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교외에 자리잡고 있는 올 잉글랜드 테니스 클럽. 동아일보DB
2020년에는 윔블던 테니스 대회를 열지 않습니다.
이 대회를 주관하는 올 잉글랜드 테니스 클럽은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올해 대회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1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제134회 윔블던 대회를 내년 6월 21일부터 7월 11일까지 치를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원래 올해 대회는 6월 29일 개막해 7월 12일 막을 내릴 예정이었습니다.
윔블던 남자 단식 정상을 8번 차지한 로저 페더러. 윔블던 홈페이지
1877년 시작한 윔블던은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 가운데 제일 긴 역사를 자랑합니다.
그러면 제1회 대회로부터 143년이 지난 셈인데 원래 올해 대회가 134회니까 10년은 대회를 치르지 못했다는 뜻이 됩니다.
1915~1918년에는 제1차 세계대전, 1940~1945년에는 제2차 세계대전 때문에 대회를 열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질병 때문에 대회를 열지 못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또 프로 선수가 메이저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된 1968년(오픈 시대) 이후 이 대회를 열지 못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폭격을 받은 올 잉글랜드 클럽. 윔블던 가디언 홈페이지
프랑스 오픈은 지난달 17일 이미 원래 5월 24일이던 올해 대회 개막일을 9월 20일로 늦추겠다고 발표한 상태.
윔블던도 일정을 뒤로 미루는 방법도 있지 않았을까요?
윔블던은 잔디 코트에서 경기를 하기 때문에 일정 조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정설입니다.
원래 윔블던 코트는 4월에 잔디를 새로 심습니다.
그리고 잔디가 어느 정도 자라면 경기를 할 수 있도록 꾸준히 관리해야 합니다.
현재 영국 정부에서 폐쇄령을 내린 상태라 이게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잔디는 살아 있는 식물이라 계절이 바뀌면 코트 상태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잔디 코트에서는 보통 6월 초순부터 7월 초순까지 한 달 동안에만 투어 일정을 진행합니다.
2009년 지붕을 설치한 윔블던 센터 코트. 윔블던 홈페이지
그래서 대회를 연기하는 대신 아예 취소하는 방법을 선택한 겁니다.
물론 윔블던 센터 코트에는 지붕이 있지만 다른 코트에는 그런 거 없습니다.
잔디 코트 시즌 '끝판왕'인 윔블던이 문을 열지 않는데 다른 대회는 치르면 이상하겠죠?
남자프로테니스(ATP)와 여자프로테니스(WTA)는 윔블던 취소 결정 이후 7월 13일까지 모든 대회 일정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The ATP and @WTA have jointly announced the continued suspension of the ATP and WTA Tour until July 13, 2020, due to the ongoing #COVID19 pandemic.
— ATP Tour (@atptour) April 1, 2020
현재 미국 사정을 보면 US 오픈도 위태위태합니다.
현재 이 대회 장소인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테니스 센터에는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하는 임시 병원이 들어선 상태입니다.
대회를 열지 못하게 시간은 흐르게 마련.
어쩌면 코로나19가 ATP 삼국지까지 끝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