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현금 트레이드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게 된 유광우.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대한항공은 진짜 유광우(34)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습니까.


대한항공은 1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안방 경기에서 삼성화재에 3-0 완승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면서 12승 4패로 승점 33점을 확보하면서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습니다. 2위 우리카드(28점)와는 승점 5점 차이. 


'2019~2020 V리그 2라운드 노우트'에 쓴 것처럼 주전 세터 한선수(34)가 지난달 10일 이후 경기에서 뛰지 못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적입니다.


유광우가 팀을 옮긴 지 이제 100일 남짓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대한항공은 한선수가 선발로 나선 첫 8경기에서 6승 2패(승점 17점)를 기록했고 유광우가 공격 조율을 맡은 최근 8경기에서도 6승 2패(승점 16점)를 기록했습니다.


결과는 비슷했지만 과정은 달랐습니다. 아래 그림은 두 선수가 어떤 공격 스타일을 어떤 비율로 사용했는지 비교한 것.



한선수의 최고 장점은 역시 퀵오픈이 대변하는 빠른 세트(토스). 한선수가 곽승석(31), 정지석(24)에게 빠르게 세트를 쏘는 게 대한항공 팀 컬러이기도 합니다.


반면 유광우는 삼성화재 시절 몰방(沒放) 배구를 진두지휘한 주인공답게 '큰 공격'을 더 많이 씁니다.


후위 공격(백어택)과 오픈 공격 점유율이 크로스하는 게 바로 이 차이 때문입니다.


외국인 선수 비예나(26)는 한선수가 세터일 때 후위 공격을 더 자주 시도하는 건 맞지만 그리 큰 차이는 아닙니다. 대신 레프트 두 선수, 특히 정지석은 유광우가 세터일 때 후위 공격(≒파이프 공격)을 시도하는 빈도가 10%포인트 가까이 내려갑니다.



그렇다고 유광우가 '느린 공격'만 선호하는 건 아닙니다. 유광우가 템포를 조절하는 무기는 속공. 유광우는 속공을 많이 쓸 뿐 아니라 효율도 더 좋습니다.


나머지 공격 유형은 전부 한선수가 공을 쐈을 때 효율이 더 높았습니다. 확실히 대한항공에서는 한선수가 더 좋은 세터인 겁니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한선수가 다쳤을 때 '유광우가 50%만 해줘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유광우는 최대한의 결과를 내줬다. 나와 우리 팀에 큰 행운이 따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유광우가 이렇게 뛸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닌데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 유광우가 아니면 누구도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유광우는 프로 데뷔 후 여러 차례 발목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1, 2주 간격으로 근육 이완 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출전 시간이 늘어나면 주사를 맞는 간격도 짧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박 감독은 "주사를 맞으면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지 못한다. 눈물이 날 정도다. 지금 아주 잘 버텨주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유광우는 "여전히 공격수와 타이밍이 맞지 않을 때가 간혹 있다. 이건 세터 책임"이라면서 "동료들이 많이 도와준다. 고마운 마음이 정말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유광우는 확실히 믿음직스러운 대한항공 부기장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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