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J.T 스노우가 지명할당 됐다. 이제 레드삭스는 앞으로 10일 동안 그를 트레이드시키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러나 과연 그를 찾는 팀이 있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뛰어난 1루 수비를 자랑하지만 전성기만 못한 게 사실이고, 타율.205/출루율.340/장타율.205을 치는 1루수는 전혀 매력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소식은 국내의 메이저리그 팬들에게는 제법 반가운 일이다. 최희섭의 메이저리그 콜업과 연관된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희섭이 마이너리그에서 기록하고 있는 수치는 그리 인상적이지 못하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AAA 팀은 포투켓에서 뛰고 있는 최희섭은 현지 시각으로 18일 현재 .227/.376/.402의 타격라인을 기록 중에 있다. 빅 리그도 아닌 마이너에서 OPS .778짜리 1루수는 확실히 타격에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비록 마이너리그 기록이지만, 여전히 최희섭의 순수 출루율(IsoD .149)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빅 리그에서 어필하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파워도 그렇다. IsoP .175의 파워는 나쁜 편은 아니지만 1루수에게는 부족한 수치다. 그렇다고 최희섭의 컨택 능력이 뛰어난 편도 아니다. 한마디로 스노우의 지명할당 = 최희섭의 콜업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성적이라는 얘기다.

보스턴의 테오 엡스타인 단장이 웨이버 공시된 최희섭을 데려온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는 바로 선수의 향후 성적 예측에 토대가 되는 소위 '커리어의 유사성' 때문이었다. 현재까지 최희섭의 빅리그 커리어 OPS+는 107이다. 미네소타에서 보스턴으로 넘어오기 전까지 데이빗 오티스의 OPS+도 마찬가지로 107이었다. 이뿐 아니라 커리어 기록을 놓고 비교해 보면, 현재까지 최희섭과 가장 유사한 선수 역시 마찬가지로 데이빗 오티스다.

하지만 데이빗 오티스의 경우 참을성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지 스윙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다. 반면, 최희섭의 경우 여전히 스윙에 구멍이 너무 많다. 홈런을 날린 경우의 스윙 폼을 봐도 완성된 메카니즘을 거의 느낄 수가 없다. 타구의 비거리는 다만 타고난 파워의 효과였을 뿐이다. 그러나 단순히 타고난 파워만으로 빅 리그 투수들을 상대할 수는 없다. 빅 리그 생활을 거듭할수록 약점이 더 많이 노출되게 됐고, 결국 마이너 시절에 보여줬던 가능성마저 현재는 거의 인정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냉정히 말해, 현재 그에게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이를 잡을 만한 능력이 없다. 차라리 마이너리그에서 차근차근 스윙 폼부터 교정하는 편이 그의 향후 커리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게다가 현재 보스턴은 양키스와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로스터 한 자리 한 자리가 모두 소중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번에 스노우가 방출된다 해도 그 자리는 최희섭의 몫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 아직 최희섭은 준비가 덜 됐다. 준비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여유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 번 콜업이 최희섭에게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최희섭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