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보스턴 레드삭스가 뉴욕 메츠와의 시리즈를 싹쓸이하며 파죽의 12연승 행진을 내달렸다. 12연승은 이번 시즌 빅 리그 최장 기록이다. 그리고 이제 양키스를 4게임차로 제치고 치열하기로 소문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선두 자리를 굳게 지킬 태세에 접어들었다.

사실 연승 행진을 거듭하기 전에 보스턴은 4연패의 수렁에 빠져 있었다. 텍사스에게 패한 데 이어 미네소타 원정 경기에서 스리즈를 통째로 내주며 스윕(sweep)을 당했던 것이다. 뉴욕 양키스와 치열한 지구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던 실정이라 연패 분위기는 보스턴의 이번 시즌 행보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인터리그를 계기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 나가고 있다.

보스턴은 방금전에 끝난 12연승 전까지 무려 경기당 7.9점이나 뽑아냈다. 실점은 3.45점밖에 되지 않았다. 공수 모두에 걸쳐 안정적인 전력을 과시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굳이 공을 돌리자면 타자들의 역할이 더 컸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 가운데서 중심타선, 특히 매니 라미레즈의 공이 컸다. 다음은 2번부터 5번까지 타순에 포진했던 네 타자의 최근 11경기 기록이다.


매니 라미레즈의 방망이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기록이 그대로 증명한다. 4할이 넘는 타율에 장타율이 무려 .938에 달한다. 2루타 5개와 홈런 4개를 몰아친 결과다. 시즌 장타율 역시 .603까지 올라왔다. 시즌 초반의 부진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해에도 시즌 초반의 부진을 딛고 예년의 모습으로 돌아온 적이 있는 라미레즈다. 바로 이런 모습이 있기에 매니는 언제든 매니(Manny Being Manny)인 모양이다.

쌍포 가운데 한 명인 오티스는 여전히 타율이라는 측면에서는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틀 연속 끝내기 홈런과 끝내기 안타를 연달아 터뜨리기도 했다. (이글을 쓰는 와중에 펼쳐진 12연승 경기에서는 8회 중월 1점 쐐기포를 쏘아올렸다) 클러치 히터로서의 모습은 여전했다는 뜻이다. 동점 상황에서 맞이한 17타석에서 .417/.562/1.167의 매서운 타격 솜씨를 선보인 것이 바로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극단적인 수비 쉬프트 때문에 타율 관리에 애를 먹기는 하지만, 여전히 득점이 가장 절실히 필요한 순간 최고로 믿음직스러운 타자는 바로 오티스라는 얘기다.

이 둘에 비해 덜 주목받고 있기는 하지만 로레타와 닉슨의 활약 또한 대단했다. 톱타자를 맞고 있는 케빈 유킬리스는 이 기간 동안 .354의 출루율밖에는 기록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 두 타자의 앞에 찬스가 계속 걸릴 수 있었던 것은 로레타가 출루율 .478의 뛰어난 출루 능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닉슨 또한 이 둘을 뒤에서 든든하게 받쳤다는 사실 역시 뛰어난 기록이 증명하고 있다.

야구에서 중심 타선의 파괴력은 새삼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대목이다. 보스턴은 바로 이 중심 타선의 힘을 원동력으로 11연승을 내달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타력만으로 승리를 거듭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뛰어난 투수력과 안정된 수비 역시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현재 빅 리그로 콜업(Call-Up)된 존 레스터와 캔자스시티에서 건너온 카일 스나이더 이외에도 트레이드 마감 시한까지 투수진 보강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맷 클레멘트와 데이빗 웰스에게는 이미 기대를 하기 어렵고, 불펜에서도 복귀를 앞둔 마이크 팀린을 제외하자면 믿을 만한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스턴과 양키스는 2000년대 들어 거의 해마다 지구 선두 경쟁을 펼쳤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해마다 양키스의 승리였다. 지난 시즌에는 양키스와 똑같은 승률을 기록했음에도 상대 전적에 밀려 와일드 카드에 만족해야 했던 레드삭스다. 이번에도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어떤 불펜 보강을 어떻게 이룰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저력을 가진 팀이 바로 양키스이기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 때만 되면 뛰어난 불펜 자원을 원하는 팀들로 넘쳐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뛰어난 불펜 투수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레드삭스 팬들은 팀의 단장 테오 엡스타인이 어떻게든 하늘에서 별을 따오길 학수고대 하고 있을 것이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까지 앞으로 5주 동안, 어떤 움직임이 벌어질지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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