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에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손혁 프로야구 키움 감독. 동아일보DB
역시 프로야구 키움은 참 대단한 팀입니다.
이 팀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손혁(47) 감독이 (NC에 3-4로 패한) 7일 경기가 끝난 뒤 구단에 사의를 밝혔다"고 8일 전했습니다.
네, 제대로 읽으신 게 맞습니다.
손 감독이 '그만두겠다'는 뜻을 구단 정확하게는 허민(44) ㈜서울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에게 전했다고 합니다.
키움은 이번 시즌 12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73승 1무 58패(승률 .557)로 3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만약 손 감독이 정말 그만두게 되면 두 번째로 높은 승률을 기록한 상태로 시즌 중에 물러난 감독으로 프로야구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됩니다.
김성근 감독 경질 후 팬 반응을 전한 2011년 8월 19일자 동아일보
올해 키움보다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팀 감독이 시즌 도중 지휘봉을 내려놓은 케이스는 2011년 SK 김성근(78) 감독밖에 없습니다.
SK는 당시 52승 41패(승률 .559)를 기록 중이던 8월 18일 김 감독을 경질했습니다.
당시 김 감독은 재계약 문제로 구단 = 신영철 당시 사장과 갈등을 빚던 끝에 '이번 시즌 후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자 구단에서 발언 다음 날 해임 카드를 꺼내 들었던 겁니다.
그라운드를 바라 보고 있는 손혁 키움 감독. 동아일보DB
손 감독 역시 최근 사실상 구단주 노릇을 하고 있는 허 의장과 갈등을 빚고 있던 상황입니다.
키움은 지난달 15일만 해도 선두 NC에 승차 없이 2위를 달리던 팀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날 이후 20경기에서 8승 12패(승률 .400)에 그치면서 3위로 내려 앉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허 의장은 지방 방문 경기 일정을 치르던 손 감독을 서울로 불러 나무라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손 감독이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올 거면 차라리 내가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게 이 관계자 설명입니다.
마스크를 쓴 채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는 키움 손혁 감독. 키움 제공
손 감독이 키움 지휘봉을 잡을 수 있던 제일 큰 이유는 '허 의장과 친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허 의장이 너무 친한 척을 했기 때문에' 지휘봉을 내려놓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진짜 더러워서 못 해 먹겠다'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이 팀 팬 노릇도 정말 더러워서 못 해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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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키움 구단에서 8일 오후 손 감독 사퇴 사실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키움에서(허 의장이) 선임한 감독 대행이 김창현(35) 퀄리트컨트롤 코치라는 점입니다.
김 대행은 대전고-경희대에서 내야수로 뛰었지만 프로 구단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고 2013년 구단 전력분석원으로 입사한 인물입니다.
김치현 키움 단장은 "현장과 프런트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면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야구를 통해 최선의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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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석 전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손 감독 역시 취재진에게 작별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동안 부족했던 저에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아직 역량이 부족했고 채울 것이 많아 사퇴하게 됐습니다.
더 공부하고 노력하여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시간을 가질 계획입니다.
그동안의 고마움 항상 맘속에 간직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당분간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을 가질 계획입니다. 좋은 모습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