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는 무엇 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미움을 받는지 정말 모르는 모양입니다. 안다면 챔피언 결정전에서 패한 날 이렇게 인터뷰할 리가 없죠.



-기자: 많은 이들이 당신 패배를 즐기는 것 같다. 그게 신경 쓰이나?


-제임스: 전혀 아니다. 오늘 경기 때 우리 팀 지라고 응원한 사람들이 많다는 건 나도 안다. 근데 그 사람들 내일 아침 일어나면 '르브론이 졌다고 내 생활이 달라지는 건 아니구나'하고 생각할 거다. 왜냐면 자기 삶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을 테니 말이다. 사적인 문제들도 모두 그대로일 거고.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을 뿐이다. 그게 우리 가족에게 행복한 일이라면 그걸로 충분하다. 며칠이 됐든 몇 주가 됐든 내가 우승 못한 걸 즐겨도 상관없다. 그러나 그 사람들 모두 언젠가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영어를 그냥 번역하면 이렇지만 뉘앙스가 많이 다릅니다. 조금 심하게 번역하면 "마음껏 조롱하라지. 그래도 나는 슈퍼스타고 그 사람들은 찌질이잖아" 같은 느낌입니다. 당연히 NBA 팬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혹자는 "제임스를 싫어할까 말까 고민하던 사람들에게 증오할 이유를 줬다"고 하기도 하더군요.


제임스는 정말 모르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특히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팬들이 제임스가 클리블랜드를 떠났다고 싫어하는 게 아니죠. 떠나는 방식이 너무 실망스러웠던 겁니다. '더 디시젼 쇼(the decision show)' 같은 건 '선택받은 자(the chosen one)'에게 확실히 어울리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도 제임스는 자신을 비난하는 이들을 "어딘가 이상한 사람들(people with personal problems)"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이상하지 않은 사람들은 마이애미 히트 팬과 제임스와 같이 사업하는 고등학교 친구들밖에 없습니다. 나이키나 코카콜라처럼 그를 광고 모델로 쓰던 회사들도 이번 포스트 시즌 때 특집 광고를 만들지 않을 정도였으니까요.


제임스 주변에 정말 슬기로운 멘터가 하나 있었으면 어땠을까요? 그래서 저렇게 '황당한' 답변을 하는 대신 이렇게 말했더라면 말입니다.


꼭 우승 반지를 끼우고 이렇게 얘기하고 싶었다. 결승전 동안 응원한 많은 팬들, 특히 클리블랜드 시민들에게 감사한다. 여러분이 여태 성원해 주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 서지 못했을 거다. 여러분 질책도 내겐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자극이 됐다. 미리 말하고 싶었지만 마이애미 유니폼을 입은 선수라 말하지 못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여러분께 내가 떠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조금 더 정중하게 설명할 것이다. 그러나 비즈니스는 내 생각대로만 되는 게 아니었다. 내년에 클리블랜드가 상대편이 아니라면 예전처럼 성원해 달라.


물론 이런 말로 클리블랜드 팬들 마음을 되돌릴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미움을 더 키우는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았겠죠. 영원히 악역으로 남을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제임스 인터뷰를 보면서 코비 브라이언트 동영상이 하나 생각났습니다. 마이애미 원정 경기에서 패한 뒤 홀로 경기장에 남아 슛을 던지던 모습이었습니다. 연습이 끝난 뒤 기자가 '지금 뭘 한 거냐'고 묻자 브라이언트는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그냥 연습 좀 했다(That's my job)."



두 선수 모두 '포스트 조던' 소리를 들을 실력을 갖췄습니다. 브라이언트는 이미 스스로 챔피언 반지를 끼울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였죠. 제임스는 여태 기회가 없었다고 말하고 싶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자세가 잘못됐던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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