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남자 테니스 '고인물 전성시대'를 이어갈 책임을 맡은 라파엘 나달. 뉴욕=로이터 뉴스1


'디펜딩 챔피언' 노바크 조코비치(32·세르비아·세계랭킹 1위)와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8·스위스·3위)가 물러갔지만 아직 '남자 테니스 삼국지'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라파엘 나달(33·스페인·2위)이 살아 남아 2017년 호주 오픈 이후 12개 대회 연속 타이틀을 노릴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나달은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빌리진 킹 내셔녈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2019 US 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준결승에서 생애 첫 메이저 4강 경기를 치른 마테오 베레티니(23·이탈리아·25위)를 상대로 3-0(7-6, 6-4, 6-1) 완승을 기록했습니다.


나달은 1세트 타이브레이크 때 2-5로 끌려갔지만 자기 서브 차례를 두 번 모두 따내며 4-5로 추격에 성공한 뒤 결국 상대 범실을 유도하면서 1세트를 따냈고 이후에는 큰 위기 없이 경기를 마쳤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에 나오는 소류켄(昇龍拳)을 떠올리게 만드는 나달의 터닝 샷. 테니스TV 화면 캡처


이로써 나달은 12번 결승에 올라 12번 모두 우승을 차지한 프랑스 오픈을 제외하고 15번째 메이저 대회 결승에 오르게 됐습니다. 이전까지 나달은 메이저 대회 결승을 14번 치르면서 6번 우승했고 이 중 US 오픈이 3번(2010, 2013, 2017년)입니다.


산수가 빠른 분은 이미 눈치채셨을 텐데 만약 나달이 올해 US 오픈에서 우승하게 되면 페더러가 보유하고 있는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최다 우승 기록(20회)에 한 걸음 차이로 다가가게 됩니다.


나달은 "물론 최다 우승 기록 보유자로 이름을 올리고 싶다. 하지만 이웃이 나보다 뛰어나다고 해서 하루 종일 실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사람은 누구나 그저 자기 자신으로 행복하게 지내는 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보다 더 많은 걸 얻는다면 환상적일 거다. 그렇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나는 코트 뒤에서 내 모든 걸 쏟아 부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거면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3년 만에 새로운 메이저 챔피언 등극을 노리는 다닐 메드베데프. 뉴욕=로이터 뉴스1


나달과 결승에서 만나게 된 상대는 다닐 메드베데프(23·러시아·5위)입니다. 메드베데프는 앞서 열린 경기에서 그리고르 디미트로프(28·불가리아·78위)를 역시 3-0(7-6, 6-4, 6-3)으로 꺾고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이날 승리로 다음 세계랭킹 발표 때 4위 자리를 확보한 메드베데프는 "여기서 그만두고 싶지 않다. 나는 항상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최전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도 매일 매일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여자 단식 결승 맞상대처럼 두 선수 역시 올해 로저스컵 결승에서 맞붙었으며 나달이 2-0으로 이겼습니다. 지금까지 나달과 메드베데프가 맞대결을 벌인 건 이 경기 한 번뿐입니다.


만약 메드베데프가 9일 열리는 결승에서 나달을 꺾는다면 남자 테니스는 2016년 이 대회스탄 바브링카(34·스위스·24위)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나달, 조코비치, 페더러가 아닌 남자 단식 우승자를 배출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메드베데프는 또 메이저 타이틀을 따낸 유일한 29세 이하 현역 남자 선수로도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현재 29세 이하 남자 현역 선수 가운데는 아무도 메이저 대회 우승 경험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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