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PER이란 무엇인가?


드디어 기나긴 잠을 깨고 KBL '06-'07 시즌이 개막한다. 새 시즌 개막은 많은 농구팬이 기다려온 일이겠지만, 농구 기록을 추종하는 이들에게도 새로운 기록을 맛볼 좋은 기회가 된다. 비록 야구 세이버메트릭스에 비해 아직은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숫자와 통계를 통해 농구를 보려는 움직임도 분명히 일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은 농구를 보는 새로운 지표 가운데 PER을 소개하고자 한다.  PER은 'Player Efficiency Rating' 약자로 존 홀링거(John Hollinger)가 고안해 냈다. 득점, 어시스트, 리바운드 같은 개별 기록을 종합해 선수의 전체적인 효율을 측정하도록 도와주는 도구가 바로 PER이다. 현재 NBA 선수들 PER은 ESPN.com에서 유료 회원을 대상으로 공개하고 있으며, '05-'06 시즌 1위는 '독일 병정' 덕 노비츠키(28.20)가 차지했다.


가장 기본적으로 PER 계산 방식을 설명하자면 팀에 도움이 되는 기록(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은 가중치를 준 후 더하고 그반대 경우(실책, 슈팅 실패)는 빼는 방식으로 점수를 계산한다. 이 계산 결과를 토대로 팀 페이스(pace)와 선수 출장 시간에 맞춰 보정을 약간 거치면 최종 PER 값을 얻을 수 있다. 자세한 설명을 원하는 독자는 맨 아래 링크를 참조하면 되겠다.


사실 농구 선수 능력을 종합적으로 측정하고자 시도한 건 PER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 PER이 가장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선수가 뛰고 있는 환경에 대한 보정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위에서 언급한 페이스다.


KBL을 예로 들면, 지난 시즌 오리온스는 경기 진행이 빠르고 동부는 반대의 경향을 보였다. 이럴 경우 동부 선수들은 느린 경기 진행 속도 때문에 누적 기록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경기 속도가 빠르면 득점과 리바운드 같은 기록이 모두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마찬가지. 해마다 경기 진행 속도에는 차이가 생기게 마련이다. 소위 '런앤건'이 유행하는 시기라면 경기 진행 속도, 즉 페이스가 빠를 수밖에 없다. 하프 코트 오펜스 전선시대 경우엔 그 반대 성향이 나타날 것이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 대한 보정이 없다면, 특정 선수가 어떤 맥락에서 어떤 기록을 남겼는지 평가하기가 곤란할 수밖에 없다. PER은 이 점마저 고려해 언제 어느 때든 리그 평균을 15.00으로 고정해 놓고 있다. 어느 시대, 어느 팀에서 뛴 선수라도 그가 리그 평균 수준 선수라면 PER 15.00을 기록하게 돼 있다는 얘기다.


기록 범위에 대해 조금 설명을 하자면, 위에서 본 것처럼 15.00은 정확히 리그 평균을 가리킨다. 20.00을 넘기면 올스타급 선수로 분류할 수 있으며, 25.00은 슈퍼스타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MVP는 30.00 수준에서 보통 결정이 되며, 35.00이 넘어가면 '몬스터 시즌'이라 봐도 좋은 수준이다.


그럼 이를 KBL에 적용시켜 보면 어떻게 될까? 다음은 '05-'06 시즌 KBL에서 800분 이상 출장한 선수를 대상으로 PER을 계산해 본 결과물이다.



애석하게도 상위권 모두 외국인 선수들 차지였다. 외국인 선수 MVP를 차지한 크리스 윌리엄스(모비스)가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찰스 민렌드(前KCC)와 단테 존스(KT&G)가 뒤따랐다. 세 선수 모두 국내 무대에 훌륭히 적응해 뛰어난 활약을 선보인 이들이다.


리 벤슨 22.91은 전자랜드에서 뛴 기록이다. 오리온스로 옮겨서는 25.06으로 이보다 기록이 올라갔지만 출장시간 미달로 순위에 포함되지 못했다.

국내 선수들은 어떨까? 마찬가지로 한번 알아보도록 하자.



김주성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시즌 중반 합류 후 SK 돌풍을 일으켰던 신인왕 방성윤이 2위를 차지했다. 가만히 선수들을 살펴보면, 각 팀을 대표할 만한 이름들이 보이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주희정과 추승균이 리그 평균 이하라는 건 받아들이기 힘든 수치다.


PER이라는 지표가 믿지 못할 수준이기 때문일까?


사실을 말하자면 그렇지가 않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물이다.


PER과 마찬가지 목적으로 세상에 나온 EFF나 VORP를 구해 봐도 상황은 마찬가지. 그 어떤 메트릭도 국내 선수에게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다. 실제로 선수들이 리그 평균과 비교할 때 그리 대단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셈이다.


물론 PER은 농구의 절반인 수비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반영하지 못한다. 하지만 국내 구단에서 수비 때문에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 결과 외국인 '공격수'를 얼마나 잘 뽑느냐에 따라 팀 성적이 극명하게 갈리는 게 KBL의 현실이었다. 기록이 이와 같은 문제점을 지적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들은 2쿼터는 물론 3쿼터에도 출전 시간 제약을 받는다. 다소 늦은 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반길 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장 국내 빅맨들 출전시간이 늘어나는 것부터가 새로운 흥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아지니까 말이다.


물론 외국인 선수들의 제공하는 화려한 볼거리는 분명 시원시원하다. 하지만 국내 선수들이 보여주는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플레이도 분명 팬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 이 믿음을 가능성으로 바꾸지 못한다면 국내 아마 농구는 사장되고 말 것이다.


참조 사이트 ; http://www.basketball-reference.com/about/pe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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