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루를 향해 달려가는 키움 김하성. 키움 제공
키움 김하성(25)이 재미있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김하성은 26홈런 19도루를 기록한 채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안방 경기에 나섰습니다.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기록이 나온 건 키움이 SK에 2-1로 앞서가던 4회말.
선두 타자로 나와 좌중간 안타를 치며 출루에 성공한 5번 타자 김하성은 7번 타자 김웅빈(24) 타석 때 2루를 향해 뛰었습니다.
아슬아슬하기는 했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세이프였습니다.
김하성이 개인 통산 두 번째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하는 장면. SPOTV2 중계 화면 캡처
이 도루 성공이 특별한 건 그저 김하성이 2016년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김하성은 이 도루에 성공하면서 이번 시즌 도루를 20번 시도해 20번 모두 성공하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는 1994년 김재현(45·당시 LG)이 남긴 개막 후 19연속 도루 성공을 넘어서는 역대 최다 기록입니다.
김하성의 시즌 20번째 도루 장면. 동아일보DB
사실 김하성은 지난해 9월 5일 고척 삼성전에서 투수 견제 아웃으로 도루 실패를 기록한 뒤 이날까지 26번 연속 도루 성공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참고로 투수 견제에 걸렸을 때는 어느 쪽 베이스를 향하다가 아웃을 당했는지에 따라 기록이 달라집니다.)
만약 김하성이 앞으로 세 번 연속으로 도루에 성공한다면 해태 이종범(50·현 주니치 코치)이 1997년 기록한 29연속 도루 성공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습니다.
이종범이 1997년 6월 27일 잠실 LG전에서 29연속 도루에 성공하는 장면. SPOTV 유튜브 캡처
세이버메트릭스(야구통계학) 이론이 발전하면서 도루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건 어제 오늘 이야이가 아닙니다.
프로야구 원년(1982년)에는 경기당 도루 시도가 2.1개였지만 올해는 24일까지 0.63개가 전부입니다.
39년 동안 경기당 평균 도루 시도가 30% 수준으로 줄어든 겁니다.
그래서 도루 성공률이 더욱 중요합니다.
도루에 대해 세이버메트릭스 이론이 '무조건 뛰지마'라고 결론을 내리는 건 아닙니다.
(제가 가장 마지막으로 계산했던) 2015년 기준으로 성공률 76% 이상일 때는 뛰는 게 맞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시즌 키움은 아주 대단한 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개 구단 가운데 도루를 두 번째로 많이(101개) 성공했으면서도 팀 성공률 83.5%를 기록하고 있으니까요.
지금껏 보신 것처럼 김하성이 20번 뛰어서 20번 모두 살았고 대주자 요원인 박정음(31)도 8번 뛰어서 8번 모두 다음 베이스를 훔쳤습니다.
또 이종범 코치 아들인 이정후(22) 역시 도루를 12번 시도해 1번밖에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도루를 31번 시도해 28번(74.2%) 성공한 서건창(31)이나 29번 시도해 21번(72.4%) 성공한 김혜성(21) 역시 아주 뛰면 안 되는데 뛴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지난달 26일 수원 방문 경기에서 바주카포 세리머리를 하고 있는 키움 이정후(왼쪽). 동아일보DB
키움 타선이 예전처럼 막강 화력을 자랑한다면 도루는 '양념' 정도로 생각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이번 시즌 키움은 팀 OPS(출루율+장타력) .775로 리그 평균(5위) 수준밖에 되지 않는 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도루를 적극 활용하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현재까지는 키움 타자들이 이 새로운 무기를 아주 잘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