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전반기를 타율 .285, 17홈런, 48타점으로 마친 박병호. 키움 제공
팀이 잘 나가면 잘 나갈수록 고민이 깊어지는 타자가 있습니다. 심지어 팀을 대표하는 4번 타자인데도 그렇습니다. 주인공은 '박뱅' 박병호(33). 키움은 전반기를 2위로 마쳤지만 그는 "최악의 전반기였다"고 말합니다.
박병호는 이번 시즌 전반기에 76 경기에 나서 .285/.409/.536을 남겼습니다. OPS(출루율+장타력) .945는 리그 전체 4위에 해당하는 기록. 이 정도면 칭찬을 듣는 게 맞을 겁니다. 그런데 박병호가 최악을 이야기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요?
키움은 박병호가 없을 때 더 잘 나간다?
키움은 전반기에 98경기를 치러 59승 39패(승률 .602)를 기록했습니다. 이 98경기 가운데 박병호가 선발로 나선 76경기 성적은 43승 33패(승률 .568)입니다. 박병호가 주전이 아닐 때 성적이 더 좋은 겁니다. 박병호가 아예 출전하지 않은 22경기 성적은 16승 6패(승률 .727)입니다. 대타로 나선 두 경기 결과는 1승 1패(승률 .500).
여기서 원인과 결과를 헷갈려서는 안 됩니다. 박병호가 빠져서 키움이 잘했던 게 아니라 박병호가 빠졌는데도 키움이 잘했던 것. 키움 경기 결과에 따라 박병호 타격 기록을 나눠 보면 팀이 이긴 경기에서 박병호는 OPS 1.195로 패한 경기(.583)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기록을 남겼습니다.
물론 이긴 경기 타격 성적이 패한 경기보다 좋은 건 일반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박병호 정도 차이는 아닙니다. 2019 프로야구 전체 기록을 보면 이겼을 때 팀 OPS는 .844로 패했을 때 기록 .611과 비교하면 38.1% 정도 기록이 좋았습니다. 박병호는 105% 차이입니다.
후반기 첫 경기를 하루 앞둔 25일 안방 구장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팀 훈련에 참석한 박병호는 "많은 경기에 나가지 못했고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면서 "팀이 전반기를 2위라는 좋은 성적으로 마쳤지만 내가 제 몫을 했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후반기에는 반드시 중심타자 몫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속목 통증은 핑계 안 돼"
박병호는 전반기 일정이 끝나가는 12일 손목에 주사 치료를 받았습니다. 회복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남은 전반기 경기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대타 정도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본인이 출전 의사를 밝히면서 16일부터 다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손목 통증은 올 시즌 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병원에서 수술보다 주사 치료를 권했다"면서 "박병호는 자기 관리가 워낙 뛰어난 선수다. 경기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본인 타격 디자인이 들어간 박병호의 타격 장갑. 키움 제공
박병호 역시 "손목 통증을 핑계로 대고 싶지 않다. 경기력에 영향이 없는 수준"이라면서 "밸런스, 스윙 등 전체적인 부분에서 만족감이 없었다. 후반기에는 그런 부분을 반드시 보완하려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면서 "동료들이 전반기에 정말 잘해줬지만 앞으로도 중요하지 않은 경기가 없다. '가을 야구' 확정이 아닌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선 매 경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당연히 1위를 목표로 할 것"이라며 "언제나 아낌없이 응원해주는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네, 박병호 선수, 그러니까 후반기에도, 팀이 이길 때 그랬던 것처럼, 딱 OPS 1.195만 부탁합니다.