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현재 .363의 타율로 NL 1위에 올라 있는 프레디 산체스는 원래 레드삭스 팜 출신이었다. 마이너 시절 미래의 올스타로 언급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지만, 정작 빅 리그에서 그를 필요로 할 때는 부상의 늪에 빠져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가 어려웠다. 결국 그는 보스턴에서 단 52 타석 동안 .220/.250/.260의 초라한 기록만을 남긴 채 제프 수판 트레이드 때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어야 했다.

핸리 라미레즈 역시 현재 보스턴 소속이 아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팀 내 최고의 유망주 가운데 한명으로 평가받았지만, 보스턴 구단은 베켓을 위해 라미레즈를 보내야만 했다. 타격 라인 .268/.332/.409에 FRAA -1로 공수 모두에서 빼어난 모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리빌딩 중인 말린스 사정을 고려할 때 이 팀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 만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 두 내야 유망주가 팀을 떠남으로 인해 보스턴 팬들의 관심은 한 선수에게 집중되게 됐다. 더스틴 페드로이아(Dustin Pedroia)가 그 주인공이다. 존 레스터와 크렉 한센이 빅 리그로 콜업된 현재 그는 사실상 레드삭스 팀 최고의 유망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AA 포틀랜드에서 뛰는 외야수 제이코비 엘스버리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관심을 알기라도 하는 듯 페드로이아는 AAA팀 포투켓에서 .311/.389/.435의 타격 라인을 기록하며 미들 인필더로서 인상적인 타격 솜씨를 선보이고 있다.

사실 이번 시즌 출발은 부상과 함께였다. 지난 해 손목을 다친 데 이어 스프링 캠프 동안 어깨 부상을 당한 것이었다. 덕분에 그는 39경기나 결장해야 했다. 하지만 재활과 적응을 거쳐 현재는 다시 기대치만큼의 실력을 자랑 중이다. 비슷한 타수에서 올린 4월(47타수)의 .255/.364/.383과 7월(45타수)의 .422/.509/.600을 비교해 보면 이런 차이를 확연하게 알아볼 수 있다.


기록에서 알아볼 수 있는 것처럼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참을성이다. 이는 뛰어난 선구안에서 비롯된 결과다. 그는 마이너리그 각 단계를 거치며 통산 347개의 볼넷을 얻어냈다. 이 동안 삼진은 107밖에 당하지 않았다. K/BB로 환산할 때 무려 3.24에 달하는 기록이다. 직접 비교는 무리지만, 현재 레드삭스의 주전 1루수 자리를 확실히 꿰찬 참을성의 대명사 케빈 유킬리스(K/BB 1.66)보다도 나은 기록이다. 기본적으로 타석에 임하는 자세 자체는 크게 흠잡을 데가 없다는 뜻이다.

수비에서도 마찬가지다. '04년 드래프트에서 그를 팀의 1픽으로 선택할 때, 보스턴이 그에게 기대했던 포지션은 유격수였다. 하지만 그는 이제 오히려 2루수로 분류되는 쪽이 더 어울린다. 본인은 여전히 어느 포지션이든 관계없다는 자세다. 그도 그럴 것이 두 포지션에서 모두 최상급의 수비 실력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리조나 대학 시절이던 '03년 NCAA 최고의 수비수로 선정됐던 게 우연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현재 레드삭스의 주전 2루수인 마크 로레타보다도 오히려 수비에선 낫다는 평가도 있을 정도로 그의 수비는 일품이다.

물론 그렇다고 내일 당장 페드로이아가 빅 리그 무대를 밟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로레타(.301/.356/.377)는 보스턴의 공격 스타일에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 구석이 있다. 데이빗 오티스와 매니 라미레즈 앞에 필요한 2번 타자는 출루율로 어필할 수 있는 스타일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시즌 후반, 적어도 내년 시즌 개막에 즈음해서는 페드로이아에게 분명 기회가 올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언급한 두 명의 유망주를 잃는 건 분명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수판 트레이드로 보스턴이 얻은 게 전무하다시피하다는 점에서 산체스가 아쉽고, 라미레즈는 말할 것도 없이 보스턴 팬들의 희망이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리고 남은 선수가 바로 페드로이아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를 믿었기에 두 선수를 떠나 보내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 이야기의 끝에 정말 멋진 결말이 놓여 있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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