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보스턴 로고. 동아일보DB
'보빠'인 제 눈에도 '이건 좀 아니다' 싶습니다.
롭 만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2018년 보스턴 사인 훔치기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와 징계 내용을 22일(현지시간) 발표했습니다.
보스턴 전·현직 선수 35명을 포함해 총 65명을 조사해 내놓은 A4 용지 15 페이지짜리 조사 보고서를 보면 일단 사인 훔치기 의혹은 사실이었습니다.
단, 2017년 휴스턴처럼 선수단 전체가 참가하지는 않았다는 게 만프레드 커미셔너 설명입니다.
"알렉스 코라(45) 당시 보스턴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 프런트 직원 그리고 선수단 대부분은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2018년 보스턴 사인 훔치기 주동자로 지목 받은 J T 왓킨스. 보스턴글로브 홈페이지
이번 조사 결과에서 주동자로 지목을 받은 건 J T 왓킨스(31)라는 비디오 판독 담당 직원이었습니다.
왓킨스가 경기 중 상대 팀 사인을 파악해 2루 주자에게 전달하면 2루 주자가 다시 타자에게 사인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보스턴은 상대 사인을 훔쳤습니다.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2018년 보스턴 전체 타석 가운데 2루 주자가 있던 건 19.7%였다. 이 중에서 상대 사인을 파악한 경우만 추려내면 타자가 실제로 사인을 전달 받은 비율은 더욱 줄어든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보스턴 구단은 선수단이 항상 사인 훔치기 관련 규정을 준수하도록 노력했다는 점도 인정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롭 만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동아일보DB
그러면서 왓킨스에게 2020 시즌 무급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고 2021 시즌에도 비디오 판독실에서 근무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이와 함께 구단에 관리 부실 책임을 물어 올해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을 박탈했습니다.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올해 드래프트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때문에 5라운드까지밖에 진행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2라운드 지명권 박탈은 과거보다 더 징계 수위가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보스턴 구단은 이번 발표가 나온 뒤 "규칙 위반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면 "팬 여러분과 메이저리그 전체에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The #RedSox today released the following statement from President & CEO Sam Kennedy in response to Major League Baseball’s report: pic.twitter.com/FLEMdwzgfI
— Red Sox (@RedSox) April 22, 2020
왓킨스는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하고 2012년 신인 드래프트 때 보스턴에서 10라운드 지명을 받았습니다.
이후 마이너리그에서 세 시즌 동안 뛰었지만 한 번도 AA 이상으로 올라가지는 못했습니다.
마이너리그 통산 기록은 .184/.231/.235, 2홈런, 26타점이었습니다.
현역에서 은퇴한 왓킨스는 2017년부터 보스턴에서 스카우트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이미 휴스턴에서 사인 훔치기에 앞장 선 걸로 보고서에 11번 이름이 등장하는 인물이 구단 감독인데 정말 이런 직원이 혼자서 이 모든 일을 꾸몄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