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리 알려진 대로 "빅 벤" 월라스는 드래프트 탈락자다. 지금으로부터 10년전인 '96 드래프트에서 그를 원하는 NBA 팀은 단 한 팀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올해의 수비선수상을 세 차례나 거머쥐며 리그 최고의 스타 가운데 한명으로 자리매김 했다. 얼마나 대단한 선수들이 드래프트에 참여했길래 이 숨은 진주를 알아보지 못했던 걸까?
당시 1순위는 필라델피아의 앨런 아이버슨이었다. 정답(The Answer)이라는 별명이 보여주듯 아이버슨은 이후 필라델피아의 상징이 됐다. 2순위는 마커스 캠비. 경기에 뛸 수만 있다면 뛰어난 활약이 보장되는 선수지만 부상이 언제나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3순위는 샤리프 압둘라힘이었다.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해서 저평가받고 있기는 하지만 통산 19.8 득점과 8.1 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4순위는 스테판 마버리. 현재 닉스 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내쉬가 슈퍼스타로 부상하기 전까지 '96 드래프티 가운데 최고의 포인트 가드는 마버리였다. 5순위를 차지한 선수는 레이 앨런이다. 현역 선수 가운데 최고의 퓨어 슈터(Pure Shooter) 말이다.
이처럼 1위부터 5위까지만 알아봐도 쟁쟁한 이름이다. 실제로 '96 드래프트에서 선발된 선수 가운데 올스타전에 출장한 경험이 있는 선수는 모두 11명이다. 설명이 필요없는 코비 브라이언트(13순위)부터 마이애미 우승의 감초 역할을 한 앤트완 워커(6순위)까지 모두가 이해 드래프트를 통해 NBA 무대를 밟았다. 위에서 살짝 언급했던 것처럼 MVP 내쉬(15순위) 또한 '96 드래프트 출신이다. 또한 이 시즌 새크라멘토는 전체 14위로 페자 스토야코비치를 지명했는데, 이후 덕 노비츠키나 야오밍 등 미국 이외 지역의 선수들이 드래프트 되는 효시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알짜배기 선수들이 많이 발굴된 드래프트였던 것이다.
한국 팬들에게 이 드래프트가 또 하나 재미있게 느껴지는 건 바로 전체 21번으로 선발된 한 선수 때문이다. 뉴욕 닉스가 지명한 미시시피 주립대 출신의 이 선수는 이후 KBL로 자리를 옮겨 국내 농구에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바로 '단선생' 단테 존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뉴욕 닉스가 1라운드 픽을 무려 석 장이나 가지고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당시 그의 가치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충분히 짐작이 가능한 일이다. 문경은이 '꼬마 아이들이 노는 데 어른이 왔다.'고 표현한 것도 확실히 맞는 이야기였다. 이후 더 높은 드래프트 순위의 선수가 KBL에 오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96 드래프트는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이제 내일이면 또 다른 드래프트가 열린다. NBA 각 팀 단장들은 분주히 전화를 주고받으며 누구를 뽑아야 할지 골머리를 굴리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코비 브라이언트처럼 뽑히자마자 트레이드가 되는 선수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빅 벤처럼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도 탈락하는 선수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또는 좋은 자원을 뽑아 놓고도 써먹지 못해 결국 이적 후에야 만개하는 저메인 오닐(17순위) 같은 선수가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처럼 알 수 없는 미래를 선택해야 하는 드래프트, 어쩌면 그래서 드래프트가 재미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