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군은 결국 감독 교체 카드를 선택했습니다.
프로야구 키움은 손혁(46·사진) 전 SK 투수 코치를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4일 발표했습니다. 계약 조건은 계약기간 2년에 계약금 2억 원, 연봉 2억 원 등 총액 6억 원입니다.
손 감독은 키움 팬에게 낯설지 않은 인물. 손 감독은 2014년부터 세 시즌 동안 키움(당시 넥센)에서 투수 코치를 지낸 뒤 바로 옮기면 염경엽 감독 따라서 런한 티가 너무 나니까 1년을 쉬고 2017년부터 올해까지 SK에서 같은 보직을 지냈습니다.
공주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손 감독은 1996년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2차 1라운드 때 LG에서 지명을 받아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으며 KIA와 두산을 거쳐 2004년 은퇴했습니다. 프로 통산 성적은 36승 31패 평균자책점 4.07.
은퇴 후 미국으로 건너 가 톰 하우스(72)가 운영하는 피칭 아카데미 'NPA(National Pitching Association)'에서 코치 수업을 받았습니다. 손 감독은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2010년 '새로운 세대를 위한 투수교과서: 마흔 살까지 150KM/H를 던지는 메이저리거들의 비결'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점령군 대장 허민(43) ㈜서울히어로즈 이사회 의장도 NPA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습니다.
점령군 얼굴 마담 하송 키움 대표는 "손 신임 감독은 끊임없이 연구하는 지도자다. 야구에 대한 열정 또한 뜨겁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코치를 비롯해 지도자 생활을 하며 얻은 경험들이 선수단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구단을 통해 선임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손 감독은 "키움 감독으로 선임돼 영광이며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 우리 팀은 이미 탄탄한 전력과 각 파트별로 유능한 코칭스태프가 구성돼 있다. 여기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선진 야구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변화보는 우리 팀이 잘하고 있는 부분들이 더 잘 될 수 있도록 돕겠다. 그 과정에서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 프런트와 긍정적인 소통을 나눠 그라운드에 나오는 모든 구성원들이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겠다"고 말했습니다.
세 시즌 만에 지휘봉을 내려 놓게 된 장정석 전 감독. 키움 제공
보통 구단에서 새 감독 선임 보도자료를 낼 때는 전임 감독에 대해 한 줄 정도는 쓰는 게 일반적인데 그 어디에도 '장정석'이라는 세 글자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키움 관계자는 "장정석(46) 전 감독께 고문직을 제안한 상태다. 장 전 감독께서 아직 제안을 수락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장 전 감독은 이날 구단 사무실을 찾을 때까지만 해도 본인과 재계약하고 손 감독이 수석 코치를 맡는다고 알고 있던 것 같다. 그런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고 충격을 받은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버전에 따라서는 허 의장이 '손 감독을 수석코치로 앉히자'고 제안하자 장 전 감독은 '수석코치는 다른 인물을 시키고 손 감독은 투수 코치로 쓰겠다'고 답했는데 이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면서 결국 재계약에 실패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감독을 교체하는 게 드물지만 없는 사례는 아닙니다. 프로야구 역사상 첫 번째 사례는 '빨간 장갑' 김동엽(1938~1997) 감독이 1983년 한국시리즈에서 해태(현 KIA)에 패한 뒤 MBC(현 LG) 지휘봉을 내려놓은 것. 3년 뒤에는 OB(현 두산)도 역시 해태에 한국시리즈에서 패한 뒤 김영덕(83) 감독과 결별을 선택했습니다. 이후 1990년 삼성(정동진), 2002년 LG(김성근), 2004년 삼성(김응용), 2010년 삼성(선동열), 2013년 두산(김진욱)이 한국시리즈에서 패한 뒤 감독을 바꿨습니다.
지난 번 포스트에 쓴 것처럼 팬심으로 보면 장 감독이 물러난 건 어이가 없는 일.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세상을 움직이는 건 결국 비즈니스 마인드인 것을 말입니다.
참고로 이 포스트가 이 블로그 글 번호 2000번(http://kini.kr/2000)입니다. 1000번 때 기념글을 썼나 찾아 보니 그냥 '야구 선수 형제, 동생이 더 적극적?'이라는 평범한 포스트였습니다. 이제 블로그 시대는 저문 지 오래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이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시는 한 3000번까지도 도전해 보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