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2017년 4월 23일 '엘 클라시코'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유니폼 상의를 벗는 세리머니를 선보인 리오넬 메시.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홈페이지


사랑해 본 사람은 압니다.


때로 분노와 실망은 사랑의 다른 이름입니다.


그리고 때로는 환멸과 좌절이 오히려 상대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리오넬 메시(33)가 스페인 프레메라 리가 FC바르셀로나 잔류를 선언한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을지 모릅니다.


반복합니다.


메시가 다음 시즌에도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뛰기로 했습니다.


자택에서 '골닷컴' 루벤 우리아 기자와 인터뷰 중인 리오넬 메시. 유튜브 캡처


메시는 4일(이하 현지시간) 축구 전문 매체 '골닷컴' 인터뷰를 통해 "바르셀로나에 남겠다. 내가 사랑하는 구단과 법정에서 싸우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만 20년 가까이 바르셀로나에 몸담았던 메시는 지난달 25일 구단에 '부로팍스'(burofax·내용증명)를 보내 팀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전한 상태였습니다.


이후 선수와 구단은 계약 내용을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펼쳤습니다.


연장 계약서에 서명 중인 리오넬 메시. FC바르셀로나 제공


메시와 바르셀로나는 2017~2018 시즌을 앞두고 3년 연장 계약에 합의했습니다.


그러면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 날짜로부터 열흘 이내에 선수가 팀을 떠나겠다는 뜻을 전하면 구단은 아무 조건 없이 그를 풀어줘야 한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담았습니다.


원래 올해 UCL 결승전은 5월 30일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이에 바르셀로나에서는 6월 10일이 이미 지났으니 이 조항이 효력을 잃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바이아웃(최소 이적료) 7억 유로를 받기 전에는 메시를 풀어줄 수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6월 30일 안방 경기가 끝난 뒤 피치에서 걸어나오고 있는 리오넬 메시. 바르셀로나=로이터 뉴스1  


그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실제 경기가 열린 건 지난달 23일이었습니다.


메시는 이를 근거로 이달 2일까지는 무조건 방출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맞섰습니다.


그러자 양 쪽이 법정 싸움을 벌일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잇달아 나왔습니다.


자택에서 '골닷컴' 루벤 우리아 기자와 인터뷰 중인 리오넬 메시. 유튜브 캡처


이에 대해 메시는 "재판을 통해 내 권리를 인정받는 방법도 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소송을 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소년 팀에 합류했을 때부터 구단은 내게 모든 걸 베풀었고 나 또한 구단에 내 모든 걸 바쳤다. 바르셀로나가 곧 내 존재 이유였다"고 덧붙였습니다.


메시는 만 13세 5개월 20일이던 2000년 12월 14일 바르셀로나와 처음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 뒤로 2019~2020 시즌이 메시에게 가장 괴로운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라 리가에서는 레알 마드리드에 역전 우승을 허용했고 '코파 델 레이'와 UCL에서는 8강에서 탈락했습니다.


특히 UCL 8강에서는 바이에른 뮌헨(독일)에 2-8로 무릎을 꿇는 '굴욕'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바이에른 뮌헨과 맞붙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0-4로 전반을 마친 뒤 넋이 나간 듯 라커룸에 앉아 있는 리오넬 메시와 문 앞에 선 마르크안드레 테어 슈테겐. 유튜브 캡처 


메시는 "뮌헨전 때문에 이적을 결심했던 건 아니다. 오래된 생각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시즌에는 몸과 마음 모두 정말 힘들었다. 훈련 때뿐 아니라 피치와 라커룸에서도 너무 고통스러웠다"면서 "이제 새로운 도전에 나설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메시는 계속해 "지난 시즌 내내 (주제프 마리아 바르토메우) 구단 이사장에게 오프 시즌 때 팀을 떠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전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사장은 항상 시즌이 끝나면 내가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다고 답했지만 결국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주제프 마리아 바르토메우 FC바르셀로나 이사장. 바르셀로나=누르포토


메시는 "바르셀로나에 필요한 건 새 얼굴, 유망주라고 믿었다. 그러려면 내가 팀을 떠나야 한다고 믿었다. 항상 바르셀로나에서 은퇴할 것이라고 이야기했기에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말했습니다.


그다음 "이사진을 비롯한 현재 이사진은 구단 미래에 대해 아무 계획이 없다. 그저 무슨 일이 벌어지고 나면 사후약방문을 쓰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가장 수준 높은 무대에서 경쟁하며 타이틀을 타고 싶은 건 모든 축구 선수가 꿈꾸는 일이다. 그러려면 팀이 일단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6월 16일 안방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는 리오넬 메시. 바르셀로나=유로파 프레스 스포츠


메시가 잔류했지만 현재 기준으로 바르셀로나가 이런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따라다니는 상황.


메시는 "이 순간부터 언제나 그랬듯 바르셀로나에 내 모든 걸 바칠 거다. 나로 인해 상처 받은 팬들에게 우승 트로피를 바치겠다"고 밝혔습니다.


과연 내년 이맘때 바르셀로나는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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