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6시즌 KBL 챔피언 자리를 놓고 정규리그에서 1위를 차지한 울산 모비스(36승 18패)와 2위 서울 삼성(32-22)이 맞붙는다. 비록 시즌 최종 승패 기록에서는 좀 차이가 나긴 하지만, 두 팀은 6라운드에 들어서도 1위 경쟁을 펼칠 만큼 팽팽한 전력을 유지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올해 챔피언전 역시 흥미진진한 한 판이 될 걸로 보인다. 그런데 기록을 가만히 뜯어보면 양 팀은 각기 다른 스타일로 높은 순위를 차지했음을 알 수 있다. 한쪽은 방패고, 한쪽은 창이다.
먼저 모비스의 전력부터 알아보자. 모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수비다. 모비스는 경기당 평균 78.6점밖에 실점하지 않았다. 페이스(Pace) 차이를 보정하기 위해 100번의 소유권(Possession)당 실점을 보여주는 수비효율(Defensive Efficiency) 역시 108.3으로 1위다. 2위 동부의 기록이 111.7인 점을 고려할 때 모비스의 수비가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유재학 감독의 수비 농구가 이제 모비스에 완전히 녹아난 것이다. 수비는 팀을 승리로 이끈다는 농구 속담이 있다. 이번 시즌 KBL에서는 확실히 그랬다.
반면 삼성은 공격의 팀이다. 평균득점은 86.7로 3위지만 이 역시 하프코트 오펜스를 주로 펼치는 팀답게 페이스가 빠르지 못한 원인이 크다. 수비효율과 마찬가지로 100번의 소유권당 득점을 보여주는 공격효율(Offensive Efficiency)에 있어서는 117.8로 리그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삼성은 2점슛과 3점슛의 차이를 보정한 eFG%와 자유투까지 계산에 넣은 TS% 부분에서도 각각 56.3%와 59.8%를 기록, 리그에서 가장 정확한 슈팅을 선보였다. 이것이 아마 가장 높은 공격효율을 기록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이었을 것이다. 물론 이는 오예데지, 서장훈으로 이뤄진 막강한 트윈 타워의 공이다.
그게 무슨 소리냐면, 삼성의 공격 리바운드 비율(Offensive Rebound Rate)은 33.0%로 KTF(33.9%)에 이어 리그 2위다. 슈터들이 슈팅에 실패해도 그 가운데 33%가 또 다른 공격 찬스로 이어진 것이다. 그만큼 세컨드 찬스가 많았다는 뜻이다. 원래 슛 성공률이 높은 팀이 든든한 리바운드의 지원까지 받고 있으니 원활한 공격이 이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전체 리바운드 비율(Rebound Rate)에 있어서도 52.7%를 기록하며 무시할 정도의 차이로 KTF(52.9%)에 이어 역시 리그 2위, 확실히 삼성의 골밑은 위협적이다. 리바운드는 팀을 챔피언으로 이끈다. 과연 이 속담을 삼성이 다시 한번 증명할 수 있을까?
거꾸로 정말 그렇다면, 모비스는 불리함을 안고 싸울 수밖에 없다. 모비스의 리바운드 비율은 48.7%밖에 안 된다. 즉, 모비스 선수보다 상대팀 선수가 잡아낸 리바운드가 11.3% 더 많았다는 뜻이다. 이는 리그 8위권밖에 못 되는 기록이다. 하지만 막강한 수비를 앞세우는 팀답게 수비 리바운드 비율(Defensive Rebound Rate)에 있어서는 73.4%나 된다. 이 비율보다 높은 팀은 LG(73.5%)뿐이었다. 역시나 우열을 가리기 힘든 수치다. 수비 리바운드에 있어서는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삼성은 공격 리바운드가 최강이고 모비스는 수비 리바운드가 그렇다. 확실히 반대의 전력이다.
결국 득점과 리바운드 모두에서 모비스는 수비, 삼성은 공격 부문에서 각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따라서 큰 경기에서는 언제나 그러하듯 실수를 줄이는 팀이 정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모비스는 경기당 10.9개의 실책밖에 기록하지 않았다. 물론 리그에서 가장 적은 기록이다. 거꾸로 상대팀은 모비스를 상대로 경기당 14.0개의 실책을 범했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실책을 유도해 낸 팀이 바로 모비스다. 삼성은 경기당 12.9개의 실책(리그 2위)을 기록할 정도로 턴오버가 많은 팀이다. 실책을 줄이지 않고서는 삼성이 챔피언 자리에 오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상대 전적에 있어서 4승 2패로 삼성이 앞서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규 리그와 챔피언 결정전은 다르다. 게다가 윌리엄스와 제이슨 클락은 경기가 지날수록 손발이 잘 맞는 느낌이다. 특히 위기의 순간에서는 더더욱 그래 보인다. 국내 선수들의 투지 또한 정점에 올라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모비스의 우승을 점쳐본다. 확률 50%라면 충분히 도전해 볼만한 도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스포츠는 뚜껑을 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드라마다. 모비스와 삼성 선수 모두에게 멋진 경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