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를 3-1로 물리치면서 도쿄(東京) 올림픽 아시아 예선 휴식기 때문에 더욱 길게 느꼈던 프로배구 2019~2020 도드람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일정이 모두 끝났습니다.


위에 있는 그래프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는 것처럼 4라운드에서 제일 눈에 띄는 성적을 남긴 건 단연 우리카드였습니다.


3라운드 마지막 두 경기서 승리를 챙긴 우리카드는 4라운드 전승을 기록하면서 창단 후 처음으로 8연승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카드는 전반기를 선두로 마친 대한항공을 밀어내고 중간 순위 1위로 올라섰습니다.


반면 주전 선수 4명이 대표팀에 합류했던 대한항공은 이번 시즌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점 확보에 실패했습니다.


3위 현대캐피탈은 라운드 첫 두 경기에서 모두 패했했지만 황동일(33)을 주전 세터로 내세우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습니다.


OK저축은행은 4라운드 때 승점 11점을 쌓았지만 누적 승점 37점으로 현대캐피탈(45점)과는 차이가 나는 상황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1최강 2강 2중 2약 구도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카드 황경민(가운데).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 개인적으로 꼽는 4라운드 우리카드 최우수선수(MVP)는 황경민(24)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제일 큰 이유는 황경민이 우리카드에서 제일 많이 '긁는' 선수이기 때문.


황경민은 4라운드 때 팀 전체 서브 리시브 가운데 32.3%를 책임지면서 공격에서도 점유율 19.7%를 기록했습니다. 리시브 점유율과 공격 점유율을 합치면 52%입니다.


점유율만 높은 게 아닙니다. 결과도 좋습니다.


황경민은 이 기간 서브 리시브 성공률 50%를 기록했습니다. 이보다 4라운드 리시브 성공률은 높은 건 54.8%를 기록한 여오현(42) 플레잉 코치 한 명뿐입니다.


황경민은 또 공격을 103번 시도해 공격 효율은 .379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4라운드 때 공격을 50번 이상 시도한 선수 가운데 이보다 공격 효율이 높은 건 펠리페(32·우리카드·.450), 문성민(34·현대캐피탈·.407) 두 명뿐입니다.



대한항공 한선수.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 대한항공에서는 역시 주전 세터 한선수(35)가 빠진 게 컸습니다.


한선수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을 때 유광우(35)가 빈 자리를 아주 잘 채운 건 사실.


그래도 다른 주전 선수 세 명 - 곽승석(32) 김규민(30) 정지석(25) - 까지 동시에 빠진 상태에서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4라운드 들어 유광우가 세트한 공을 공격수가 때렸을 때 공격 효율은 .215가 전부였습니다. 같은 기간 한선수가 세터였을 때 기록은 .409로 거의 두 배가 높았습니다.


한선수에게 옥에 티라면 자기 백업이던 황동일을 상대로는 1-3으로 무릎을 꿇었다는 것. 


다음달 2일 열리는 맞대결은 어떨지 기대가 됩니다.



현대캐피탈 황동일.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 현대캐피탈은 4라운드 때 황동일 덕분에 먹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황동일이 띄운 공을 받아 때렸을 때 현대캐피탈 공격수가 남긴 공격 성공률은 59.2%. 우리카드 노재욱(28)과 함께 공동 1위 기록입니다.


그 덕에 현대캐피탈은 18일 대한항공전에서 황동일 카드를 꺼내든 뒤 4연승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정말 황동일이 달라졌는지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다닙니다. 그의 이름은 여전히 황동일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5라운드 첫 두 경기가 진정한 시험대가 될 수 있습니다.


현대캐피탈은 2일에 대한항공과 맞붙고 나서 5일 곧바로 우리카드와 맞대결을 벌입니다.


과연 황동일이 계속 팀에 승리를 선물할 수 있을까요?



OK저축은행 송명근.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 OK저축은행은 4라운드서 3승 3패를 기록하면서 승점 11점을 더했습니다. OK저축은행이 이번 시즌 두 자릿수 승점을 기록한 건 1라운드 이후 이번이 처음.


이 팀은 결국 송명근(27)이 해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라운드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역시 3일 천안 방문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에 3-1 승리를 거둔 걸 꼽을 수 있습니다.


이 경기에서 송명근은 공격 효율 .435를 기록하면서 팀 공격을 이끌었습니다.


이에 앞서 4라운드 첫 경기였던 삼성화재전에서도 공격 효율 .412를 남겼습니다.


4라운드 초반에는 이렇게 컨디션이 좋았는데 마지막 두 경기에서는 갑자기 기록이 나빠졌습니다. 


대한항공에 0-3으로 패한 4라운드 마지막 경기 때는 공격 효율 .235가 전부였고, 그 전 게임이던 24일 안방 경기 때도 한국전력을 상대로 공격 효율 .229를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OK저축은행이 여전히 '봄 배구' 티켓을 노린다면 일단 송명근이 컨디션을 되찾는 게 급선무입니다.



삼성화재 송희채.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 전반기까지 꾸역꾸역 버티던 삼성화재는 박철우(35)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자 결국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박철우는 국가대표팀 일정을 소화하고 돌아온 뒤 독감 증세까지 겹치면서 4라운드 때 공격 효율 .176을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4라운드 때 공격을 50개 이상 시도한 선수 가운데 제일 공격 효율이 낮은 선수가 박철우입니다.


기준을 공격 시도 40개 이상으로 낮추면 같은 팀 송희채(28)가 꼴찌입니다.


송희채는 4라운드 때 공격을 40개 시도해 15점을 올리는 데 그쳤습니다. 그러면 일단 공격 성공률은 37.5%가 됩니다.


그리고 상대 블로킹에 7번 당했고, 범실도 8개를 저질렀습니다. 그 결과 공격 효율은 제로(0)입니다.


그렇다고 상대 서브를 잘 받은 것도 아닙니다. 같은 기간 서브 리시브 성공률도 34.2%가 전부입니다.


전반기 노우트 때도 썼지만 이래서는 삼성화재가 지금보다 높은 순위를 기대하기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KB손해보험 마테우스.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 외국인 선수를 트라이아웃(공개 선수 평가)을 통해 선발하고 있는 이상 대체 외국인 선수가 팀 분위기를 극적으로 반전시킬 확률은 100%보다는 0%에 가깝습니다.


마테우스(23·브라질)가 첫 선을 보인 16일 경기 이후 KB손해보험은 2승 2패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28일 경기에서 한국전력을 3-1로 물리친 게 중요했습니다. 이 경기에서 패했으면 최하위로 내려갔을 테니까요.


아니, 그런데 최하위면 뭐가 달라질까요?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하고, 또 하고, 또 하는 말이지만 오히려 매번 이렇게 같은 패턴을 반복하니까 최하위 우려가 불쑥 불쑥 쳐들어올 뿐입니다.


진짜 팀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다면 황택의(24)라도 시장에 내놓고 트레이드를 카드를 맞춰야 합니다.


아니라면 출장 기회를 늘려서 국내 날개 공격수들 기량을 조금 더 끌어올리든가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말처럼 계속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건 정신병입니다.



한국전력 가빈.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 그건 한국전력도 마찬가지. 한마디로 이 팀에도 가빈(34·캐나다)이 박수를 칠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장병철 감독은 그런 시간을 주고 있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라운드별로 가빈의 공격 점유율이 47.5% → 43.5% → 40.8% → 37.3%로 내려오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요.


단, 가빈이 지난해 12월 22일 경기 때 종아리 통증으로 5세트 도중 코트에서 나오면서 3, 4라운드 각 한 경기씩 빠졌다는 건 감안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빈은 확실히 지쳤습니다. 2라운드 때 50.1%였던 공격 성공률은 3라운드 46.7%, 4라운드 38.1%로 내려오고 있는 상황.


한국전력 성적도 마찬가지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어차피 성적을 내지 못할 거라면 구본승(23), 김인혁(25) 같은 왼쪽 날개에 조금 더 공을 많이 올려도 괜찮지 않을까요?


다음 시즌에도 조금 더 늙은 가빈과 이렇게 밑바닥에서 한 시즌을 보내면 그만일까요?


진짜 답답하고 또 답답한 한국전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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