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배니티 페이 홈페이지 캡처


이 블로그 공식 테니스 여신, 마리야 샤라포바(33·러시아)가 현역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패션 잡지 '보그'와 자매지 '배니티 페어'는 샤라포바가 기고한 에세이 '테니스여, 안녕'을 26일(이하 현지시간) 공개했습니다.


샤라포바는 "이제 뒤돌아 보니 테니스는 내게 산 같은 존재였다. 나는 골짜기를 지나 굽이굽이 굽은 길을 걷고 또 걸어야 했다. 그러나 정상에 올랐을 때 풍경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28년 동안 테니스를 쳤고 다섯 번 메이저 타이틀을 따냈다. 이제 다른 산에 오르려 한다"고 은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샤라포바 메이저 대회 우승 사진 모음


냉정하게 말해 미녀 테니스 선수 가운데는 얼굴만 예쁜 일도 많지만 샤라포바는 본인이 말한 것처럼 테니스 실력도 좋았습니다.


샤라포바는 2004년 윔블던을 시작으로 US 오픈(2006년), 호주 오픈(2008년), 프랑스 오픈(2012, 2014년)에서 모두 우승하면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습니다.


프로 테니스 선수가 메이저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된 1968년 이후(오픈 시대) 이런 기록을 남긴 여자 단식 선수는 여섯 명뿐입니다.


▌오픈 시대 여자 단식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
 선수  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 오픈
 매거릿 코트  4(11)  3(5)  1(3)  3(5)
 크리스 에버트  2  7  3  6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  3  2  9  4
 슈테피 그라프  4  6  7  5
 세리나 윌리엄스  7  3  7  6
 마리야 샤라포바  1  2  1  1

※괄호 안은 오픈 시대 이전 기록을 포함한 전체 우승 횟수


사실 샤라포바는 실력에 비하면 우승복이 없는 선수였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샤라포바는 총 21주 동안 1위에 이름을 올린 걸 포함해 936주 동안 여자프로테니스(WTA) 세계 랭킹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기간 샤라포바가 가장 오래 이름을 올린 자리는 2위(142주)였습니다.


결국 마지막 세리나 윌리엄스 vs 마리야 샤라포바 맞대결이 된 지난해 US오픈 1회전. 뉴욕=로이터 뉴스1


예상하시는 것처럼 세리나 윌리엄스(39·미국·8위)라는 벽이 너무 높았습니다.


샤라포바는 2004년 윔블던 결승 그리고 그해 WTA 투어 챔피언십 결승에서 윌리엄스를 이긴 뒤로 은퇴할 때까지 15년 동안 (실제 경기에서) 한 번도 윌리엄스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샤라포바는 또 세계 랭킹에 이름을 올린 936주 가운데 503주(53.7%) 동안 랭킹 10위 안에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6년 도핑(약물을 써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행위) 논란 이후에는 다시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국제테니스연맹(ITF)에서 받은 15개월 자격 정지를 끝내고 2017년 5월 1일자 랭킹 262위에 이름을 올렸던 샤라포바는 2018년 7월 16일 21위까지 랭킹을 끌어올렸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습니다.


올해는 브리즈번 인터내셔널 첫 판에서 탈락했고 호주 오픈 결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는 사이 랭킹은 373위까지 떨어졌습니다.



어깨가 문제였습니다. 2008년 어깨 수술을 받았던 샤라포바는 지난해에도 또 한 번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샤라포바는 "내가 테니스를 치고 있는 사진만 봐도 어깨가 아플 정도"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샤라포바는 결국 통산 645승 171패(승률 .790)를 남긴 채 코트를 떠나게 됐습니다.


샤라포바는 WTA 투어 단식에서 36번 우승했고 총 상금으로 역대 3위에 해당하는 3878만 달러(약 472억 원)를 벌었습니다.


마지막 메이저 타이틀이 된 2014년 프랑스 오픈 우승 기념 촬영 장면. 동아일보DB 


상금 이외 수입을 따지면 더 많습니다.


샤라포바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하는 여자 운동 선수 수입 랭킹에서 2005년부터 11년 연속으로 1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상금을 제외하고 샤라포바가 벌어들인 돈은 총 2억6800만 달러(약 3244억 원)로 역대 여자 선수 전체 1위입니다.


샤라포바는 그저 광고 모델로만 돈을 번 게 아닙니다.


2014년 포르쉐 모델 발탁 기념으로 슈거포바에서 새 제품 '스피디'를 내놓은 샤라포바. 슈거포바 홈페이지


샤라포바는 '슈거포바'라는 사탕(confectionery) 회사를 운영하는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합니다.


샤라포바가 12살 때부터 에이전트 업무를 맡고 있는 맥스 아이젠버드는 "샤라포바는 대학에 간 적 없는 경영학 박사"라며 "샤라포바가 은퇴하고 나면 1년 365일을 사업에 헌신하는 비즈니스 우먼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샤라포바와 에이전트 맥스 아이젠버드. 뉴욕타임스 제공


샤라포바는 자기 성공 이유로 꾸준함과 참을성을 꼽고는 했습니다. 테니스를 등산에 비유한 이유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샤라포바는 "내 꿋꿋한 정신력이야 말로 내가 가진 최고 무기였다. 상대가 나보다 신체적으로 강하고 자신감이 넘치고 솔직하게 훨씬 실력이 좋은 선수라고 해도 나는 끝까지 버티고 또 버텨서 결국 승리를 따냈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은퇴후 무엇을 하든, 내가 올라야 할 다음 산이 어디가 되든, 나는 계속 도전하고, 그 산을 오르면서,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네, 그러리라고 믿습니다. 그 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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