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안방 경기 승리 후 마운드에 모여 기뻐하는 프로야구 키움 선수단. 동아일보 DB


• 프로야구 키움이 잘 나갈 때만 쓰는 히어로즈 노우트입니다. 지난 번 노우트를 쓴 지 20일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 정도 성적이면 쓰는 게 맞을 겁니다.


키움은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18일 안방 경기에서 삼성을 5-1로 물리쳤습니다. 이로써 전날 2위에 복귀한 키움은 59승 39패(승률 .602)로 순위 변동 없이 전반기를 마무리하게 됐습니다. 키움이 전반기를 2위로 마감한 건 넥센이라는 이름을 쓰던 2014년 이후 5년 만입니다.


최근 들어 예외가 늘어나고 있지만 한국시리즈가 기본적으로 정규리그 1위팀 '대관식'이라는 걸 감안하면 2위로 만족해서는 안 됩니다. 현재 1위 SK는 64승 1무 31패(.674)로 키움에 6.5경기 앞서 있는 상황. 객관적으로 역전이 쉽지 않은 분위기지만 장정석 키움 감독은 "SK가 물론 강팀이지만 한 번은 기회가 올 것"이라는 말로 추격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장 감독이 이렇게 자신감을 잃지 않는 건 키움이 전반기 내내 '구멍'과 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 다행히 전반기 막판 조상우(25)와 김동준(27)이 돌아왔습니다. 앞으로도 안우진(20) 이승호(20) 서건창(30) 같은 선수가 돌아오면 경기력을 지금보다 더 끌어올릴 수 있겠죠?



올 시즌 전반기 포수 마크스를 나눠 쓴 이지영(왼쪽)과 박동원. 키움 제공 


• 개인적으로 꼽는 올 시즌 전반기 키움 최우수선수(MVP)는 두 포수 이지영(33)과 박동원(29). 지난 시즌 이 팀 주전 포수는 타율 .228을 친 김재현(26)이었고 그나마 시즌 종료 후 군입대(상무)하면서 주전 포수가 없는 상태로 시즌을 맞을 뻔했습니다.


다행히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서 이지영이 키움 유니폼을 입었고, 지난해 불미스러운 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박동원도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필드로 돌아왔습니다. 갑자기 주전급 포수 두 명을 라인업에 넣을 수 있게 된 장 감독은 선발 투수에 따라 두 포수를 나눠 기용하면서 마운드를 안정시켰습니다. 전반기 키움 팀 평균자책점은 3.80으로 10개 팀 가운데 4위입니다.


두 선수는 수비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제 몫을 다했습니다. 키움 포수진은 전반기에 OPS(출루율+장타력) .791로 양의지(32)가 버틴 NC(.871) 다음으로 높은 성적을 남겼습니다. 주효상(22)이 들어선 18타석 기록을 빼고 계산하면 .802로 살짝 오릅니다. 참고로 리그 포수 전체 평균 기록은 .690이었습니다.



지난 시즌 10만 달러에 대체 외국인 선수로 들어와 올 시즌 50만 달러에 재계약한 샌즈. 동아일보DB


• 그런데 솔직히 두 포수는 '제 마음 속 MVP'에 가까울 뿐 실제 전반기 MVP 투표가 있다면 키움에서는 샌즈(32)가 점수를 제일 많이 올릴 확률이 높습니다. 샌즈는 전반기에 414 타석을 소화하면서 .324/.413/.588을 기록했습니다. 리그에서 샌즈보다 OPS가 높은 선수는 316 타석을 소화한 양의지(1.008) 한 명뿐입니다. 타점(86점)은 리그 1위.


샌즈에게는 올스타전 휴식기가 아쉬울지 모릅니다. 7월 들어 치른 14경기에서 .404/.500/.851로 타격감을 더욱 끌어올렸기 때문. 17일 경기에서는 시즌 20호 홈런도 기록했습니다. 샌즈는 "공인구 변화로 지난해보다 홈런 치기 힘들어진 건 사실이다. 그래서 20 홈런을 기록한 게 큰 의미가 있다"면서 "팀에서 더 큰 활약을 기대하는 걸 알고 있다.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샌즈는 지난해 8월 초이스(30)의 대체 선수로 연봉 10만 달러에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이후 25경기에서 .314/.355/.767을 치고 재계약했지만 이번에도 몸값 총액은 50만 달러가 전부. 샌즈는 "기사를 통해 '가성비 갑'이라고 표현하는 걸 들었다. 어떤 의미인지 안다. 열심히 하다 보니 그런 말도 나온 것 같다. 나를 좋게 평가해줘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올 후반기에도 지난해 후반기만큼만 칩시다.



키움 마운드에서 제2의 밴헤켄으로 자리잡고 있는 요키시. 동아일보DB


• '가성비'를 논할 때는 요키시(30)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샌즈처럼 올 시즌을 앞두고 50만 달러에 키움과 계약한 요키시는 8승 5패 평균차잭점 3.06으로 한국 무대 첫 번째 반 시즌을 보냈습니다.


5월까지만 해도 요키시는 평균자책점 4.11로 '50만 달러짜리 투수 치는 괜찮은' 성적이 전부였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투구수 75개를 넘기면 얻어맞기 시작했다는 것. 경기 초반에는 상대 타자를 OPS .563으로 막았지만 75개가 넘어가면 1.037로 얻어터졌습니다.


그러다가 '화타(華佗)' 박동원 선생을 만나면서 75개가 넘어서도 상대 타자를 .583으로 묶을 수 있게 됐습니다. 요키시는 6월 이후 8경기에 선발 등판해 4승 2패 평균자책점 1.67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장 감독은 "전에는 투심 (패스트볼) 위주로 가다가 변화구 위주로 바꾼 뒤 얻어 맞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좀 더 공격적인 리드를 하는 박동원이 공을 받으면서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박동원이 과거에 밴헤켄(40·은퇴)과 호흡을 맞췄던 것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하고 말했습니다.



2009년 2차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당시 전체 2번으로 지명을 받은 장영석. 키움 제공


• 결국 .256/.322/.366으로 원래 자리를 찾아가고 말았지만 장영석(29)이 56타점(19위)을 올린 것도 분명 키움이 전반기 2위를 차지하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타점을 '능력'이라고 생각하면 문제지만 '성과'로도 인정할 수 없는 건 아니니까요. 그게 운이든 무엇이든간에 장영석은 5월까지 득점권에서 .382/.469/.544를 기록한 타자였습니다.


장영석에 밀려 기회를 얻지 못하던 송성문(23)은 퓨처스리그(2군)에 내려갔다 올라온 6월 19일 이후 .354/.400/.500을 몰아치고 있는 상태. 장혜성 김혜성(20)도 같은 기간 .333/.352/.490을 쳤습니다. 남은 내야 두 자리가 박병호(33)와 김하성(24) 차지니까 내야는 끄떡 없습니다.


외야는 샌즈, 이정후(21)는 괜찮지만 나머지 한 자리가 문제입니다. 믿었던 임병욱(24)은 303타석에서 .233/.294/.313이 전부고, 김규민(26)도 .253/.321/.312로 도긴개긴, 박정음(30)은 사실 이 플레이 하나로 올해 연봉(4500만 원) 값을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넥센이 더 높은 곳을 보려면 역시 임병욱이 살아야겠죠?



35일 만에 1군에 복귀한 16일 경기에서 743일 만에 홀드를 기록한 조상우. 키움 제공


• '조상우가 돌아왔다.' 사실 투수 쪽은 이 한 문장만으로도 고무적입니다. 조상우는 시즌 초반 무서운 속도로 세이브를 쌓았지만 어깨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고 오주원(34)이 마무리 자리를 꿰찬 상태. 조상우가 돌아오면서 두 선수가 자리를 바꾸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장 감독은 일단 오주원에게 계속 마무리를 맡긴다는 계획입니다.


일단 저는 이 계획에 찬성입니다. 조상우가 오주원보다 더 뛰어난 투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상우가 더 긴급한 상황에 마운드에 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세이브'라는 이상한 기록 때문에 마무리 투수는 꽃길만 걷게 하려다가 경기를 내주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선발 쪽에서는 복귀 예정인 두 선수(안우진, 이승호)가 빠진 동안 신재영(30)과 김선기(28)의 가능성을 발견한 게 소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 감독은 "투수 3명을 엔트리에서 뺄 예정인데 누구를 빼야할지 결정하기 어렵다"고 행복한 고민을 전했습니다.



전반기에 키움에서 1번 타자로 제일 많은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 키움 제공


• 어느새 키움은 득점과 실점을 토대로 계산하는 '피타고라스 승률' 1위 팀이 됐습니다.


 팀  실제 승률  피타고라스 승률  차이
 키움  .602  .631  -.029
 SK  .674  .616   .058
 두산  .588  .602  -.014
 NC  .505  .503   .002
 LG  .553  .491   .062
 KT  .490  .470   .020
 삼성  .419  .460  -.041
 KIA  .415  .431  -.016
 한화  .372  .411  -.039
 롯데  .370  .389  -.019


올해 SK가 1점 차 경기에서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로 강한 팀(19승 3패)이라 실제 승률에서는 저만치 앞서 있지만 현재 전력이라는 측면에서는 키움이 제일 앞서 있는 것. 이제 이 전력을 실제 성적으로만 바꾸면 됩니다.


올 시즌 SK가 가장 압도적인 팀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동시에 키움이 가장 꾸준한 팀이라는 사실도 마찬가지. 올 시즌 남은 46경기에서도 그런 꾸준한 모습을 기대합니다. 그럼 조만간 다시 히어로즈 노우트로 찾아뵙겠습니다.  


날려라 히어로 임!병!욱!, 뜨거운 열정의 임!병!욱!, 히어로즈 임병욱, 임병욱, 임병욱, 히어로즈 임병욱, 워우오오오~ ♪




댓글, 0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