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경기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뒤 동료와 함께 자축하고 있는 키움 주효상(가운데). 키움 제공
키움 주효상(23)이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두 경기 연속 대타 끝내기 안타를 날린 선수가 됐습니다.
두 경기 모두 대타로 나와 끝내기 안타를 쳤다는 건 연타석 끝내기 안타 기록을 남겼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역시 프로야구 첫 번째 기록입니다.
주효상은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안방 경기에서 팀이 SK에 0-1로 뒤진 9회말 1사 만루 상황에 6번 타자 이지영(34)의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주효상은 볼 카운트 3볼 1스트라이크에서 SK 하재훈(30)이 던진 빠른 공을 받아쳐 외야 우중간을 가르는 적시타를 날렸습니다.
이 타구에 3루 주자 김혜성(21)과 2루 주자 김하성(25)이 차례로 홈을 밟으면서 그대로 경기가 끝났습니다.
주효상은 전날 경기 때는 롯데와 2-2 동점이던 10회말 1사 주자 1루 상황에 8번 타자 김주형(24)을 대신해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롯데 오현택(35)이 던진 슬라이더를 받아쳐 롯데 우익수 손아섭(32)의 키를 넘겼습니다.
그 사이 1루에 있던 박정음(31)이 득점에 성공하면서 주효상이 끝내기 안타를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기록 앞에 굳이 '대타'라는 표현이 들어갔다는 건 대타가 아닌 선수 가운데는 두 경기 연속 끝내기 안타를 친 선수가 있었다는 뜻이겠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습니다.
첫 번째 케이스는 현대 이숭용(49·현 KT 단장) 2003년 8월 28일 더블헤더 2차전에서 LG를 상대로 끝내기 안타를 친 뒤 다음날에도 두산을 상대로 끝내기 안타를 기록한 것.
이어 롯데 문규현(37)이 2016년 같은 기록을 남겼고 2년 뒤에는 삼성 박한이(41)도 두 경기 연속 끝내기 안타를 쳤습니다.
선수 | 팀 | 연도 | 날짜 | 장소 | 상대팀 | 결과 |
이숭용 | 현대 | 2003 | 8/28 | 수원 | LG | 6-5 |
8/29 | 수원 | 두산 | 9-8 | |||
문규현 | 롯데 | 2016 | 6/28 | 사직 | 삼성 | 7-4 |
6/29 | 사직 | 삼성 | 5-4 | |||
박한이 | 삼성 | 2018 | 7/21 | 대구 | 한화 | 4-3 |
7/22 | 대구 | 한화 | 5-4 | |||
주효상 | 키움 | 2020 | 6/18 | 고척 | 롯데 | 3-2 |
6/19 | 고척 | SK | 2-1 |
키움은 17일 경기 때도 끝내기 안타로 이겼습니다.
이 경기서는 주효상이 아니라 이정후(22)가 끝내기 안타 주인공이었습니다.
이정후는 3-3 동점이던 9회말 1사 1, 2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 롯데 좌익수 전준우(34)의 키를 넘기는 타구를 날렸습니다.
이 안타로 2루에 있던 서건창(31)이 홈을 밟으면서 그대로 경기가 끝이 났습니다.
이정후에게는 이 안타가 개인 통산 첫 번째 끝내기 안타(2루타)이기도 했습니다.
세 경기 연속 끝내기 승리 역시 역대 최다 타이 기록입니다.
그 전까지는 1988년 OB(현 두산), 2004년 두산, 2016년 롯데가 세 경기 연속 끝내기 승리를 기록한 적이 있었습니다.
팀 | 순번 | 날짜 | 장소 | 상대팀 | 결과 |
1988 OB | ① | 6/17 | 잠실 | 빙그레 | 1-0 |
② | 6/25 | 잠실 | 롯데 | 5-4 | |
③ | 6/26 | 잠실 | 롯데 | 5-4 | |
2004 두산 | ① | 6/15 | 잠실 | 삼성 | 7-6 |
② | 6/16 | 잠실 | 삼성 | 4-3 | |
③ | 6/18 | 잠실 | LG | 4-3 | |
2016 롯데 | ① | 6/28 | 사직 | 삼성 | 7-4 |
② | 6/29 | 사직 | 삼성 | 5-4 | |
③ | 6/30 | 사직 | 삼성 | 7-6 | |
2020 키움 | ① | 6/17 | 고척 | 롯데 | 4-3 |
② | 6/18 | 고척 | 롯데 | 3-2 | |
③ | 6/19 | 고척 | SK | 2-1 |
공교롭게도 네 팀 모두 6월에 이런 기록을 남겼습니다.
한편 17, 18일 키움에 두 경기 연속 끝내기 패배를 당했던 롯데는 19일 수원 경기서도 KT에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했습니다.
롯데는 이날 1회초에만 7점을 뽑았고 3회초에도 1점을 추가하면서 8-0으로 앞서갔습니다.
그러나 야금야금 점수를 내주면서 6회말 수비 때 8-8 동점을 허용했고 결국 10회말 문상철(29)의 홈 쇄도를 막지 못하면서 8-9로 세 경기 연속 끝내기 패배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이전까지 세 경기 연속 끝내기 패배를 당했던 건 2004년 롯데 그리고 롯데에 세 경기 연속 당한 2016년 삼성뿐입니다.
팀 | 순번 | 날짜 | 장소 | 상대팀 | 결과 |
2004 롯데 | ① | 4/10 | 잠실 | LG | 6-7 |
② | 4/11 | 잠실 | LG | 4-5 | |
③ | 4/13 | 수원 | 현대 | 7-8 | |
2016 삼성 | ① | 6/28 | 사직 | 롯데 | 4-7 |
② | 6/29 | 사직 | 롯데 | 4-5 | |
③ | 6/30 | 사직 | 롯데 | 6-7 | |
2020 롯데 | ① | 6/17 | 고척 | 키움 | 3-4 |
② | 6/18 | 고척 | 키움 | 2-3 | |
③ | 6/19 | 수원 | KT | 8-9 |
그렇다고 롯데 팬 여러분 1회초에 7점을 따고 어떻게 지냐고 너무 분노하실 건 없습니다.
두산은 2013년 5월 8일 문학 경기에서 1회초에만 9점을 뽑고도 결국 끝내기 안타를 맞아 SK에 12-13으로 패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그때 끝내기 안타를 맞은 투수가 지금 롯데에 있는 오현택이었네요.
야구 규칙은 끝내기 안타 누타수(Total Base) 계산 방식을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9.06 단타·장타의 결정
(f)최종회에 타자가 끝내기 안타로 자기 소속팀이 승리하는 데 필요한 득점을 얻었을 경우 그에게는 결승점을 올린 주자가 진루한 것과 같은 수의 루타수만 기록한다.
더욱이 타자주자는 실제로 그 수만큼의 베이스를 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g) 펜스를 넘어가는 끝내기 홈런으로 경기가 끝났을 경우 타자 및 모든 주자의 득점을 인정한다.
요컨대 끝내기 주자가 3루에 있을 때는 홈런을 치지 않는 이상 무조건 끝내기 단타가 되는 겁니다.
이기려면 두 점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2루타가 최대치입니다.
그리고 위에서 나온 것처럼 타자 주자가 직접 2루를 밟아야 2루타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똑같이 두 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정후는 2루를 밟아 끝내기 2루타를 남겼고 주효상은 그저 끝내기 안타에 만족했습니다.
어쩌면 이런 사소한 태도 차이가 2016년 1차 지명자(주효상)와 이듬해 1차 지명자(이정후) 사이가 점점 벌어지는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