문에 잠깐 방심했다가는 '불꽃 놀이'를 경험하기 십상입니다. 소위 '원 모션'이라고 부르는 빠른 슈팅 동작 덕분입니다.
게다가 커리는 동료에게 찬스를 만들어 주는 법도 압니다. 수비 팀에서는 진짜 골치 아픈 스타일일 수밖에 없는 것. 커리는 파울을 경기당 평균 5.1개 얻어내는데 이는 가드 중 7위에 해당하는 성적입니다.
자유투 성공률이 90.5%나 되지 않았다면 이 기록이 더욱 늘어났을 터. 자유튜 성공률 71.9%인 제임스에게 상대 선수가 반칙하는 게 경기당 5.8개입니다. 게다가 제임스와 달리 커리는 골밑에서 몸싸움도 잘 하지 않는 타입이라는 걸 감안하면 5.1개는 무시하기 힘든 숫자입니다.
전체적인 수비 능력에서는 커리가 제임스에게 뒤지는 게 사실. 기본적으로 사이즈 차이가 나니까요.
하지만 커리에게는 가로채기라는 무기가 있습니다. 커리는 상대 턴오버를 이용해 경기당 평균 5.1점(1위)을 만들어 내는데 그 밑마탕에 리그 3위인 가로채기 능력이 깔려 있습니다. 속공 때 점수 6.4점(2위)도 마찬가지.
리바운드도 가드 중 8위(포인트가드 중 5위)로 자기 포지션에서는 나쁘지 않습니다.
물론 누적 기록으로 따지면 여전히 제임스가 우위입니다. 사실 제임스(3만6717 분)은 이제 래리 버드(3만 4443 분)나 매직 존슨(3만3245 분)보다 NBA 코트 위를 더 오래 누볐습니다. 그 동안 거의 리그 최고 수준으로 활약한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관건은 지금 현재 누가 최고냐는 것. 그렇다면 제임스보다는 커리 손을 들어주는 게 맞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커리가 지구상 최고 농구 선수 자리를 가로채는 데 성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