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생활 동안 4,256 안타를 때려내며 MLB 역사상 가장 많은 안타를 때려낸 피트 로즈. 하지만 명예의 전당 그 어디서도 그의 이름을 찾아볼 수는 없다. 심지어 2005년까지 그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될 후보자 명단에도 자신의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도박 때문이었다. MLB 감독을 맡고 있던 '85년부터 '87년까지 피트 로즈는 총 400회 이상 야구 도박에 참여했다는 혐의를 받게 됐다. 이 가운데 52회는 자신이 감독을 맡고 있던 신시네티 레즈 경기 결과를 놓고 벌인 것이라 더욱 충격이 컸다. 피트 로즈는 결백을 주장했지만, 결국 탈세 혐의까지 포착된 바람에 더욱 비난만 거세질 따름이었다.
이로 인해 MLB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록 가운데 하나를 세우고도, 피트 로즈의 이름은 야구계에서 영구 제명된 상태다. 최근 자서전을 통해 자신의 죄를 시인하며 버드 셀릭 커미셔너에게 사면 및 복권을 읍소했지만, 여전히 따가운 시선은 달라지지 않았다. 미 야구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가운데 한명인 토미 라소다 前 다저스 감독은 "그는 야구인으로서 중죄를 지었다. 그가 사면된다면 도박을 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고 말하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얼마 전 우리 농구계도 비슷한 아픔을 경험했다. 동부의 간판스타 양경민이 농구 토토 구매 혐의로 36 경기 출정 정지를 당한 것이다. 비록 스포츠 토토가 도박과 성질이 100% 똑같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분명 현행 규정상 현역 선수가 토토를 사는 건 위법이다. 게다가 사건 초기에 혐의를 부인하다가 이후 말을 바꾸는 모양새 역시 팬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기가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 다시 그 말을 또 한번 뒤집고 있는 셈이다. 이 정도면 완전히 팬들을 우롱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현재 KBL은 국가 대표 선수 차출로 인해 선수 자원이 그리 풍족한 편이 못 된다. 그런 의미에서 스타 선수인 양경민의 코트 복귀는 리그 운영 전체에 활력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동부 구단 자체에서 추가적인 내부 징계가 뒤따라야 했다고 본다. 그러나 기사에 보도된 것처럼 먼저 징계 완화를 요구한 쪽은 소속팀 동부였다. 프로 농구단 스스로 운영 과정에 있어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한지를 드러낸 꼴이다.
프로 구단 관계자들은 늘 말로는 팬들을 위한 스포츠를 추구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행정에 있어서는 늘 이런 식이다. 게다가 양경민은 토토 사건 이외에도 미성년자인 팬클럽 회장과 관계로 인해 이미 팬들에게 한 차례 따가운 시선을 받은 바 있다. 팬들은 아직 용서할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는데, 자기들끼리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행정이라는 얘기다. 도대체 팬들 의사와 의향은 어디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알 수가 없다.
눈 가리고 아웅. 하지만 이것만으로 모든 게 덮어지고 쉬쉬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언론 보도가 아니라도 팬들 역시 사실 관계쯤은 얼마든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 스포츠 행정은 제자리걸음도 모자라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 스포츠 선진국의 인프라 및 시스템을 국내에 들여오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하지만 그 선진적이고 투명한 마인드를 끌어들이는 데 필요한 건 마음가짐 하나면 족하다. 아니, 퇴보를 이토록 좋아하는 행정이라면 포청천에게라도 배울 일이다.
피트 로즈의 영구 제명이 갖는 의미를 모른다면, 앞으로도 비슷한 유형의 사건은 끊이지 않고 반복될 것이다. 양경민의 영구 제명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원리와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행정을 비난하고 싶은 것뿐이다. 이제 팬들의 발걸음뿐 아니라 마음까지 KBL로부터 멀어질 것 같다. 21 경기는, 아니 36 경기조차 도덕적 책임을 면하기에 확실히 너무 짧은 시간이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