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현재 KBL 순위 공동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팀은 모비스와 KTF다. 초반 10경기에서 4승 6패로 지난해 챔피언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했던 모비스. 하지만 이후 12경기에서는 10승 2패의 놀라운 상승세를 기록하며 지난 해에 이어 다시 한번 정규 리그 챔피언을 노리고 있다.

KTF 역시 마찬가지다. 시즌 초반만 해도 KTF는 약체로 분류됐던 게 사실. 초반 10경기에서 5승 5패로 정확히 승률 .500을 기록한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할 처지였다. 하지만 하지만 이후 9승 3패를 기록하며 현재 모비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아직 시즌이 절반도 남지 않았지만, 아직까지는 확실히 성공이다.

한마디로 두 팀 모두 11월 18일을 기준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됐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이 이 두 팀의 분위기를 이렇게 다르게 만들었을까? 숫자가 이를 보여줄 수는 없을까?

모비스가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페이스(pace)다. 페이스란 경기의 흐름을 나타내주는 지표다. 모비스는 수비 위주로 짜여진 팀이고 따라서 상대의 페이스를 최대한 늦추는 과정을 통해 성공을 거머쥐는 팀이다. 하지만 초반 10경기에서 이 팀의 페이스는 71.7로 리그 평균에 비교해 0.4의 차이밖에는 보이지 못했다. 페이스를 이끌고 가기보다 상대방의 페이스에 말리는 경기가 많았다는 뜻이다.

또한 리바운드 열세 역시 모비스의 숙제였다. 지난해에도 절대적인 리바운드 수치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점유율 측면에 있어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던 팀이 바로 모비스였다. 하지만 챔피언 결정전에서 무너진 이유 역시 리바운드. 초반 10경기에서 이 팀은 49.2%의 리바운드 점유율을 보이며 상대에게 더 많은 리바운드를 허용했다. 하지만 이후 12경기에서 리바운드 점유율은 53.4%까지 치솟았다.

특히 28.8% 정도였던 공격 리바운드 비율이 34.5%로 상승한 건 확실히 고무적인 일이다. 수비 리바운드 점유율 역시 1% 정도 상승했다. 하지만 공격 리바운드는 손쉬운 세컨 찬스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확실히 팀에 더 큰 보탬이 된다.

KTF 매직윙스가 비상할 수 있던 원동력 역시 리바운드다. 초반 10경기에서 48.7%에 머물렀던 점유율이 이후 12 경기에서는 52.5%로 좋아졌다. 모비스와 차이를 보이는 건 이 팀은 수비 리바운드에 있어 67.8%에서 73.4%로 향상을 보였다는 점이다. 신기성이라는 뛰어난 포인트 가드가 있는 이 팀은 수비 리바운드로 얻어진 찬스를 속공으로 연결시킬 수 있었고, 덕분에 팀 성적 역시 향상될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전체적인 공격 효율이 상당히 좋아졌다. 이 팀의 순수슛성공률(TS%)은 64.2%에서 66.8%로 좋아졌다. 순수슛성공률은 3점슛과 자유투의 성공률까지 보정해 전체적인 성공률을 보여주는 값이다. 확실히 공격에서의 집중력이 향상된 셈이다. 신기성의 사례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11월 18일까지 18.09의 PER을 보여두전 신기성의 현재 PER은 20.33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진짜 성공의 원동력은 다시 한번 수비다. 수비의 최종 목적은 수비 리바운드다. 그리고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수비 리바운드 점유율의 상승은 수비가 제대로 되고 있다는 뜻이다. 100번의 수비당 116점이나 허용하던 팀이 이제는 106점밖에 허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성공한 수비는 다시 속공으로, 뛰어난 효율의 공격으로 이어진다. 당연히 팀이 잘 나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국가대표선수 차출이 단 한명도 없어 탄력을 받을 것 같은 LG는 언제부턴가 힘을 잃었다. 그리고 이제  모비스와 KTF가 양강체제를 구축할 채비를 마친 상태. 하지만 아직 시즌의 절반도 치르지 않았다. 게다가 국가대표 선수들의 소속팀 복귀는 확실히 또다른 양상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이래저래 다시 재밌어질 KB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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