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프로야구 LG 유니폼을 입고 52경기에 나와 타율 .286, 9홈런, 44타점을 기록한 페게로. 동아일보DB
프로야구 키움이 본의 아니게 닭 쫓던 개 신세가 됐습니다.
LG에서 페게로(33)에 대한 보류권을 풀지 않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한자로 '保留權'이라고 쓰는 보류권은 어떤 선수와 독점 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합니다.
지난해 조셉(29)을 대신해 LG에 입단한 페게로는 OPS(출루율+장타력) .804를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활약을 선보였습니다.
OPS .804는 '나쁘지 않다' 정도지 외국인 타자에게 기대하는 성적은 아니었던 게 사실.
결국 LG는 페게로와 재계약하지 않았습니다.
LG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앞으로 5년간 다른 구단에서 뛸 없는 페게로. 동아일보DB
프로야구 각 구단은 시즌 종료 후 외국인 선수와 결별을 선택할 때 보류권을 풀지 않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러면 이 선수는 이후 5년간 다른 국내 구단과 계약할 수 없습니다.
페게로 역시 LG 동의 없이는 다른 한국 팀 유니폼을 입고 뛸 수 없는 상태입니다.
LG는 대신 페레로를 원하는 구단이 있다면 보류권을 풀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것도 흔한 일입니다.
현재 키움 투수 지도를 맡고 있는 나이트(45) 코치도 삼성에서 보류권을 풀어준 덕에 이 팀 전신 넥센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습니다.
삼성 시절 나이트 현 키움 코치. 동아일보DB
물론 이건 원 소속팀 '호의'가 필요한 일입니다.
키움 구단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15일 "키움에서 모터(31)를 방출했다는 소식에 페게로 에이전트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고 전했습니다.
이 연락을 받은 키움 쪽에서는 "그러면 LG와 보류권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얘기해 보자"고 답했습니다.
페게로 쪽에서는 당연히 보류권을 풀어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반응은 반대였습니다.
LG에서 '미안하다. 보류권을 풀지 못하게 못하는 상황'이라는 답변을 받았던 것.
키움에서 영입을 추진했지만 불발에 그친 페게로. 동아일보DB
이유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대체 외국인 타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보험용 선수'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현재 LG 외국인 타자 라모스(26)가 홈런 1위(13개), OPS 2위(1.219)를 기록하면서 펄펄 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LG는 미래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혹시 라모스가 부상이라도 당하는 상황이 온다면 페게로만한 대체 자원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겁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 라모스가 여러 이유로 경기에서 뛸 수 없는 상황이 오면 LG에서 정말 페게로에게 연락을 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어쩐지 이번 일 때문에 정말 그런 상황에서도 페게로를 찾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